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 선임 논란 반복…경영 연속성 고려, 외부 물론 내부 경험 고려 필요
삼성·SK·LG, 외부 CEO 수혈 최소화 이유 생각해야
"연임을 추진하실 것인가요?" "세월이 가면 자동으로 해결되겠지만 연임을 하든 안 하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KT 또 그렇게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고 적당한 때에 집에 가겠다."
2023년 9월 김영섭 KT 대표의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언론의 첫 자리에서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실적이 좋으면 남고 실적이 나쁘면 남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질의응답은 다른 현안에 묻혔다. 하지만 KT였기 때문에 상당 기간 여운이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KT 대표 선임과 연임은 경영 성과와 상관없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우세했던 탓이다. 김 대표 역시 전임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을 추진하다 실패하자 급작스럽게 부상한 인물이었다. LG CNS 최장수 대표라는 경력보다 윤석열 정부와 어떤 인연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김건희 특검에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KT는 2002년 8월 민영화했다. 민영화 이후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 ▲김영섭 6명 CEO가 KT를 이끌었다. 연임을 시도하지 않은 이용경 전 대표 외에는 모두 연임과 관련 풍파를 겪었다. 여당의 공세와 수사에 시달렸다. 연임에 성공하고 임기를 마친 황창규 전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임이 좋지 못한 모양새로 나가고 선임 당시 정권의 후광으로 선임됐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보은 성격의 낙하산 인사를 대거 채용했다는 지적도 뒤이었다.
구 전 대표는 아예 연임 시도 자체에서 문제가 생겼다. 후임으로 추천한 이마저 경쟁선에 서지 못했다. 반년여에 걸친 경영 공백 끝 사외이사 사실상 전부를 새로 뽑고 CEO 선발 과정을 다시 치른 후 김 대표가 왔다. 김 대표가 기존 KT 대표가 달았던 꼬리표를 떼지 못한 이유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지난 4일 해킹 책임을 지고 연임을 포기했다. 그러나 해킹이 아니었어도 연임에 성공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선 이미 그의 거취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KT도 업계도 이 상황에 상처를 입었다. KT는 장기적 경영 전략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신임 대표는 전임 대표 색깔 지우기와 내 사람 심기를 반복했다. CEO의 출신에 따라 조직 안정성이 떨어졌다. 이런 치부는 이번 해킹 사고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은폐와 증거 인멸 등 회사보다 자기 자리를 지키기 급급한 행태가 그것이다. 이동통신망의 무결성이 깨졌다. 김 대표가 추진한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등 해외 업체와 협력도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KT는 현재 새로운 CEO를 뽑기 위한 과정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16일 후보자 공개 모집 결과 총 33명이 지원했다. KT 전현직 임원과 정관계 및 업계 관계자를 포함했다. KT는 이달 안에 이들을 서류심사를 거쳐 한 자릿수로 축소하고 면접 등을 통해 연내 CEO 후보 1인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KT의 새 선장이 된다. 절차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또다시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떻게 해야 KT CEO 선임 과정의 구설을 털고 KT 회사 주주 고객의 장기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을까. KT는 공기업이 아니다. KT를 KT 회사 주주 고객에게 맡기는 것이 첫 단추다. KT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KT 사람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로 가려면 외부만 알아서는 안된다. 내부를 잘 알아야 한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대표 그룹 그 어디도 대표 기업의 CEO를 매번 외부에서 수혈하는 일은 없다. 지금의 KT CEO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다.
윤상호 기자 crow@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