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권 거부당한 은행권, 보수적 계좌지급 '가닥'
투자업계 "잡코인 퇴출 빨라질 것"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및 실명계좌 발급 개선 방안 정책포럼 지정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및 실명계좌 발급 개선 방안 정책포럼 지정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이성우 기자

 

은행연합회가 이르면 주중 가상자산(코인) 거래소의 생사를 가를 거래소 평가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고객들의 직업과 취급 코인의 면면을 보고 계좌발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이 쏠린다. 정부가 은행권의 '면책권' 요구를 거부한 만큼, 은행 또한 책임 회피를 위해 최대한 보수적인 방식으로 계좌를 선별·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7일 박창옥 은행연합회 본부장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및 실명계좌 발급 개선 방안 정책포럼'에 참석해 "은행연합회가 시중 은행에 배포한 가상자산 거래소 평가 방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선 ▲대부업자와 환전상 ▲전당포 및 카지노 관련 종사자 ▲귀금속, 예술품, 미술, 골동품 ▲컴퓨터 관련 종사자 ▲전자상거래, 통신판매업 종사자들이 많은 거래소는 계좌를 지급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 변호사 등 법무관련 종사자 ▲공인회계사 및 회계 관련 종사자 ▲의사 등 의료 관련 종사자가 많은 경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결국 직업적 안정성 또는 소위 사기를 치거나 환전이슈·범죄 악용 등에서 거리가 먼 직업군, 정부가 직접 거래현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이들에게만 투자의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다. 더불어 글로벌 유동성을 갖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또는 대기업 발행코인을 취급하는 거래소가 계좌를 받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잡코인은 취급하지 말라는 얘기다. 

투자업계에선 당국과 은행권이 면책 여부를 두고 실타래를 풀지 못한 만큼, 이같은 가이드라인 중 상당수가 결국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생기더라도 은행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은행에는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면책조항' 의견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그러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답한 상태다.

만약 은행권이 이 두가지 기준안을 실제로 가이드라인에 적용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관리하기 쉬운 '일부 직업군', '대형 코인' 위주로 시장을 재편할 경우, 투자자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얘기로 귀결된다"면서 "지난 2017년 이후, 은행들이 거래소 '빅4' 외에 계좌를 주지 않은 것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것으로 9월 이후 시장이 더욱 위축 공산이 커졌다"고 추정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