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모빌리티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여론의 뭇매를 맞은 카카오의 모빌리티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까지 미루고 상생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어 주목된다. 수년간 무료로 운영 중인 카카오내비에 이어 퀵서비스까지 종료한 가운데, 이제는 가맹택시 사업자와의 상생 협력을 통해 플랫폼의 공적 역할을 미루지 않겠다는 의도다. 


택시 운수사와 손 잡는 카카오모빌리티...소통 채널 확대 

1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 가맹점협의회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운송가맹사업 자회사인 KM솔루션과 상생협력 업무협약(MOU)을 전국 최초로 체결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양측의 업무협약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건강한 가맹 사업 구조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진행됐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14일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발표에 맞춰 상생 플랫폼 구축 계획과 골목 상권 철수 계획, 파트너 지원 확대 방안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사업자와의 상생 협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진행됐다.

카카오택시 가맹점협의회는 현재 서울 지역 138개 가맹택시 운수사 중 지난 5월 103개 운수사가 뜻을 모아 자발적으로 설립한 전국 첫 가맹택시 점주 협의체다.

이번 협약 체결에 따라 카카오택시 가맹점협의회는 KM솔루션과 10월 첫 정례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양측은 가맹택시 사업이 건강한 사업구조를 갖춰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제기된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는 등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가맹점협의회 임상원 위원은 "이번 업무협약이 가맹점의 목소리가 왜곡되지 않고 현장의 다양한 의견들이 가맹 본점 측에 전달 및 논의되어 가맹사업 관련자 모두가 상생하고 행복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가맹점 사업자들은 서비스 공급자로서 고객님들께 보다 품질 좋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M솔루션 강영석 본부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가맹점과의 소통 채널을 확대해 일선 현장에서 힘쓰고 있는 가맹택시 사업자 여러분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겠다"며 "가맹택시 사업이 가맹점 사업자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 동반 성장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수익은 시간을 두고...상생에 주력하는 카카오T 

지난달 14일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을 향한 여론악화를 의식,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을 월 3만9000원으로 인하했다.

동시에 연내를 목표로 진행 중이던 IPO 일정도 잠시 미뤄둔 상황이다. 아울러 캐시카우로 성장을 기대했던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도 철수했다. 이때문에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손익분기점 돌파를 예고했던 기존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플랫폼의 수익성을 입증한 뒤 내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었던 만큼 운신의 폭 역시 좁아졌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핵심서비스인 카카오택시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앞세워 대리운전과 주차사업 등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3000억원 규모로 불렸으나 연간 100억~200억 가량의 적자가 이어졌다.

계속된 적자에도 확장이 이어진 이유는 카카오의 확장성을 믿고 유입된 외부자금 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출범 당시 TPG컨소시엄과 칼라일그룹, 구글, LG·GS 등으로부터 목돈을 수혈하며 1조원 가량의 외부자금을 확보, 기업가치 역시 4조원 규모로 불렸지만 차익실현을 희망하는 외부파트너 탓에 흑자전환 필요성은 높아져갔다. 이에 가맹택시를 기반으로 스마트호출과 멤버십, O2O 사업 등을 통해 수익 확보를 노렸다. 시장에서도 국내 1위 모빌리티 사업자의 플랫폼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이르면 올해말 손익분기점을 넘길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택시 관련 수익 확보가 일부 정지된 데다, 앞으로도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규제 칼날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투자사들이 오매불망 기다렸던 IPO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급격한 수익확장보다는 당분간 플랫폼의 공적역할에 주력, 카카오 그룹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 막대한 트래픽을 보유한 만큼, 다양한 곳에서 수익화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압도적인 모빌리티 트래픽을 갖춘 탓에 단기 수익 확장은 미뤄졌지만, 여론의 상황을 봐가며 충분히 연계가 가능할 것"이라며 "투자사와의 협의를 통해 IPO 일정은 조정될 공산이 크지만, 국내 1위 모빌리티 기업의 벨류에이션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