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킬러콘텐츠 VR·AR 실감 콘텐츠 급부상
통신사 무대 B2B로 확대...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정조준

페라리와 포르쉐가 있어도 달릴만한 도로가 없다면 무용지물.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세상을 바꿔 놓을 것이란 4차 산업혁명 기술도 '데이터 고속도로' 없이는 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이 고속도로가 한국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5세대 이동통신, '5G'다. 5G가 4G 보다 속도만 빨랐다면 '차세대'라 부르지 않았다. 5G는 유선과 무선 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빨라진 '초고속', 지연시간 1ms(1000분의 1초) 이하의 '초저지연', 단위 면적 ㎢ 당 접속가능 기기 100만대의 '초연결'이 필수 요건이다.

이런 5G 환경은 기존과 무엇이 다른가. 먼저 5G에서는 유무선 차이가 없는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 이용이 가능해진다. 4K를 넘어 8K 고화질로 가상 증강현실 등 실감형 콘텐츠들이 구현되며, 고해상도 대화면 TV도 셋톱박스 때문에 특정 장소에 고정해놓고 볼 필요가 없어진다.

/자료 = KT경제경영연구소
/자료 = KT경제경영연구소

5G의 파급력은 산업 현장도 바꿔 놓을 전망이다. 수많은 IoT 기기에 동시에 접속해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고 장비를 자동으로 제어하거나, 원격의료나 자율주행 등 극도의 안정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도 이동통신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맥킨지가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5G 기술 발전을 전망한 보고서에 따르면 5G 발전에 따라 향후 교통・물류업, 의료보건업, 제조업 및 소매업 등 4대 주요 산업의 GDP 규모가 현재 1조2000억달러에서 2조달러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KT경제경영연구소가 5G 상용화로 인해 유발되는 사회경제적 가치가 2030년까지 약 4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제 막 출발선에서 발을 뗀 5G가 이런 장밋빛 전망을 현실로 이룰 수 있을지, 상용화 2년차에 다양한 시험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5G '킬러 콘텐츠' AR VR을 잡아라


이용자들은 "그래서 5G로 바꾸면 뭐가 좋은데"를 묻는다. 4G가 나왔을 때는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이 '킬러 콘텐츠'였다. 지금은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볼 수 있다.

5G의 킬러 콘텐츠로는 VR AR 등 실감형 콘텐츠가 지목되고 있다. 5G의 초고속, 초저지연 특성을 활용해 단순히 '시청'하는 수준이 아닌 '체험'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국내 통신사들도 이 분야에 일찍부터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의 '버츄얼 소셜 월드'는 다수의 이용자가 각자의 아바타로 가상세계에서 만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이 안에는 클럽, 카페, 영화관 등 총 9개 테마 공간에서 다른 아바타들과 만나 놀 수 있다.

SK텔레콤은 실감형 콘텐츠 수급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혼합현실(MR) 콘텐츠 제작 시설 '점프 스튜디오'를 서울에 오픈할 예정이다. 점프 스튜디오는 AR과 VR의 기술적 장점을 융합해 '홀로그램'과 같은 3차원 콘텐츠를 만드는 시설이다.

KT는 5G 기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narle'(나를), '리얼360' 등을 출시했다. 나를은 3D 아바타로 최대 8명까지 고화질 그룹 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리얼360 서비스는 360도 카메라를 연동한 4K 영상통화와 SNS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KT는 개인형 VR 서비스인 '슈퍼 VR'을 통해 세계 최초로 8K VR 스트리밍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초고용량의 8K VR 콘텐츠를 수백 조각으로 분할, 클라우드에 저장한 뒤 실시간으로 각도에 맞춰 최적의 영상 화면을 전송하는 5G에서만 가능한 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상반기 'U+VR', 'U+AR', 'U+프로야구', 'U+골프' 등 다양한 5G 콘텐츠를 쏟아냈고, 하반기에도 'U+게임라이브', 'AR쇼핑', '스마트홈트' 등을 선보였다.

상용화 2년차인 올해부터는 AR, VR 기능 중심의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는 '5G 서비스 3.0'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콘텐츠 및 기술개발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을 넘어 일하는 현장으로 가는 5G


5G로 일어날 변화는 스마트폰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4G가 스마트폰 중심이었다면 5G는 스마트폰을 넘어 더 다양한 기기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5G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는 주춤하지만 '언택트'(비대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은 오히려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통신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5G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정에 IoT와 빅데이터, AI를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에 '프라이빗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양자암호 보안 기술을 접목한 세계 최초 '5G 스마트 발전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로봇 개발 기술, 선박 건조 기술과 KT가 확보한 5G 네트워크, 빅데이터, AI 기술을 결합해 생산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LG유플러스 역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목표로 장비간 물류를 연결해주는 '모바일 메니풀레이터 로봇 시스템'과 공장 내 환경 모니터링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초고속 네트워크와 고도의 안정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자율주행 분야도 통신사들이 공통되게 조준하고 있는 분야다.

SK텔레콤은 서울시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실증 사업에 '5G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와 HD맵 업데이트 기능이 탑재된 '로드러너'를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경기도 판교에서 5G 자율주행 버스를 선보인 KT는 올해 서울 상암 C-ITS 단지, 세종시 등에서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셔틀를 선보일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8월 세종시와 주율주행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카카오모빌리티와 C-ITS 사업을 위한 MOU를 맺는 등 자율주행 사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5G를 통한 '혁신성장' 실현


5G에 대한 투자는 망을 구축하는 통신사로부터 시작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기기인 스마트폰 산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장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장기적으론 IoT와 AI 등 신기술 확산의 기폭제가 돼 다양한 산업을 디지털화 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5G가 사회 전반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인프라 고도화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가적인 지원도 뒤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혁신성장 실현을 위한 5G플러스(+) 전략'을 발표하고 5G 생태계 구축을 위해 관계부처와 업계·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5G+ 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3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26년 5G+전략산업 분야 생산량 180조원을 달성해 세계 시장 점유율 15%, 수출액 730억달러, 일자리 60만명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먼저 공공 분야에서 5G 핵심서비스 실증과 확산을 추진하고, 민간투자 확대를 유도해 산업을 고도화 할 방침이다.

통신 요금제 및 제도 정비, 전파자원 확충과 규제개선, 사이버보안을 통한 안전한 이용환경 구축 등도 정부가 시급히 정리해줘야 할 과제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