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LG화학
사진 = LG화학

 

글로벌 1위 배터리 제조사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LG화학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지만 LG화학이 전지사업부 기반의 신설법인으로 대규모 기업공개(IPO) 또는 외부자금 유치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단기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주주들도 적지 않다. 분할 자체의 목적과 방향성을 떠나 '시점'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실제 주식시장에 큰 손으로 자리한 동학개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어느덧 삼성전자와 함께 동학개미의 '원픽'으로 불리는 LG화학의 분할에 대해 테크M이 들여다봤다.


지속되는 전지부문 증설…성장 위한 분할은 필수! 


LG화학은 석유화학과 전지(배터리),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을 영위하는 화학회사로 사실상 주력 사업은 석유화학과 전지로 나뉜다. 지난해 석유화학의 경우 15조5000억원의 매출을, 전지는 8조3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런데 LG전자의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 급증으로 세계 1위로 올라서며 올해 추정 매출은 13조원까지 치솟고 있다. 올해 석유화학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8000억원 가량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전지는 1년새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말 그대로 LG화학이 배터리 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LG화학은 오는 2024년까지 전지 사업부문에서만 30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내건 상황이다. 이 중 전기차 배터리가 20조원 이상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커가는 배터리 매출과 비교해 공장 증설이 더디다는 점.

LG화학은 글로벌 EV 배터리 점유율 1위로 지난해말 기준 150조원에 달하는 수주잔소를 기반으로 올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와 중국을 중심으로 증설이 이뤄지고 있고, 중대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올해말 100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소형 원통형 배터리 또한 지난해말 기준 25GWh였다면, 올해는 중국 중심의 증설을 통해 올 연말 27GWh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LG화학 입장에선 승승장구하는 배터리 사업을 더욱 키우기 위해 막대한 투자액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1GWh 확장 시, 최대 1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이 목표로 잡고 있는 170GWh까지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수조원에 달하는 거액이 필요한 셈. 

이에 LG화학은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이 회사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두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LG화학이 직접 신설법인 지분을 100% 보유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향후 IPO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해당 자금은 고스란히 공장 증설에 쓰일 공산이 크다. 


배터리만 보고 왔는데…'물적-인적' 의미 떠나 분할 싫어요?


이처럼 LG화학에서 전지사업부만 물적분할해 LG화학이 자회사를 거느리는 방식이라면 사실 기존 주주 입장에선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기존 전지사업부가 떨어져서 분할회사(전지사업부)가 생기고, 기존 회사(LG화학)는 유지되는 만큼, 분할회사는 분할존속회사의 100% 자회사가 된다. 각각 50%의 지분으로 쪼개지는 인적 분할과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전일대비 5.4% 급락한 주당 68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도 주당 68만원까지 밀리며 매도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앞서 증권가에선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를 분사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17일 이사회에서 확정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선 단기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 심리로 해석한다. 수년째 언급되던 배터리 분할이 갑자기 가시화된 이유가 최근 급등한 주가를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아울러 추후 LG전지(가칭)가 별도 IPO를 진행할 경우, 아예 배터리만 보고 LG화학을 투자한 주주 입장에선 오히려 인적분할을 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LG화학 본업 기업가치에 대한 일부 우려와 테슬라 배터리데이 관련 이슈 등이 결부돼 매물이 일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래전부터 언급됐던 분할 이슈가 가시화되면서 고점으로 판단한 단기 차익매물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LG화학이 분할을 통한 사업 비전을 공식화할 경우, 혼란은 바로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은 이미 2020년 상반기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1위를 차지했고, LG화학 배터리의 진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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