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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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kill The Radio Star'

영국 밴드 더 버글스가 지난 1979년 발매한 노래다. 더 버글스는 청각 시대의 '라디오'가 보는 시대의 '비디오'에 밀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40년이 흐른 지금, 듣는 콘텐츠가 보는 콘텐츠에 밀렸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등 '보는' 콘텐츠를 위협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듣는' 콘텐츠 시장의 성장이 매섭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로 오디오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와 함께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넘어서 오디오 드라마, 오디오 예능으로까지 범위도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오디오 콘텐츠 시대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심리나 명상 등 듣는 콘텐츠 수요도 눈에 띄게 급증했다. 특히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힐링' 목적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도 늘었다. 

/사진=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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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3월 오디오클립을 찾은 사용자는 1월 대비 72% 증가했고, 재생수는 38% 증가했다. 오디오클립에서 제공하는 오디오북의 거래액도 지난 2월 대비 3월에 16% 상승했다. 

전세계 오디오 콘텐츠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굿이리더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2조4200억원에서 올해 4조2600억원으로 2배 가량 늘었다. 구글은 이미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45개국에서 성우가 낭독하는 오디오북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이에 맞서 아마존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출판사와 낭독자를 연결하는 자회사 '아마존 오더블'을 통해 제작비를 기존 대비 30~40% 수준으로 낮췄다. 현재 프리미엄 팟캐스트와 오리지널 오디오 프로그램, 오디오북 및 정기간행물 등의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멀티태스킹으로 입맛에 맞는 콘텐츠 골라듣는다


대학생 윤세훈(27)씨는 자기 전 시를 듣는다. 좋아하는 배우 목소리를 듣기 위해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가 요즘엔 독서모임에서 배우나 가수 등 유명인이 읽어주는 책을 함께 듣고 있다. 윤 씨는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배우들이 낭송해주는 콘텐츠를 자기 전에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한다"며 "배우들의 목소리가 좋아서 계속 듣게 된다"고 말했다.

오디오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은 두가지 이상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것(멀티태스킹)이다. 화면에 집중해야 하는 비디오 콘텐츠와 달리, 이용자의 행동 상태에 따라서 동시에 다른 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따르면 실제로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점'을 오디오 콘텐츠 선호 이유로 꼽았다. 


국내 기업들의 차별화 전략


오디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오디오 플랫폼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지난 3월4일부터 '코로나19 마음처방전' 특집 채널을 오픈하고, 사용자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줄 수 있는 전문 심리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인희 네이버 오디오클립 담당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오디오 콘텐츠를 찾는 이용자들이 많아졌다"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 및 창작자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더욱 경쟁력 있고 재미있는 오디오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디오 드라마도 인기다. 전문 성우가 낭독하고, 70화에서 100화정도 장기 연재로 이루어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1020 젊은 세대들의 반응이 높고, 웹소설 팬들과 성우 팬들이 함께 즐기는 콘텐츠가 강점"라고 말했다.

오디오북 구독서비스 윌라는 지난 18일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 확보와 다양한 장르를 원하는 이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녹음실을 오픈했다. 해당 녹음실은 오디오북 제작에 최적화된 녹음 환경을 지원,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오디오 제작을 할 수 있다.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인 스푼라디오는 DJ가 마음에 들면 청취자가 스푼을 쏘는 금전적 후원이 특징이다. 젊은 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73%를 차지하며, 누구나 채널을 개설해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은 주요 AI 스마트 스피커와 커넥티드카 기업들과 콘텐츠 공급 제휴를 맺으며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다양한 미래기술과 접목되는 오디오 콘텐츠


/사진= 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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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오디오 콘텐츠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커넥티드 카 등 다양한 미래 플랫폼과도 접목된다. 국내 통신사와 글로벌 대기업의 AI 스피커 출시로 오디오 콘텐츠 소비도 함께 늘었다. 

김영종 스포트라이트101 대표는 "미국은 AI 스피커 보급 이후 오디오 콘텐츠 소비량이 최대 70%까지 늘었다"며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 800만대 정도 보급됐고 올해는 1000만대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AI스피커 출하대수 및 연간 성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향후 전세계에 약 1억개의 AI 스피커가 설치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정보통신기술(ICT)과 차량을 연결하는 '커넥티드 카'가 확산되면서 오디오 콘텐츠 가치도 올라갔다. 스마트 기기와 차량이 자동 연결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즐기던 오디오 콘텐츠를 차에서도 소비할 수 있게된 것이다. 실제 팟캐스트 플랫폼 '팟티(PODTY)는 양질의 오디오 콘텐츠를 커넥티드 카 플랫폼으로 확장해 서비스하고 있다. 

김영종 대표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이용자 중심으로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유튜브가 성장하는데 10년이 걸렸다면, 오디오 기반 플랫폼 서비스는 5년 이내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버글스의 노래가 나오고 40년이 지난 현재, 비디오에 묻힐 줄 알았던 오디오 스타들은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여러 배우들의 목소리가 팔리기 시작하고, 멀티태스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오디오는 필수불가결한 시대가 됐다. 그래서 오디오 스타들은 이렇게 외친다.

'Video Failed to kill The Radio Star'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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