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라이브 쇼핑 서비스 라이브커머스/ 사진 = 네이버쇼핑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SK텔레콤과 손잡고 지분투자를 결정, 국내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SK텔레콤이 아마존과 피를 섞고 11번가 살리기에 돌입한 것.

여기에 롯데-신세계  자사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는 한편, GS리테일은 홈쇼핑과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합치며 디지털 전환에 역량을 집결하는 모습이다. 이베이코리아와 위메프-티몬 등 각각의 킬러콘텐츠를 갖춘 쇼핑 플랫폼도 합종연횡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들 모두 '네이버-쿠팡'의 양강 체제를 흔들겠다는 의자가 엿보인다. 특히 이종업계와 손을 잡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아마존 끌어들인 11번가, 살림합친 GS…유통가 합종연횡 '눈길'  


16일 아마존은 SK텔레콤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 아마존이 11번가의 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갖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분율이나 협력 조건 등이 밝혀진 바 없지만, 양사 간 협력은 내년쯤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서는 최대 3000억 규모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11번가 상장 이후 아마존이 약 30% 정도 11번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GS리테일과 GS홈쇼핑 또한 이사회를 열고, 양사간 합병 안건을 통과시켰다. 두 회사 모두 상장사지만, 오프라인 유통과 모버일 커머스의 결합을 꾀해 오는 2025년까지 취급액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GS리테일은 GS25 편의점을 포함해 전국 1만5000개 이상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고, GS홈쇼핑은 국내 대표 홈쇼핑 업체로 모바일 쇼핑앱(GS샵) 월간 순이용자가 300만명에 이른다. 아울러 패션과 리빙 등에 강한 홈쇼핑과 신선식품에 강점을 가진 편의점, 슈퍼마켓 사업이 더해져 상호 시너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그룹 또한 지난 4월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ON)'을 선보인 이후, 전 계열사 제품 통합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CJ오쇼핑과 CJ E&M 또한 지난 2018년 합병을 결정하고 CJ ENM을 출범, 콘텐츠 역량과 상품기획 역량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 = 쿠팡
사진 = 쿠팡

 


네이버-쿠팡이 무서워…유통가 위기의식 확산


각각 오픈마켓과 오프라인에 주력하던 기존 유통가가 이처럼 합종연횡에 팔을 걷고 나선 이유는 가파른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와 달리 성장국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130조원으로 추정되며 2년 후인 2022년에는 2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해당 과실을 네이버와 쿠팡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전국 170개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국내 유통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킨 쿠팡은 올해 들어 국내 이용자만 2000만명에 달하는 메가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택배 직영체제로 택배 기사 과로사 논란을 빗겨가며 발 빠른 로켓배송를 강화, 올해 거래액만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사실상 롯데온과 SSG닷컴을 밀어내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전국 30만명의 자영업자를 끌어들인 네이버쇼핑은 최근 CJ그룹과 지분동맹을 맺고 CJ대한통운을 이용한 풀필먼트(입점 판매자의 배송·포장·재고 관리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 대출서비스에 이어 포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포인트 제도까지 갖추며 연 거래액을 20조원 규모로 불렸다. 

여기에 고화질의 라이브커머스까지 확보하며 홈쇼핑 업계까지 발을 뻗는 모습이다. 더나아가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계기로 라인 메신저가 지배하고 있는 아시아시장으로 네이버쇼핑을 확산시키겠다는 각오다. 이를 통해 국내 자영업자의 아시아 수출의 거점 역할을 맡을 공산이 크다. 양사 모두 이미 고객의 습관화를 통해 두터운 쇼핑 장벽을 만든데다, 플랫폼 락인을 위한 다양한 미끼상품을 추가하고 있어 기존 유통가가 이를 쉽게 뚫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타사와의 합종연횡으로 경쟁 수단을 늘려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유통가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쇼핑의 출현으로 기존 유통가는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분위기"라며 "배송은 쿠팡에 밀리고, 고객 혜택은 네이버를 이겨낼 재간이 없어 유통가의 합종연횡은 생존을 위해선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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