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여름휴가의 꿈

#어차피 갈 곳도 없었지만

#넷플릭스 보며 대리만족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이 있다면 아마 여행 산업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오는 7월19일까지 전세계를 대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재발령했다. 이맘때 여름 휴가만을 기다려온 직장인에게는 행복이 절반가량이 날아가 버린 셈이다.

물론 여행 자금으로 꼬박 20만원씩 모아온 나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위로하는 건 인터넷 쇼핑과 넷플릭스의 여행 콘텐츠뿐이다. 오리지널 시리즈에 시사 다큐멘터리, 여행 프로그램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이제 무섭기까지 하다.


'미국 백종원'과의 미식 기행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는 즐거움이다. 해외에서는 '1일 5식'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면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껴보자.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미국 인기 시트콤 '내사랑 레이몬드' 제작자 필 로즌솔이 멕시코와 베트남, 태국 등 세계 각지를 돌며 현지 음식들을 맛보는 동시에 그 나라의 문화를 이방인의 눈으로 소개한다.

방콕 수상 시장 나룻배 위에서 먹는 쌀국수, 리스본 강을 바라보며 먹는 해산물, 멕시코시티 작은 구멍가게의 타코, 서울 신당동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까지! 음식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함께 처음 보는 사람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필의 모습은 어쩐지 백종원 대표를 연상케 한다.


아빠와 단둘이 여행, 미쳤습니까? '잭 화이트홀: 아버지와 발칙한 세상 산책'


고지식한 아버지와 둘이서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니... 장르가 호러가 아닐까 싶지만 사실은 코미디다. 영국의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잭 화이트홀은 돌연 갭이어(gap year)를 선언하고, 그간 서먹했던 아버지와의 여행을 계획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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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반바지를 멀리하고 5성급 호텔만을 고집하며 현지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 아버지와 클럽에서 흥청망청 놀고 게이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등 새로운 모험을 갈구하는 아들은 여행지마다 사사건건 부딪친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면서 조금씩 깊어지는 부자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렇다고 가족과 자유 여행을 가고 싶진 않지만 말이다.


'구해줘 홈즈!' 넷플릭스 버전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


나이가 들면서 '남의 집' 구경만큼 재밌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매주 일요일 밤 '구해줘 홈즈'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넷플릭스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 시리즈를 강력 추천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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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와 넷플릭스가 공동 기획한 시리즈로 건축가 피어스 테일러와 배우 캐럴라인 쿠엔틴이 세계 곳곳에 지어진 이색적인 집을 찾아 소개한다. 사막 한복판에 지은 흙집부터 나무 빈틈을 활용한 트리 하우스, 보잉747 날개를 지붕으로 활용한 집까지…

주변의 풍경과 조화를 이룬 집들은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볼 수 없는 진귀한 눈요깃거리를 안긴다. 


식상한 여행지 소개가 지루하다면? '다크 투어리스트: 어둠을 찾아가는 사람들'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여행도 있는 법이다. 재해 지역이나, 전쟁 철거지 등 인류의 죽음이나 슬픔의 근원지를 찾아가는 다크 투어리즘이 그렇다. 뉴질랜드 기자 데이비드 패리어는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전세계 다크 투어리즘 명소를 직접 찾아 나선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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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흔적이 남아있는 콜롬비아, 부두교의 발원지인 베냉 공화국, 나치 군복을 입고 제2차 세계대전을 재연하는 영국 런던 인근의 작은 마을까지. 돈을 준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을 안방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단 원전 사고 지역을 방문하는 일본 후쿠시마 편의 경우 한일 관계에 대한 다소 몰이해적인 시각이 등장하니 건너뛰길 바란다. 


예능 만렙과 예능 쪼렙의 힐링 투어 '투게더'


오랜만에 넷플릭스에서 자막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 나왔다. 요즘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투게더'다. 가수 겸 배우 겸 예능인 이승기와 대만출신 배우 류이호가 아시아 곳곳에 있는 팬을 만나러 떠나는 힐링 여행 버라이어티라고 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인도네시아의 족자카르타와 발리, 태국의 방콕과 치앙마이, 네팔의 포카라와 카트만두까지 대한민국과 그리 멀지않은 곳의 풍경들을 보다 보면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날 수 있었던 코로나19 이전이 매우 그리워질지 모르겠다.

바로 오늘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김임수 기자 imsu@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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