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국내 규제로 꽉 막힌 원격의료 사업을 위해 베트남을 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으로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먼저 사업을 진행키로 한 것.
이미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진료의 6건 중 1건이 원격의료로 이뤄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재외국민이나 확진자 등을 대상으로만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에서 '코리아패싱'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하는 KT를 비롯한 국내 원격의료 관련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KT, 규제 없는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사업 시동
KT는 13일 하노이의과대학과 만성질환자 대상의 원격의료 시범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개발 ▲의료 AI 공동연구 ▲현지 의료진 교육에도 협력한다.
먼저 KT는 하노이의대와 함께 만성질환 원격의료 서비스 검증에 나선다. 이 서비스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대상으로 자가측정, 복약관리 운동관리를 포함한 셀프케어 가이드를 제공한다. 아울러 현지 의료진을 채용해 '돌봄 코디네이터' 상담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KT가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는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KT 바이오사업P-TF장인 고훈석 담당은 "원격진료는 물론 약 처방이나 약 배송 같은 부가 서비스 규제사항이 없는데다 우리나라와 시차도 별로 차이나지 않고 전체적으로 한국에 대한 우호감정이 많아 베트남을 선택했다"며 "베트남이 동남아에서 지위가 있기 때문에 베트남 사업 후 주변 동남아 국가로 확장하기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베트남에는 지오헬스나 이닥터와 같은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기업들이 있다. KT는 이들과의 차별화된 경쟁 포인트로 한국의 의료진을 꼽았다. 베트남 국민들도 부족한 의료 인프라로 인해 한국 선진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의 뛰어난 의료진들을 자문위원으로 섭외에서 현지 의료진에게 기술력을 전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별도 법인도 설립, KT 'ABC' 강점 활용해 시장 공략
게다가 베트남은 경제 발전 속도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낙후됐고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어 전문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 KT 측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에는 위생 문제로 인한 감염성 질환 사망률은 줄고 생활 습관에 기인한 비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 중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사망률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고훈석 담당은 "베트남 경제 발전 속도에 비해서 여전히 의료인프라는 낙후돼 있다. 우리와 비교하면 20~30년 정도 차이가 난다고 느껴진다"며 "KT의 강점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베트남 원격의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전했다.
KT는 본격적인 베트남 원격의료 시장 진출을 위해 별도의 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연내 베트남 현지 법인 설립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사업 성장에 따라 분사 등도 검토할수는 있지만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베트남 시작으로 동남아 원격의료 주도권 쥔다
아울러 KT는 하노이의대와 의료 AI 솔루션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한다. 이 연구는 KT와 협력중인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황교선 교수의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다. KT는 AI 알고리즘 분석을 담당한다. 베트남 역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알츠하이머 사전 예방과 진단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이 분야에서의 성과도 기대된다.
KT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향후 동남아시아 주변국으로 원격의료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에서 자리를 잡으면 주변국으로 확장하기도 용이하고, 특히 동남아 섬국가는 원격의료에 대한 니즈가 더 높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송재호 KT AI/DX융합사업부문장(부사장)은 "KT가 보유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비롯한 ABC 역량을 활용해 국내의 우수 IT·의료 인프라를 베트남 의료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KT 디지털 헬스케어의 전진기지인 베트남 사업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헬스케어 솔루션을 완성하고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