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앱이 당신의 데이터를 추적할지, 스스로 선택하세요"
21일 애플이 공개한 '개인정보 보호, 당연히 아이폰(Privacy. That’s iPhone)' 광고 캠페인 마지막편에선 우리 주위를 끊임없이 쫓아다니며 각종 데이터를 캐가는 앱들을 의인화해 연출했다.
커피를 마시고, 택시를 타고, 치약을 고르는 등 사용자의 일과를 끊임없이 '추적'하던 이들은 주변을 가득 메울 정도로 거대한 무리로 불어나다 아이폰에 뜬 '앱에 추적 금지 요청' 버튼을 누르자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다.
'앱이 다른 회사의 앱 및 웹 사이트에 걸친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습니까?'라는 질문 밑에는 '사용자 정보는 추적되며 다른 기업에 판매됩니다'라는 꺼림칙한 문구가 달렸다.
어떤 앱에 추적 당할지 스스로 선택하라
애플은 아이폰의 새 운영체제(OS) 'iOS 14'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에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하는 '앱 추적 투명성(ATT)'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를 추적하고자 하는 모든 개발사의 앱은 추적 안내 팝업을 통해 사용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추적'이란 앱에서 수집된 사용자 또는 기기 데이터를 다양한 업체의 앱, 웹사이트 또는 오프라인 영역에서 표적 광고나 광고 측정 목적으로 연결짓는 행위를 말한다. 또 사용자 또는 기기 데이터를 데이터 브로커와 공유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그동안 많은 이들은 온라인과 앱에서 일어나는 광범위한 추적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못했으나, 업계에 따르면 앱 하나에는 평균 6개의 '트래커(추적자)'가 따라 붙는다. 이들은 사용자를 추적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가공해 수익을 위해 거래한다. 이런 시장은 연간 2270억달러(약 256조원) 규모에 달한다.
앱 추적 선택권 강화, 애플 이어 구글도 가세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앱 추적 투명성을 전면에 내세우자 모바일 OS 양대산맥인 구글도 가세했다.
구글은 지난 18일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21'에서 차세대 OS '안드로이드12'를 공개하며 '프라이버시 대시보드'라는 기능을 선보였다. 이는 어떤 앱이 이용자의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카메라 등의 기능을 이용하고 있는지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사용자는 대시보드를 통해 이런 기능들을 승인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안드로이드12는 상태 표시줄 오른쪽 상단에 특정 앱이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고 있는지 표시해주거나, 앱에 정보 권한을 줘도 범위를 제한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에 특히 신경을 썼다. 구글은 앞서 지난 3월 "웹사이트 방문 이력 등을 수집하는 맞춤형 광고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애플이 일으킨 개인정보 보호 날갯짓이 구글까지 번지며 전 모바일 생태계에 나비효과를 일으키자 페이스북 등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한 표적 광고를 주력으로 하던 플랫폼 기업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광고 시장의 위축으로 타깃 광고에 의존하던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또 일각에선 이런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생태계 독점력을 더 강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