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네이버 V LIVE(브이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된 한류스타 태민 컴백 기념 쇼케이스 / 사진 = 네이버
지난해 네이버 V LIVE(브이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된 한류스타 태민 컴백 기념 쇼케이스 / 사진 = 네이버

네이버가 국내 대형 엔터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SM)에 1000억원이라는 뭉칫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SM-JYP와 더불어 엔터 '빅3'로 꼽히는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브이라이브(V라이브)를 비롯 엔터 콘텐츠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는 같다. 다만 이번 투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계기로 확산하고 있는 비대면(언택트) 엔터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류 콘텐츠의 원조로서 유튜브에 엔터 플랫폼 자리까지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YG 이어 SM에도 1000억 투자, '팬클럽' V라이브로 일원화 


3일 네이버는 SM에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 SM 관계사들과의 사업제휴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SM의 자회사인 SMEJ Plus와 미스틱스토리에 네이버가 직접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SM은 팬클럽 서비스를 네이버 V라이브의 글로벌 커뮤니티 멤버십 플랫폼 'Fanship'으로 일원화해 운영, 글로벌 팬클럽 서비스 역량을 확장 및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양사는 온라인 맞춤형 콘서트 'Beyond Live' 등의 공연은 물론 음악 관련 영상 콘텐츠 제작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당장 큰 시너지가 기대되는 SM의 Beyond Live는 이미 언택트 콘서트의 대표 툴로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26일 슈퍼M을 필두로 6주간 진행된 Beyond Live는 6개팀 합산 50만명 내외의 관중을 모객하며 코로나19 시대에 언택트 모델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Beyond Live는 국내보다 글로벌 접속 인원이 많아 고객 믹스가 다양하게 확보되며 오프라인 콘서트 개최에 따른 잠식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여 새로운 수익 모델의 위치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네이버과 SM은 앞으로 차세대 음악 콘텐츠 등을 전문으로 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부침을 겪고 있는 네이버의 음원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의 역량 개선에도 SM의 콘텐츠가 적잖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YG와의 협업으로 출범한 바이브는 현재 국내 이용자(6월 MAU, 안드로이드)수가 47만명대에 그치며 카카오 멜론(617만명)과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 기다려" V라이브에 한류스타 싣는다 


네이버가 3년만에 엔터 분야에 뭉칫돈을 꺼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엔터 3사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류콘텐츠 유통이 언택트 시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증권가에선 지난달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언택트 콘서트'가 네이버의 엔터 플랫폼 확장의 주 원동력이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빅히트가 개최한 BTS 언택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방방콘)'의 당일 유료 수익은 3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연 당일 90분 동안 107개국의 75만6600여명의 아미(BTS 팬덤)가 몰려 들었고, 유료 팬클럽 가입자 또한 1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충분히 한류콘텐츠의 파괴력을 보여준 셈. 문제는 이들 대부분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을 통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네이버의 관계사 YG의 '블랙핑크'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것이 대표적이다. V라이브를 비롯 자체 엔터 플랫폼을 갖춘 네이버 입장에선 매우 뼈아픈 상황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 입장에선 방송 플랫폼인 V라이브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류스타가 자체 플랫폼 또는 유튜브와 손을 잡을 경우 엔터 시장을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아시아권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플랫폼 라인-V라이브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류스타를 대거 보유한 엔터사의 지분을 확보, 사업제휴를 늘리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잖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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