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살펴보니...오딘 등장에도 정작 '리니지M-리니지2M' 굳건
'PER 여전히 30배' 韓 모바일 MMO 시장의 5할은 엔씨소프트 몫

리니지M 월간 순이용자 추이 / 그래프=모바일인덱스
리니지M 월간 순이용자 추이 / 그래프=모바일인덱스

개발자만 4000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불과 일주일새 시가총액 5조원을 날려 버렸다. 거대한 금융위기나 북핵 위기의 고조, 국지성 도발도 없었다. 단지 한종의 신작 게임이 욕을 먹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려가 과하다. 신작게임의 매출 순위는 4위다. 2위와 3위 게임도 엔씨소프트의 차지다. 스마트한 투자자라면, 실망할 수 있어도 오판은 안된다.


오딘 쇼크? 리니지M 이용자 오히려 20% 늘어...리니지2M도 굳건 

지난달 31일 기준, 구글의 애플리케이션 마켓 구글플레이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리니지2M, 블레이드앤소울2가 나란히 매출 순위 2~4위를 점하고 있다. 일 추정 매출 합산규모만 50억원에 이른다. 국내 모바일 MMORPG 시장 일매출 규모는 약 100억원 규모로 사실상 시장의 5할이 엔씨소프트 몫이란 얘기다. 

엔씨소프트와 더불어 선두자리를 다투고 있는 넥슨과 최근 국내 게임대장주 자리를 꿰찬 크래프톤의 경우, 모두 자사 게임이 국내 매출 순위 5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특히 매출 1위 게임인 카카오게임즈 '오딘' 등장 이후에도 리니지 모바일의 수치는 건재하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리니지M의 7월 순이용자수는 29만명으로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딘이 출시된 지난 6월말과 비교하면 오히려 20% 가량 이용자가 늘었다. 오딘에게 이용자 상당수를 빼앗긴 것으로 알려진 리니지2M 역시, 막상 7월 지표를 살펴보면 순이용자는 10만명에 달한다. 한달새 고작 10% 가량만 빠진 것이다. 

결국 블소2의 실망감이 엔씨소프트의 기업가치를 순식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뻔한 과금 모델과 그래픽 논란, IP 활용의 부재 등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블소2의 일매출은 여전히 5억~7억원대에 달한다. 오딘을 끌어내려야한다는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기존 캐시카우가 건재한 상황에서 최근의 주가폭락은 매우 과도해 보인다. 

실제 올해 엔씨소프트의 추정매출은 2.2조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PER는 여전히 30배 수준에 불과하다. 오딘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카카오게임즈와 '게임가의 블루칩' 펄어비스, 위메이드의 PER을 보면 쉽게 매수 버튼을 누르기 어려울 것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캐리커쳐=디미닛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캐리커쳐=디미닛

 


블소2 충격으로 달라진 멀티플? 택진이형 진짜 뿔났다 

상황을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여타의 게임사들과 달리 과금형 MMORPG라는 새 장르를 개척, 성장과 경쟁·협동을 통한 새로운 재미를 만든 곳이다. 게임성과 그래픽 등으로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평가절하한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쫄깃한 뽑기가 비판의 대상이라면, 이 역시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하염없이 말을 타고 산을 바라보는 서구형 RPG와 대다수의 게이머가 극찬하는 레드데드리뎀션, GTA와는 아예 장르가 다르다. 

사실 오딘 역시,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용자 환경(UI-UX) 모두 리니지 스타일을 가져왔다. 다만 2030세대를 끌어당기기 위한 낮은 과금성에 화려한 그래픽, 스토리로 시장의 허들을 낮췄을 뿐이다.

물론 청출어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블레이드앤소울2에 대한 민심악화와 엔씨소프트를 향한 우려의 시선은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잊어선 안될 것이 있다. 업계 유일, 대표가 개발총괄을 겸직하는 곳이 바로 엔씨소프트다. 김택진 대표가 곧 엔씨소프트의 멀티플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20년간 누적된 MMRPG 시장의 빅데이터는 오로지 엔씨소프트만 갖고 있다. 

당장 상황을 뒤집을 카드는 충분하다. 글로벌 리니지를 향한 첫 교두보인 리니지W와 아이온 시리즈, 리니지 후속작으로 불리는 프로젝트TL 등 모멘텀이 쌓여있다. 앞서 보았듯, 기존 캐시카우는 여전히 단단하다. 아무리 부정적으로 봐도 시가총액 14조원대의 현 기업가치는 납득하기 어렵다. 

모바일 MMORPG 선구자는 당연히 엔씨소프트다. 무려 4000여명의 '1등 개발자'를 갖춘 유일무이한 메이저 게임사가 쉽게 무너질리 없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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