[테크M=곽예하 기자] MIT테크놀로지리뷰는 ‘2019년 MIT 10대 파괴적인 혁신기술’을 선정해 공개했다. 올해는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적인 부호인 빌 게이츠가 10대 기술을 선정해 주목받았다.

우리 삶에서 화장실은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위생 시설이다. 하지만 MIT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세계에는 아직도 23억명 정도가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에 따른 수질 오염 같은 문제로 사망한 인구만 84만명이 넘는다.

이에 빌 게이츠는 10대 기술 중 9번째 기술로 ‘하수도 없는 위생시설’을 선정했다. 하수도 없는 위생시설은 하수구 없이 가동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화장실을 의미한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1년에서 2년 사이에 이런 위생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수도 없는 위생시설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약 23억명이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어 고통 받고 있다. 이들은 화장실 없이 인근 연못과 하천에 배설물을 쏟아 부어 설사와 콜레라를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기생충 등을 퍼뜨리고 있다. 특히 설사는 세계 어린이 9명 중 1명을 사망으로 이끄는 원인이 될 만큼 위험한 질병이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에서 많은 연구원들이 개발도상국에 저렴한 비용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친환경 화장실을 건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11년 빌 게이츠는 ‘화장실 재발명 대회(Reinvent the Toilet Challenge)’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대회에 참여한 팀들은 각각 개발한 시제품을 현장에서 선보였다.

시제품 대부분은 폐기물을 화장실이 있는 위치에서 바로 처리하기 때문에, 대용량 물을 이용해 멀리 있는 처리 공장으로 운반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에서 발명한 ‘NEW제너레이터’ 변기는 혐기성 막을 통해 오염물질을 걸러낸다. 이 혐기성 막에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보다도 작은 크기 구멍이 수만개 뚫려 있다.

미국 코네티컷에 있는 바이오매스 컨트롤(Biomass Controls)은 해양 운송용 컨테이너 정도 크기로 정화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폐기물을 가열해 탄소가 풍부한 물질을 생산한다. 그런 다음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데 이 물질을 활용할 수 있다.

단 이런 화장실들이 지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모든 상황에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바이오매스 컨트롤이 개발한 제품은 하루에 수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쓰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작은 마을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듀크대에서 개발한 화장실 시스템은 주변 몇몇 가정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이런 화장실을 다양한 크기의 지역사회에서 더 저렴하고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개발자들이 지닌 과제라고 설명했다.

NEW제너레이터팀을 이끌었던 다니엘 예(Daniel Yeh) 사우스플로리다대 부교수는 “현재 기술은 한 대 또는 두 대 정도를 건설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 기술이 세계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되려면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 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대화하는 AI비서

빌 게이츠가 마지막 혁신 기술로 꼽은 것은 ‘대화형 AI비서’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AI)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은 더 가치 있는 곳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미 아마존 AI비서인 알렉사를 통해 불을 켜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아이폰에 있는 AI비서 시리는 원하는 시간에 알람을 맞춰준다.

하지만 MIT테크놀로지리뷰는 현재 AI비서는 한계가 있으며 “좁은 범위의 지시만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업계에서 나타난 몇몇 발전은 앞으로 이런 AI비서가 활동 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2018년 6월 미국 오픈AI 연구진은 라벨로 분류하지 않은 텍스트로도 AI를 교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데이터를 수동으로 분류하고, 태그를 붙이는데 투입했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로부터 몇 달 뒤 구글 연구진은 수백만 개 문장을 학습함으로써, 어떤 문장이 주어졌을 때 누락된 단어를 스스로 예측해낼 수 있는 ‘버트(BERT)’라는 AI시스템을 공개했다.

버트는 대표적인 자연어처리 평가지표인 ‘GLUE’와 ‘SQuAD’에서 사람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면서 세계 학계에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최근 나타난 이런 발전에, 앞으로 현재 수준보다 더 나은 음성 기능을 결합하면 ‘대화하는 AI’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람들이 AI비서에게 간단한 명령을 내리는 것을 넘어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하는 AI가 회의 노트를 작성하거나 온라인 쇼핑 같은 일상적인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설명했다.

이미 비슷한 서비스 몇이 공개된 바 있다. 구글이 선보인 대화형 AI ‘구글 듀플렉스(Google Duplex)’는 스팸메일 발송자와 텔레마케터를 걸러내기 위해 사용자 전화를 대신 받을 수 있다. 또 식당이나 미용실 예약을 위해 대신 전화할 수도 있다.

중국 알리바바가 선보인 AI ‘알리미(AliMe)’는 사용자를 대신해 전화로 택배 배송을 조율하고, 채팅으로 물건 값을 흥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AI 프로그램은 여전히 완벽하게 사람 문장을 이해할 수는 없는 수준이라고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설명했다. 그러나 만약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AI는 베이비시터와 교사, 심지어 친구로까지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크M=곽예하 기자 (yeha179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