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오는 5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0' 행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10번째 정식 후속작 '갤럭시노트20'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테크M>은 매년 아이폰 신작과 경쟁하며 삼성의 하반기를 책임져 온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펼쳐본다.


제1막. 전쟁의 서막


2007년 1월 9일, 애플이 첫 아이폰을 공개했다. 중원의 강자들은 아이폰에 큰 관심이 없었다. 기껏해야 스티브 잡스가 내놓은 별난 제품 정도로 치부했다.

애플은 첫 목표로 스마트폰 시장의 '1%'를 제시했다. 시장의 40%를 차지한 '맹주' 노키아는 코웃음을 쳤다. 당시 노키아 휴대폰 판매량은 '빅5'로 불리던 기업 중 삼성전자, LG전자, 모로토라, 소니에릭슨 등 나머지 4곳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2인자로 물러난 휴대폰의 원조 모토로라 뒤를 바짝 쫓고 있던 야심가 삼성은 이미 노키아가 앉아있는 '왕좌'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삼성은 "3년 안에 노키아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노키아의 높은 성벽에 균열을 일으킨건 다름 아닌 변방의 애플이었다. 2009년 3분기, 세상에 나온지 2년여 밖에 안된 아이폰 영업이익이 노키아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노키아는 허둥지둥 아이폰 따라잡기에 나섰지만 거인의 움직임은 너무 둔했다. 무너진 성벽 틈으로 물밀듯 밀려오는 스마트폰 혁신 앞에 노키아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2009년 한국 시장에 상륙한 아이폰은 삼성전자의 앞마당에서 '옴니아2'를 처참히 누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절치부심한 삼성은 2010년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갤럭시S'를 내놓으며 가까스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삼성을 제외한 '빅5' 모두 휴대폰 사업을 접거나 5위권 밖으로 서서히 밀려났다. 유일하게 생존한 삼성은 누적 4000만대 판매 기록을 세운 '갤럭시S2'를 앞세워 아이폰과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기 시작했다.

2012년, 노키아를 따라잡겠다 공언한지 5년 만에 삼성전자는 염원하던 휴대폰 시장 왕좌에 올랐다. 다만 새로운 판을 깐 건 삼성이 아닌 애플이었다. 진짜 전쟁은 이제 막 시작에 불과했다.


제2막. 갤럭시노트의 탄생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삼성 '갤럭시'와 애플은 '아이폰'은 한치 양보없는 혈전을 치렀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아이폰의 대항마로 부상하자 스티브 잡스는 라이벌 삼성을 노골적으로 '카피캣'(모방자)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잡스 특유의 독설 섞인 표현이었지만, 갤럭시S 시리즈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아이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2011년 9월, 애플의 신제품 공개를 한 달 앞두고 삼성전자가 먼저 '갤럭시노트'라는 새무기를 꺼내들었다. 갤럭시노트는 스마트폰 시장의 리더로 부상하는 삼성이 카피캣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폰이었다.

갤럭시노트는 현재와 같은 스마트폰의 원형을 만든 아이폰과 확연히 비교되는 두 가지 요소를 내세웠다. 바로 5인치 이상 '대화면'과 스타일러스 'S펜'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해야 한다며 4인치 크기를 고수했다. 당시에는 소비자들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거북한 대화면 스마트폰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앞서 나온 델의 5인치 스마트폰 '스트릭'이 이미 실패를 맛본 상황이었다. 갤럭시노트가 공개되자 외신에선 '너무 크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은 5인치 이상의 화면이 필요한 이유를 'S펜'으로 설명했다. 삼성이 스타일러스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와콤과 손잡고 개발한 S펜은 스마트폰의 새로운 활용 방식을 제시했다. 넓은 화면에 펜으로 정교한 필기가 가능한 혁신적인 스마트폰에 대해 당시 삼성은 "최첨단 디바이스에 펜이라는 아날로그 감성을 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을 처음 소개할 때부터 스티브 잡스는 스타일러스를 거추장스러운 물건이라 저격하며 손가락을 이용한 정전식 멀티터치 기능을 아이폰의 가장 큰 혁신으로 소개했다. S펜은 이런 잡스의 생각에 정면으로 반하는 기술이었다.

갤럭시노트는 이렇게 잡스가 정해놓은 '프레임'을 뚫고 '패블릿'(폰+태블릿)이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갤럭시노트는 출시 2달여 만에 글로벌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듬해에는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달성했다. 이후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매년 새로운 혁신으로 진화하며 '갤럭시S' 시리즈와 함께 삼성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라인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갤럭시노트의 성공 이후 대화면 스마트폰이 각광을 받자 2014년 애플은 '한손 조작' 고집을 꺾고 5.5인치 '아이폰6 플러스'를 내놨다. 이듬해에는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스타일러스 '애플펜슬'을 공개했다. 결국 갤럭시노트를 통해 삼성이 카피캣이란 오명을 넘어 스마트폰의 미래를 내다본 리딩 기업이란 점을 시장과 소비자에게 똑똑히 각인시켰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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