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인터뷰

#내 목소리 하나로 '10억'을 번다?

#'실시간 소통'으로 MZ세대 마음 잡았다

#오리지널 콘텐츠+구독모델로 성장 '가속페달'


"안녕하세요. ㅇㅇ님 반가워요~ 오늘은 하루 종일 눈이 많이 내렸네요. 무사히 하루를 마친 여러분께 이 노래를 들려드려요. "

정해진 시간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지 않아도 스마트폰 하나로 자유롭게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DJ들은 청취자들에게 듣기 좋은 노래를 추천해거나, 고민 상담을 들어주고 사소한 일상 이야기도 공유한다. 일방적이 아닌 실시간 채팅으로 DJ와 쌍방형 소통도 가능하다. 

최근 밀레니얼+Z세대(MZ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푼라디오 얘기다.

스푼라디오는 최근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공식마저 깨면서 독자적인 지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 잘나가는 스푸너(스푼라디오 DJ) 연봉은 수억원대라고 한다. 새로운 시장을 뚫어낸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와 인기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배터리 사업에서 시작된 '스푼'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사진=스푼라디오 제공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사진=스푼라디오 제공

최혁재 대표는 정보통신공학과를 나온 '개발자' 출신이다. 지난 2013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만땅'이라는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 서비스 창업에 뛰어들었다. 홍대 등 사람이 많이 오고가는 길거리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 실패라는 쓴맛을 봐야만 했다. 최근 드라마 '스타트업'에 나왔던 바로 그 사례의 주인공이 최 대표다.

"첫번째 사업 아이템은 당시 분리형이었던 안드로이드 배터리를 이용자가 제휴 편의점 등을 방문하면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였어요. 그런데  주요 매출을 책임지던 갤럭시가 일체형으로 바뀌면서 사업을 접게 됐죠."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이 물거품이 됐지만, 최 대표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고민거리를 자유롭게 터놓을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글이나 영상이나 사진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곳은 많았지만, 오디오로 소통하는 서비스가 없었어요. 당시 유튜브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할 때였는데, 저희는 비디오 대신 '오디오'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죠. 익명의 '대나무숲'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지난 2016년 '스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스푼라디오' 시대... MZ세대에 통했다


스푼라디오 앱 실행 모습. /사진=스푼라디오 제공
스푼라디오 앱 실행 모습. /사진=스푼라디오 제공

스푼라디오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18~24세인 젊은 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73%를 차지해, 디지털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푼라디오의 월평균 이용자는 약 300만명에 달한다. 이중 20만명이 한달에 한번 이상 방송을 한다. 스푼라디오에 따르면 오디오 콘텐츠 생산자의 비율이 영상보다 다섯배나 높다. 그만큼 이용자들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푼라디오는 사연의 상상력을 자극해요. 똑같은 목소리를 들어도 개개인마다 DJ를 떠올리는 모습이 다 다르거든요. 청취자 입장에서 조금 더 감정몰입도 커지고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얼굴 노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디오 앞에 선다는 부담 없이 쉽게 도전할 수 있죠."

최근 스푼라디오에서는 '연봉 10억'을 달성한 '스푸너'도 등장했다. 상위 스푸너 중에서는 빠르면 몇개월 만에 월 1000만원 수익을 낸 사람도 있다고 한다. 최혁재 대표는 이들처럼 스푼라디오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익 모델을 도입하면서, 실제로 수익을 내는 스푸너분들이 속속 등장했어요. 스푼라디오는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입담꾼이나, 목소리가 좋다거나, 노래 실력으로 승부를 보고싶거나, 오디오 콘텐츠 관심있는 모든 분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스푼, '오리지널 콘텐츠'로 글로벌 공략 속도


스푼라디오 오리지널 콘텐츠 'PL의 라라랜드'. /사진=스푼라디오 제공
스푼라디오 오리지널 콘텐츠 'PL의 라라랜드'. /사진=스푼라디오 제공

스푼라디오는 서비스 출시 시점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2016년 출시 이후, 1년 만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일본과 중동, 미국까지 현재 글로벌 6개 국가에서 글로벌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디오는 비디오 시장 대비 규모가 작아요. 국내 지상파 라디오 매출을 다 합쳐도 2000억원이 안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면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때문에 서비스 출시 초기 일본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등 여러 나라를 빠르게 선점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특히 스푼라디오는 현재 글로벌 중에서도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문화 특성상 자기 노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스푼라디오는 생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신분 노출없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죠. 현재 스푼라디오 이용자 전체 비중에서 일본이 절반 정도 차지하는 것 같아요."

"현재 스푼라디오는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세대에게 통하는 오디오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중에 있어요. 올해 상반기에는 '구독 서비스'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나갈 예정이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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