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불거진 김택진 위기론...이번엔 글로벌 리니지로 승부수
동일 BM의 역설, 亞 린저씨로 외연 확장 총력
주당 120만원을 넘봤던 한국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이제 주당 60만원대 지지도 버거운 모습이다. 이른마 '핵과금러'라 불리던 '린저씨(리니지 마니아)'들이 오딘으로 떠나며 엔씨소프트를 지탱하던 기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
그러나 한가지 잊은 것이 있다. 20년이 넘는 시간 누적된 MMORPG 빅데이터와 '컴플리트 가챠(카드를 맞추는 방식의 확률형 뽑기)'로 대표되는, 게임 내 인간의 욕구를 가장 잘 알고있는 이가 바로 '택진이형'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는 5년전 모바일 전환이라는 첫번째 관문을 가뿐히 통과했다. 오히려 PC MMORPG 시절보다 더 강력한 BM을 발굴, 모바일 게임판을 뒤흔들었다. 이제는 글로벌이라는 두번째 관문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韓 '린저씨' 숫자가 많지 않았다...동일 BM의 역설
올해 불거진 엔씨소프트의 침몰은 사실 예견돼 있었다. 트릭스터M이 전조였다. 무려 500만명의 이용자가 예약에 참여한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MMORPG '트릭스터M'은 출시 후 불과 한달새 매출 차트에서 사라졌다.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대동소이한 결제 시스템이 문제였다. 리니지 스타일과 비즈니스 모델(BM)이 같았고, 결국 스킨만 다를 뿐 리니지 시스템을 재탕했다는 여론이 팽배해져갔다.
8월 출시된 블래이드앤소울2까지 비슷한 기조가 이어졌다. 결국 신작 IP와 기존 BM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게 됐고 동일한 유저풀에, 비슷한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엔씨스타일에 대한 신/구 유저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리니지M-리니지2M 이용자에 대한 이른바 '마른수건 짜기', 추가 과금 콘텐츠에 린저씨까지 등을 돌리게 됐다. 신작 부진에 따른 이익 부담을 기존 이용자에게 지우려다 역공까지 당한 것이다.
사실 엔씨소프트의 왕좌를 흔든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역시 BM은 리니지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5만~10만원만 내면 할 수 있는 콘솔 패키지 게임과 달리, 리니지형 MMORPG는 경쟁과 성장, 자본주의에 기반한 인간의 욕구가 오롯이 반영됐다. 리니지형 MMORPG는 지속적으로 "남보다 강해야한다"는 부담을 지어준다. 이용자는 소요된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 거듭된 과금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고, 게임 내 형성된 인간관계(커뮤니티)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과금이 이어진다. 게임플레이를 통해 얻어지는 박진감과 콘텐츠 소비에 따르는 즐거움은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같은 과금 이용자들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업계 추정, 월간 100만원 이상의 과금 이용자들은 약 1만~3만명 수준으로 추정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오딘 출시 후, 누적 300만원 이상을 지출한 이용자는 약 1만명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누적으로 억단위의 거액을 투입한 이들도 수두룩하지만, 기본적으로 평범한 게이머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다. 이유야 어떻든, 이들이 오딘으로 이동했다면 이는 곧바로 엔씨소프트의 위기가 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숫자가 한정된 MMORPG 충성 이용자를 유지하는 동시에, 신시장 개척을 위해 새로운 BM을 마련했어야했다"며 "PC 온라인 시절과 달리, 계정을 사고팔고 얻어지는 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안일하게 시장을 바라보다 이같은 상황을 맞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전초기지 리니지W...한국형 MMO 亞에 심는다
오딘도 결국 리니지 시지르와 같은 BM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BM 자체의 문제가 아닌 운영 노하우와 더불어 시장 크기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마지막 리니지IP'를 개발한다는 가정 하에 준비한 프로젝트로 정의했다. 이를 볼 때 리니지W는 글로벌 출시에 초점을 맞춘 게임 밸런스 및 과금 체계가 장착될 전망이다.
개발 단계부터 국내시장 뿐 아니라 해외시장 공략을 목표로 개발된 만큼, 인당 목표 과금치를 소폭 낮추돼 국가간 경쟁시스템을 도입, 린저씨의 결제 욕망에 '애국심'을 얹을 공산이 크다. 이른바 글로벌 린저씨의 등장이다. 이는 기존 MMORPG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대규모 글로벌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 국가간 경쟁 콘텐츠를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갖췄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유저를 대상으로하는 게임인 만큼 P2W(Pay to Win)모델이 아닌 새로운 BM 중심의 게임일 가능성 존재해왔으나 쇼케이스에서 나타난 핵심 BM은 P2W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글로벌 유저들의 참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P2W의 강도를 얼마나 조절하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증권가에선 과금 체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 몇 년간 높은 과금성을 유지하기 위해 MMORPG들은 콘텐츠를 단순화시키면서 전투력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모바일 MMORPG는 결과 중심의 게임 콘텐츠만 만연하게 됐고 과정 중심의 콘텐츠는 사라졌다. 그런데 애국심이라는 특수성을 가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학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동시출시와 더불어 멀티디바이스, AI번역, BM, 콘텐츠가 글로벌향으로 제작된 게임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글로벌에 대한 전략이 통할 수 있는지 판가름 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향후 출시될 게임들도 글로벌 동시출시가 유력한 상황에서 리니지W의 성패 여부가 출시 전략 및 일정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리니지W 출시 계획을 공식화한 엔씨소프트는 동시에 해외시장 확장을 위한 신규 모멘텀 발굴에 착수한 모습이다. 지난 10일,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IP 5종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계약상대방과의 비밀유지 조항에 의거해 계약 상세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퍼블리싱 계약금액은 지난해 연결매출액의 2.5% 이상으로 최소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선 자체 IP 기반의 콘솔게임 유통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추정하고 있다. 결론은 이 역시 글로벌이라는 점이다. 무려 4000여명의 '1등 개발자'를 갖춘 유일무이한 메이저 게임사가 쉽게 무너질 리 없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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