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 /사진=삼성전자 제공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가 사전예약 신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흥행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갤럭시 S22 울트라' 모델을 쓰고 있는 데, 확실히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품입니다. 실제 외신 반응에서도 이번 갤럭시 S22 시리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볼멘 목소리도 나옵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 한국, 미국 등과는 달리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200'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유럽 지역의 제품은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엑시노스 탑재 '갤럭시 S22' 성능 논란

갤럭시 S 시리즈가 출시될 때마다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의 성능 차이는 늘 이슈가 됐습니다. 지난 2020년 한국에 출시된 '갤럭시 S20' 제품에도 엑시노스 대신 스냅드래곤이 탑재된 이후로는 사실상 스냅드래곤이 주류가 된 모습입니다. 이번 '갤럭시 S22' 시리즈에서는 인도 지역이 엑시노스 대신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엑시노스 탑재 모델이 출시된 유럽 소비자들은 스냅드래곤을 탑재해달라며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 일부 벤치마크 점수나 발열 등에 있어 엑시노스가 계속해서 밀리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갤럭시 S22에서도 엑시노스 2200 탑재 제품의 성능이 스냅드래곤8 1세대 탑재 제품에 비해 낮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진=골든리뷰어 트위터
/사진=골든리뷰어 트위터

리뷰 전문 트위터리안 '골든리뷰어(Golden Reviewer)'는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가 탑재된 갤럭시 S22 울트라 모델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며 계속해서 성능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처음엔 엑시노스를 탑재한 갤럭시 S22 울트라 모델의 디스플레이가 일정 조건 하에 깜빡이는 현상이 보고됐고, 삼성전자 측도 이를 인지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겠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골든리뷰어는 엑시노스 버전이 앱 작동 속도가 느리고 동영상 촬영 성능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그가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같은 동영상 화면을 촬영해도 엑시노스 버전 제품이 훨씬 흔들림이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그는 S펜의 지연속도에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이런 차이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된다해도, 같은 가격을 주고 같은 제품을 샀는 데 유럽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게 부당하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스냅드래곤 vs. 엑시노스' 엇갈린 성능

엑시노스 성능 논란은 계속해서 번져가고 있습니다. 해외 개발자 커뮤니티 'XDA 디밸로퍼'에는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 버전의 갤럭시 S22 울트라 제품을 비교해 벤치마크한 결과가 게재됐는데, 엑시노스 버전이 CPU 성능, 지속성, 전력 소비, 앱 구동 속도 등에서 모두 스냅드래곤 버전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매체는 실험 결과 로그인이나 유저인터페이스(UI)에도 끊김이 나타나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스크린샷을 찍고 자를 때도 스냅드래곤 버전에선 즉각 실행이 되는 반면, 엑시노스 버전에선 몇 초가 걸리는 등 실사용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능 차이가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엑시노스 탑재 갤럭시 S22 울트라(왼쪽)과 스냅드래곤 탑재 갤럭시 S22 울트라 앱 구동 속도 차이 /사진=XDA
엑시노스 탑재 갤럭시 S22 울트라(왼쪽)과 스냅드래곤 탑재 갤럭시 S22 울트라 앱 구동 속도 차이 /사진=XDA

심지어 이 매체는 갤럭시 S22 울트라를 리뷰하며 '경이로운 별점 5개짜리 스마트폰'이라는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었지만, 엑시노스 버전의 경우 '완전히 다른 스마트폰'이라고 평했습니다. 이런 차이가 모두 엑시노스의 책임인지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써는 의심 받을 여지는 있는 상황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엑시노스 2200은 최초로 AMD와 함께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엑스클립스'를 탑재한 제품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간 엑시노스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돼 온 GPU를 개선해 이번에야 말로 스냅드래곤을 뛰어 넘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였습니다. 또 이용자들 사이에선 게임 성능 등에서 아이폰에 밀리던 갤럭시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실제 엑시노트 2200이 탑재된 제품이 출시된 이후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오자 기대감은 실망으로 변하는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엑시노스의 성능이나 수율이 출시 전까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소문도 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제품 이슈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엑시노스 2200를 향한 의구심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역량으로 번지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했고, 여기에서 최근 불거진 수율 문제 등을 들여다 볼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엑시노스의 무거워진 어깨

삼성전자 스마트폰 내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엑시노스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잃어가는 모습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AP 칩셋 출하량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4%를 차지하며 미디어텍, 퀄컴, 애플에 이어 중국 UNISOC에도 밀려 5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한 때 애플을 제치고 3위까지 올랐던 모습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입니다.

이는 미디어텍이 화웨이 퇴출에 의한 반사이익을 통해 점유율을 크게 높인 영향이 있지만, 삼성전자 엑시노스의 경쟁력 하락도 원인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간 미디어텍은 주로 중저가폰에 들어가는 AP를 주력으로 삼았지만, 올해 내놓은 4나노 기반 '디멘시티 9000'의 경우 스냅드래곤이나 엑시노스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벤치마크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하위호환 제품인 '디멘시티 8100'과 '디멘시티 8000'까지 더해 올해 강력한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2021년 4분기 스마트폰 AP/SoC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1년 4분기 스마트폰 AP/SoC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런 엑시노스의 위기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가뜩이나 자체 칩셋 'A' 시리즈의 강력한 성능을 앞세운 애플 '아이폰'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스냅드래곤이나 디멘시티 AP를 탑재한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와 '같은 체급'이라며 도전해 올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갤럭시 제품이 브랜드 인지도와 소프트웨어, UI, 사후관리 등 다방면에서 앞서더라도, 결국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주기 어렵다면 이런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TSMC에서 제조한 미디어텍의 4나노 AP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반대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제조한 엑시노스 제품이 혹평을 받는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초미세공정을 요하는 AP 분야에서 경쟁력이 밀리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제조했던 퀄컴이 다음 세대 제품은 TSMC의 4나노 공정을 통해 만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엑시노스 2200이 새로운 GPU를 탑재한 사실상 1세대 제품이기 때문에 아직 안정화에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콘솔급 그래픽 성능을 제공하는 '레이 트레이싱' 기능을 최초로 탑재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아직 최적화가 덜 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엑시노스가 명예를 회복하며 삼성전자의 기를 살려줄 수 있을 지, 아니면 아픈손가락으로 남게 될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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