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싱 '폰원' /사진=테크M
낫싱 '폰원' /사진=테크M

 

사람들은 '아이폰 12'와 '아이폰 13'을 한눈에 구별할 수 있을까? 아마 웬만큼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힘들 것이다. 이는 '아이폰 14'가 나와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 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스마트폰은 이제 2년, 혹은 3년마다 한 번씩 바꾸는 소모품처럼 돼버렸다. 배터리 성능만 유지된다면 크게 바꿀 이유도 없다. 성능이 약간 좋아지고, 카메라가 약간 밝아지며, 화면이 약간 부드러워지는 정도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누가 이 지루해진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영국의 스타트업 낫싱을 주목했다. 낫싱은 시작부터 시장을 도발했다. 고루해진 애플 대신 자신들이 다시 테크 시장에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젊은 스타트업의 치기어린 망상인지, 정말 새로운 흐름인지 갈림길에 낫싱의 첫 스마트폰 '폰원(Phone 1)'이 섰다.


스마트폰 디자인의 새로운 물결

내부가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후면 글래스 안에 947개 LED가 빛나는 독특한 디자인의 폰원은 분명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아직도 트위터는 낫싱에 대한 테크마니아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폰원을 '쓰레기'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사람부터, '어메이징'하고 '유니크'한 스마트폰이라며 치켜세우는 사람까지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낫싱 '폰원' /사진=테크M
낫싱 '폰원' /사진=테크M

일단 시장을 도발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이는 폰원을 직접 보니 확실히 디자인은 눈에 들어온다. 보고 있는 데도 또 보고 싶은 디자인이다. 폰원은 '투명폰'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내부 부품들이 보이는 구조는 아니고 글래스 안에 내부 인테리어를 해놓은 식이다. 점점 더 단조로워지고 있는 스마트폰 후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건 확실하다. 다만 알루미늄 소재의 측면 디자인은 누가 봐도 아이폰의 그것이라 창의성에 마이너스 요소다.

낫싱 '폰원' /사진=테크M
낫싱 '폰원' /사진=테크M

폰원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글리프' 인터페이스는 재밌다. 레트로한 전화 벨소리에 맞춰 다양한 패턴으로 빛나고, 사진 촬영시 조명으로 쓸 수도 있다. 비프음에 맞춰 반짝이는 LED 조명에 누구라도 시선을 뺏기지 않을 수 없다. 어두운 곳에서 전화를 받으면 꽤 멋져 보일 것 같은 상상이 든다. 과거에도 후면에 디스플레이를 넣은 스마트폰이 여러번 나왔지만, 그다지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대신 조명을 활용한 건 꽤 영리한 선택이었다.

낫싱 '폰원' /사진=테크M
낫싱 '폰원' /사진=테크M

무난한 성능

디자인을 뺀 폰원은 평범한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778G+'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6.55인치 OELD 디스플레이, 4500mAh 배터리 등을 탑재한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스펙을 가졌다.

낫싱 '폰원' /사진=테크M
낫싱 '폰원' /사진=테크M

소프트웨어는 구글 안드로이드 순정에 가까운 모습이다. 다행스럽게도 최대한 손을 덜 댄 덕에 일반적인 앱 구동 속도는 만족스럽다. 반응속도도 빠르고, 특히 아이폰과 동일한 제스처를 지원해 아이폰처럼 써도 어색함이 없다.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이적하고 싶은 사용자라면 추천할 만 하다.

게임도 완벽하진 않지만 옵션만 잘 조절하면 최신 게임들도 적당히 즐길만큼 구동된다. 원신,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우마무스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을 실행해봤는 데 충분히 즐길 만 했다. 특히 디스플레이가 기대 이상으로 밝고 선명해 가독성도 좋았고 고주사율로 스크롤도 부드럽다. 화면 크기도 아이폰 프로 맥스 수준이라 시원시원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폰원 벤치마크 결과 /사진=테크M
폰원 벤치마크 결과 /사진=테크M

후면 5000만 화소 듀얼 카메라 역시 평범한 수준이다. 아주 디테일하진 않지만 무난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4K 60프레임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특히 인물모드, 야간모드, 피부보정, 등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대부분 지원해 큰 화면으로 볼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면 부족함 없이 쓸 수 있다.


잔망스러운 신인 등장

폰원은 전반적인 성능으로 봤을 때 삼성 '갤럭시 A' 시리즈나 애플 '아이폰 SE' 같은 보급형 스마트폰과 견줘봐도 준수한 수준이다. 스타트업이 만든 첫 번째 스마트폰 치고는 기대 이상의 완성도다. 전반적인 성능이 받쳐주지 못했다면 투명 디자인이나 LED는 '기믹'에 불과했겠지만, 다행히 그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출시 전부터 내세운 거창한 수사와 힙한 마케팅에 비하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디자인은 흥미롭지만 스마트폰 선택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하긴 어렵다. 오죽하면 곧바로 아이폰이나 갤럭시 스마트폰을 폰원 디자인처럼 만들어주는 '섬싱(Something)' 케이스가 나왔겠는가.

'디브랜드(Dbrand)'에서 만든 '섬싱(Something)' 케이스 /사진=디브랜드
'디브랜드(Dbrand)'에서 만든 '섬싱(Something)' 케이스 /사진=디브랜드

폰원에는 애플의 '괴물칩'이나 삼성전자의 'S펜' 같은 비장의 무기는 없었다. 아쉽게도 거대한 야심에 비해 아직 이들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붙어볼 만한 역량이라 보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사업은 제조업이다. 아이디어만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긴 어렵다. LG폰이 모듈폰 'G5'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하지만 아직 스마트폰에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폰원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접근법인만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대로 기본기를 다져간다면 스마트폰 시장에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시장에서 살아남았을 때 얘기다.

낫싱 '폰원' /사진=테크M
낫싱 '폰원' /사진=테크M

참고로 폰원은 현재 쿠팡 직구로 구매할 순 있지만, 아직 정식으로 국내에 출시된 제품이 아니다. 전파인증도 받지 않았고, 정식 출시 여부도 확실치 않다. 현재 디스플레이 녹조현상이나 전면 카메라 주변 픽셀에 멍이 드는 등의 불량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국내에서 구할 순 있어도 고장이 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손대기 어려울 수 있다. 단순한 호기심이라면 좀 더 고민해보는 게 좋겠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