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팬들과 만나지 못한지도 어언 1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선수들도 이제 체념한 듯 합니다. 뜨거운 환호 속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던 선수들은 이제 무관중 경기장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언택트'로 전환된 카트라이더 리그. 익숙해진 선수들과 달리 팬들은 아직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매번 선수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 앞에서 밤을 새고 줄을 서던 그들의 열정을 풀어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죠.
온라인 치어풀로 달래는 아쉬움
이런 팬들의 고민을 넥슨 e스포츠팀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OGN과 함께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면서도 팬들과 선수들이 좀더 가까이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실현 가능한 것들부터 차근차근 도입했습니다.
경기장에 팬들이 오게 되면 가장 달라지는 풍경이 바로 치어풀입니다. 경기 도중이나 잠시 쉬는 시간 동안 팬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치어풀이 화면에 잡히면,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던전앤파이터 리그에서는 '베스트 치어풀'에 선물을 증정하면서 엄청나게 고퀄리티의 치어풀이 등장, 인기를 모으기도 했죠.
그래서 도입된 것이 바로 온라인 치어풀입니다. 경기 시작 전 유튜브 커뮤니티에 응원 댓글을 등록하면 중계진들이 방송 중에 읽어줍니다. 성승헌 캐스터와 정준, 김대겸 해설 위원의 찰떡같은 목소리로 읽여주는 응원 문구는 마치 현장 치어풀을 감상하는 듯한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문호준을 응원하는 한 팬은 "항상 현장을 갈 때 치어풀이 방송에 잡힐 수 있도록 엄청난 공을 들였던 기억이 있다"며 "이렇게라도 온라인으로 치어풀로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게 돼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퇴근길 라이브로 '온라인 팬미팅' 효과
코로나19가 유행되기 전, 팬들이 현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팬미팅'이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직접 줄 수도 있고, 사인을 받거나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팬미팅'은 카트라이더 팬들이 현장에 오게끔 만드는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경기가 치러지면서 '팬미팅'은 커녕 경기석에 앉은 선수들의 얼굴 이외에는 볼 수 있는 장면이 한정돼버렸습니다. 아마도 팬들이나 선수들 모두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에 넥슨과 OGN은 토요일 경기가 끝난 뒤 퇴근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는 '퇴근길 라이브' 코너를 선보였습니다. 실시간으로 채팅장에서 선수들과 소통하고, 그날의 에피소드를 선수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코너를 통해 팬들은 실제로 팬미팅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단순히 화면 안에서 팬미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퇴근길을 함께 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팬들에게는 더욱 호응이 큽니다. 선수들이 퇴근하는 모습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기에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후원사 SKT도 뛰어든 '온택트'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리그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현장 이벤트를 전혀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리그 후원'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 리그를 후원하는 SK텔레콤은 다른 후원 기업들보다 한발자국 더 앞서 온라인으로 팬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온택트'로 팬들과 소통하는 넥슨과 OGN을 전폭 지원하며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다가오는 결승전에 가상현실(VR) 응원 이벤트를 열어 ‘온택트’ 관람 문화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리그 팬들이 점프 VR 앱에서 경기 생중계를 시청하며 아바타 기반의 응원전을 즐기도록 제공할 예정인데요. 올해 두시즌 연속 리그 후원에 참여한 SK텔레콤은 온라인 중심인 지금의 e스포츠 환경이 SKT 5GX Jump를 알리는데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오는 11월 7일 점프 VR 카트라이더 소셜룸에서 대형 모니터가 설치된 가상공간에 아바타 관람객으로 입장해 결승 경기를 함께 시청할 수 있습니다. 11월 7일부터 8일까지 아바타 응원전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파라곤 X, 황금기사 X와 같은 카트바디를 총 50명에게 제공하는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다양한 '온택트' 시도는 지금도 진행 중
얼마 전 넥슨e스포츠팀 김세환 팀장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온라인으로 팬들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 시도하고 있는 것 이외에도 현장에 오는 것만큼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죠.
그래서인지 경기별 합산 조회수는 지난해 보다 30%나 증가했습니다. 현장을 찾지는 못하지만 팬들의 응원 열기나 카트라이더 리그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게임사와 선수들 그리고 방송국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내년에도,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리그를 잘 만드는 것 이외에도, 어떤 방법으로 팬들에게 현장을 오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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