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 시리즈는 '모범생'이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실험해야 했던 갤럭시S 시리즈는 호불호가 갈리는 모델이 존재했지만, 반듯한 디자인에 주로 검증된 기술을 채용했던 갤럭시노트는 큰 탈 없이 성장해왔다. 특히 S펜 때문에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꾸준히 사용하는 '고정팬' 층이 두터웠다. 하지만 이 잘생긴 모범생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역사상 최대의 사고를 치고 만다.


제5막. 사상 최대의 위기


2016년 삼성은 갤럭시노트 시리즈에서 '6' 넘버링을 건너뛰고 '갤럭시노트7'을 출시했다. 갤럭시S와 넘버링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같은 해 출시된 '아이폰7' 보다 낮은 넘버링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돌았다.

그만큼 야심차게 개발한 갤럭시노트7은 사전예약 주문량이 폭주하며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될 채비를 갖췄다. 하지만 정식 출시 5일만에 배터리 충전 중 발화 사고가 발생하며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후 국내외에서 유사한 사고가 잇따르자 삼성은 휴대폰 전량을 배터리가 교체된 신제품으로 교환해줬다.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6'의 저주였을까.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교환 받은 제품에서도 사고가 계속되자 결국 삼성은 갤럭시노트7 출시 약 2개월만인 2016년 10월 해당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조기 단종을 결정했다. 2017년 1월, 삼성은 발화 원인을 외부 협력사가 제작한 배터리 결함으로 공식 발표했다.

갤럭시노트7은 비행기 기내 사용 및 위탁수하물이 금지된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스마트폰이란 기록만 남기고 쓸쓸히 퇴장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입은 손실액만 7조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특히 그동안 갤럭시노트가 쌓은 혁신 이미지와 소비자의 신뢰 손실을 생각하면 금전적으로 추산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였다. 이로 인해 갤럭시노트는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존속의 위기를 맞게 된다.


제6막. 노트의 귀환


2017년 8월, 삼성은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8'을 발표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갤럭시노트 신제품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변함없이 뜨거웠다. 언팩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방문객들은 길게 줄을 이었다.

갤럭시노트8 언팩 발표는 "갤럭시노트7를 잊고 용서해달라"는 사과로부터 시작됐다. 갤럭시노트8은 발화 사고로 빛을 보지 못한 갤럭시노트7의 혁신을 이어받으면서, 갤럭시S8에 적용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계승한 베젤리스 디자인과 삼성 스마트폰 최초로 탑재된 듀얼 카메라로 차별화를 뒀다.

외신들은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갤럭시노트8을 이길만한 제품이 없다"며 갤럭시노트7을 잊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갤럭시노트8은 85만대의 역대 최고 사전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출시 이후 48일 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며 2017년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에 등극했다.

2018년 '갤럭시노트9'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정체성인 'S펜'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시리즈 최초로 자체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된 S펜은 화면 위에서 작동되는 것을 넘어 원격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본체와 떨어져 사진 촬영시 무선 리모컨으로 작동하거나 사진이나 슬라이드를 넘기는 등 새로운 S펜의 사용성을 제시했다. 갤럭시노트7의 트라우마를 벗어나 배터리도 4000mAh로 대폭 늘리며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10'은 시리즈 최초로 '갤럭시노트10'과 '갤럭시노트10 플러스' 두 모델로 출시됐다. 상하베젤과 노치 없이 꽉찬 디스플레이에 구멍 하나만 뚫힌 '펀치홀' 디스플레이로 '역대급 디자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S펜은 6측 자이로 센서와 가속 센서를 내장해 공중에 펜을 움직여 사용하는 '제스처' 기능이 추가돼 '요술봉'이란 별명을 얻었다.

갤럭시노트10은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란 평가를 이끌어내며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부활에 방점을 찍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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