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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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유난히도 빨리 추워진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줄어든 상황에서 e스포츠 역시 아쉬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리그는 열리지만 팬들과는 만날 수 없는 시간들 말입니다.

특히 카트라이더 리그는 더욱 아쉬움이 큽니다. 2019년 엄청난 속도로 팬들의 사랑이 커졌던 카트라이더 리그는 그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현재 팬들과의 만남을 잠정 휴업 중입니다. 리그는 진행되고 있지만 팬들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모두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죠.

넥슨 e스포츠팀 김세환 팀장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됩니다. 어떻게 하면 팬들과 리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말이죠. 또한 넥슨의 달라진 e스포츠 정책을 어떻게 적용시켜 나가고, 어떻게 하면 더 넓은 범위로 e스포츠를 확장 시킬지도 고민 중입니다.

어느 때보다 생각이 많은 김세환 팀장을 만난 것은 햇살은 따뜻하지만 바람은 추웠던 10월이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모바일 게임의 e스포츠화 그리고 넥슨의 다양한 e스포츠 리그의 미래에 대해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생활 가까이에 있는 e스포츠


넥슨은 2020년을 아마추어와 생활e스포츠의 활성화를 모토로 e스포츠 목표를 잡았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프로 영역뿐만 아니라 아마추어와 생활e스포츠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그런 고민이 들었어요. e스포츠 리그를 시청하는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현장을 찾아오는 팬들도 는 것은 사실이죠. 그런데 '그래서 뭐?'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런 지표들을 가지고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고민이었죠. 

결국 e스포츠는 게임과 상생해야 하잖아요. e스포츠가 게임의 인기에 도움을 주고, 게임의 인기도 e스포츠가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정말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우선은 플레이어들이 리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죠."

현재 넥슨은 카트라이더 리그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형식의 리그들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고등 피파, eK리그 등 프로뿐만 아니라 아마추어들도 도전할 수 있는 리그들 말입니다. 다양한 콘셉트를 가지고, 승부와 즐거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리그들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온라인으로 열 수 있는 아마추어 대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결국 e스포츠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잖아요. 코로나19로 e스포츠가 생활 깊숙이 뛰어들 기회를 잡은 셈이죠."


모바일 게임과 e스포츠


김세환 팀장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통해 모바일 게임의 e스포츠화에 대한 고민도 시작했습니다. 사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정기적인 e스포츠 리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많은 제약들이 있기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경우 리그를 원하는 목소리가 워낙 높습니다.

/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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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리그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사실 현재 가장 많은 리그가 열리는 게임 역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고요. 넥슨이 꼭 주최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단체에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대회를 열고 있거든요.

e스포츠라는 것이 그런 것 같아요. 꼭 경기장이 있어야지만, 모양새가 갖춰져야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접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일 때 더욱 가치가 높은 것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기존과는 다른 리그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는 명절마다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아이돌 체육대회'가 코로나19로 인해 e스포츠 대결로 변경돼 진행됐습니다. 거기에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종목으로 당당하게 입성했죠.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이기에 시간이 없는 아이돌들도 많은 인원이 이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모바일 게임의 리그 접목에 대해 고민이 깊어졌어요. 꼭 프로화가 되지 않다 하더라도 리그에 대한 열망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사실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지만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아마추어 리그, 프로화된 리그 등 다양한 모델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바일은 본인이 플레이 했다는 사실을 인증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너무나 쉽게 대리 게임을 시킬 수 있기에 '언택트'로 리그를 진행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게다가 휴대폰 기종에 따른 속도 격차가 존재하고, 장소에 따른 네트워크 문제까지 겹칩니다. PC에서는 대부분 해결된 문제들이 모바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산재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죠. 누구에게 미룰 수 없으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깊어지고 넓어진 리그에 대한 고민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언택트'가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e스포츠 리그가 각광받고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예전에는 리그가 사고 없이 무사하게 치러지는 것만을 고민했다면 지금은 고민의 깊이와 넓이가 동시에 커졌어요. 우선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해야 해요. 게다가 리그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2020 시즌1 결승전을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장소도 무산되고 무관중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됐을 때 김 팀장은 너무나 속상했다고 합니다. 선수들과 팬들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을 계속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들었습니다.

/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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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쁜 순간을 팬들의 환호 없이 덩그러니 선수들만 있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죠. 지금 온라인 팬미팅 등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서브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수들이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고요."

예전에는 단순히 하이라이트만 편집했다면 지금은 카트라이더 리그 하나에도 스토리 라인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해 더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선수들의 이야기를 잘 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유튜브에 어떤 콘텐츠을 올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기존 e스포츠 리그에서는 하지 않았던 고민들이죠. 경기 영상 하나도 쪼개고 쪼개 팬들이 보는 재미를 더하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최근에는 영상 기획까지 고민하면서 PD로 일하는 느낌까지 들어요(웃음). 시대가 바뀌니 해야 할 일도 변화의 기로에 선 것이죠."

현재 넥슨은 유튜브에 '카튜브'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트라이더 리그를 좀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채널입니다. 여기에 업로드 되는 영상은 e스포츠팀이 고민하고 참여한 것들입니다. 이제는 리그만 만들어서는 팬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카튜브'를 통해 시청자들이 리그를 보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희가 노력한 보람이 있잖아요.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지만 그로 인해 리그가 더욱 풍성해지고 나아가 e스포츠 리그 풀이 넓어지면 좋겠어요.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e스포츠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향후 넥슨 e스포츠 리그들은 더욱 생활 속을 파고들 예정입니다. 아마추어와 프로 가릴 것 없이 어떤 풀에서도 리그를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넥슨 e스포츠 리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도록 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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