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18일 삼성전자의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2200'이 공개됐습니다. 엑시노스 2200은 삼성이 AMD와 손잡고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첫 모델로 발표 전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개 이후 뒷말이 무성합니다. 삼성은 지난 12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공지했던 엑시노스 2200 공개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습니다. 이 사이 출시 연기설과 함께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엑시노스 2200이 전량 폐기됐다거나 갤럭시 S22 탑재가 아예 취소됐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떠돌았습니다.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 삼성은 엑시노스 2200의 깜짝 출시를 알렸습니다. 전작 '엑시노스 2100' 때와 달리 별도 공개 행사도 없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엑시노스 2200의 수율과 성능 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가운데, 막상 정식 공개 이후에도 탑재 모델과 CPU 클럭수 등 상세 스펙을 공개하지 않아 여전히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GPU 바꿨는데…여전한 성능 논란

그동안 엑시노스의 가장 큰 약점으로는 GPU가 꼽혔습니다. CPU의 경우 스냅드래곤 등 다른 경쟁사들과 동일하게 ARM의 아키텍처를 가져와 썼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GPU에서는 엑시노스에 탑재한 ARM의 '말리(Mali)'가 퀄컴의 '아드레노'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갤럭시 플래그십 제품군에 주로 엑시노스가 탑재되던 유럽에선 스냅드래곤을 탑재해달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삼성은 지난 지난 2019년 '라데온' 그래픽카드로 유명한 AMD와 업무협약을 맺고 엑시노스에 들어갈 새 GPU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이번 엑시노스 2200에는 협업의 결과물인 '엑스클립스' GPU가 최초로 탑재됐습니다. AMD의 최신 그래픽 아키텍처인 'RDNA 2' 기반으로 개발된 엑스클립스를 통해 엑시노스는 모바일 AP 최초로 '레이트레이싱' 기능을 탑재하는 등 게임 그래픽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CPU 클럭수와 정확한 수치적 성능 향상에 대해 함구하면서 성능에 대한 의문점이 여전한 상황입니다. 현재까진 4나노 공정으로 개발된 엑시노스가 수율을 제때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IT 팁스터들은 삼성이 엑시노스 2200의 발열을 잡지 못하면서 당초 설계했던 클럭수를 구현하지 못하고 계속 성능을 낮췄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믿기 어려운 벤치마크 결과

엑시노스 2200의 성능은 아직 탑재한 제품이 없기 때문에 확실히 알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일 GSM아레나 등 외신에 따르면 IT 팁스터(정보유출자) 이산 아가왈(Ishan Agarwal)과 인도 IT미디어 '마이스마트프라이스(MySmartPrice)'는 엑시노스 2200의 초기 벤치마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의 성능을 측정하는 긱벤치5(Geekbench 5)에서 엑시노스 2200은 싱글코어 1108점, 멀티코어 3516점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는 '갤럭시 S21' 시리즈에 탑재됐던 '엑시노스 2100'이나 '스냅드래곤 888'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사진=GSM아레나
/사진=GSM아레나

또 다른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안투투(Antutu)에서 엑시노스 2200는 96만5874점을 기록, 엑시노스 2100 보다 46%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동급의 경쟁 제품이라 할 수 있는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나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000'은 100만점 이상을 획득해 역시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그래픽 성능을 측정하는 GFX 아즈텍 루인스(GFXBench Aztec Ruins) 벤치마크에서 초당 109프레임을 기록해 작년에 나온 스냅드래곤 888 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래픽 성능 향상이 가장 큰 개선점이라고 알려졌던 데 비하면 안타까운 수치입니다.

다만 이번 벤치마크 결과는 스크린샷 등이 없어 출처가 의심스럽고, 최종 칩셋의 성능은 개발 단계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새로운 CPU 아키텍처 도입에도 불구, 전작과 성능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상해 보입니다. 허나 지금까지 전작과의 성능차이가 미비하다는 루머가 많았기에, 이런 수치들이 비관적인 추측들에 계속 힘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치열한 스마트폰 두뇌 싸움…설 곳 잃은 엑시노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며 사실상 스마트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부품입니다. 애플 '아이폰'은 자체 설계한 'A' 시리즈 AP를 통해 벤치마크 수치 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최신 제품인 '아이폰13'을 공개하며 경쟁사 제품에 대해 "2년 전 내놓은 칩 성능을 따라잡기도 급급하다"고 공개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내에선 퀄컴 '스냅드래곤'과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등이 삼성 '엑시노스'와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미디어텍(40%), 퀄컴(27%), 애플(15%) 순으로, 삼성은 5%에 머물렀습니다. 사실상 경쟁에서 많이 뒤처져 있기에, 삼성 입장에선 이번 엑시노스 2200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엑시노스가 힘을 내지 못하면서 '갤럭시 S' 등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도 경쟁사 제품들과 큰 차별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전체적인 제품 완성도, 브랜드 인지도, 소프트웨어와 유저 인터페이스(UI), 업데이트 등 사후 관리 등 다양한 면에서 삼성 제품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통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이폰처럼 성능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이 성능이나 발열 측면에서 TSMC에서 생산하는 경쟁 제품들과 비교해 열위를 보이고 있는 점도 삼성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입니다. 자칫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미세공정에서 기술력이 뒤지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삼성이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3나노 공정을 현재 계획대로 TSMC 보다 한 발 앞서 적용한다면 AP에서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올해까진 엑시노스 2200가 경쟁사 제품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던 기대감을 채우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도현우 NH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황과 엑시노스 2200 예상 성능을 고려했을 때 올해 엑시노스 출하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AMD가 보유한 GPU 기술력이 높지 않고 엑시노스 2200이 처음으로 설계에 참여한 모바일 GPU 아키텍처인만큼 이번 제품 성능이 경쟁사 대비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