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이 내다 판 삼성전자 주식 6조원, 개미가 샀다
하락세 지속 vs 반도체 호조로 반등 전망 '혼재'
#'코로나19' 삼성도 흔들
#비트코인 이어 또 속았나
#반도체 호재 기대감 여전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며,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입술이 바짝 마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세에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저가매수 기회를 엿보고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의 곡소리가 여의도 증권가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개미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무관하게 반도체 D램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증시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위상을 고려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은 탓이다.
'삼만전자' 코앞... 6조 담아낸 개미들 '어쩌나'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4% 하락한 주당 4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일 한미 통화스와프 덕분에 끌어올린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지난 1월만해도 주당 6만원선까지 치솟았던 삼성전자는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연일 급락세를 거듭, 시가총액 300조원이 무너졌다. 이젠 주당 4만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국가부도 사태가 와야 볼 수 있다던 '삼만전자'가 이젠 코앞이다.
특히 증권업계가 삼성전자 주가급락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현재의 주가 역시 외인과 기관이 아닌, 개인투자자가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지난 18일까지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6조44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2년간 비트코인을 비롯해 위험자산에 관심을 보였던 2030 세대가 삼성전자 매수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라며 "저점이라 판단해 대출을 받아 삼성전자를 추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인 삼성전자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 판단한 것이다.
반면 이 기간 외인은 무려 6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사실상 외국인이 처분한 물량을 개인 투자자가 전부 받아낸 것. 단기투자 성향이 짙은 개미투자자들이 '패닉셀'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주가는 끝모르는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0년 장기투자에 나섰던 대형 기관들까지 외면할 경우, 주당 2만원대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좋은 뉴스가 없다…2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38% '급감'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는, 악재가 앞으로도 계속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증권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소폭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조사 결과, 지난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1820만대로 1월 대비 190만대 줄었다. 다만 중국시장 비중이 낮고 선진국 지역의 신모델 판매 효과로 같은기간 600만대 가까이 출하량이 감소한 애플 대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문제는 2분기다. 수요 둔화 폭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진국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서운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핵심시장인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겪은 장기 불황 가능성이 높은 상황. 한국투자증권이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IM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는 9.4조원으로 기존 전망치대비 18.4% 하향 조정됐다. 인도를 비롯해 전세계 삼성전자 주요 공장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잇따라 폐쇄 조치되고 있는 점도 악재다.
이외에도 도쿄올림픽이 연기될 경우 IOC의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의 마케팅 전략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최신 스마트폰, TV 등 신제품을 홍보해왔다. 특히 올해는 5G 스마트폰과 초고화질 8K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내세울 계획이었으나, 도쿄올림픽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패널 수요와 TV 판매량에도 부정적 기운이 감돈다.
'동학 개미운동'은 과연 성공할까
여의도 증권가에선 최근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매수 행렬을 '동학 개미운동'이라 지칭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관들의 영역이던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큰 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연이은 악재에도 국내 주식시장의 '상징'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낙관론도 적지 않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41.1조원)를 7% 하회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최근 지수 급락 영향으로 고점대비 단기 36% 하락했지만, 메모리 업체들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우려감에 투자를 조심스럽게 집행해 공급 과잉에 대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2020년 기존 PBR은 1.1배 수준으로 역사상 최고 저점이기 때문에,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PBR은 주가순자산비율로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삼성전자의 실적과 기대값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반도체 업황 낙관론의 가장 큰 근거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서버 수요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분기 서버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5~10% 상승했다. 관련업계에선 서버 D램의 가격 상승 폭이 2분기엔 2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업무와 엔터테인먼트 등 생활 모든 요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서버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근무자의 절반 또는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의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는 처음 발생했다"며 "트래픽 급증 대비 서버에서 사용하는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처리장치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반도체 업황 개선 추세는 변함이 없고, IM 부문 부진은 우려되나 반도체 부문 실적은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보여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44.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