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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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사업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전통 금융권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거시경제 악화 등으로 위험자산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금융권에선 미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권 모두,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해주는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Custody) 서비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존에 은행권에서 관리해온 현금 및 펀드처럼 자산을 수탁해 관리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추가 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을 제외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은 합작법인(JV) 설립 및 지분 투자 등으로 가상자산 수탁 관련 사업에 참여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기술 전문기업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가상자산 수탁 전문 JV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설립했다. KODA는 지난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마쳤으며, 지난해 위메이드 및 위메이드트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신한은행 또한 지난해 1월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블로코와 디지털 자산 수탁 전문기업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을 설립했으며, 지난해 7월 우리은행은 코인플러그와 손잡고 JV '디커스터디'를, NH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갤럭시아머니트리, 한국정보통신, 헥슬란트, 아톤과 함께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카르도'에 약 3억원을 투자했다.

아울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비롯해, 증권형토큰공개(STO)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미래에셋증권은 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연내 가상자산 수탁 전문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은 관련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O 등 조각투자 사업의 경우 삼성증권과 SK증권 등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증권은 STO 사업 진출을 위해 개발 및 운영이 가능한 인력을 채용 중이며, 글로벌 컨설팅 기업으로부터 STO관련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도 지난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펀블'과 MOU를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과 함께 자산관리 솔루션 공동개발 및 투자 계좌 관리에서 협업 중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2018년 블록체인협회와 가상자산 거래소 해킹 단체보험 출시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피해를 보상해주는 '사이버토탈솔루션보험 상품'을 출시했으나, 현재까지 체결된 건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통 금융권에서 잇따라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관련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뢰도가 높은 전통 금융권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존 가상자산 업계를 따라다니던 부정적 인식이 완화되면서 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규제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관련 사업이 급물살을 타며, 가상자산도 자산 형태 중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권에서 요청한 가상자산업 진출 및 투자제한 완화 등을 규제혁신 과제로 채택, 가상자산 관련 업무 영위 허용범위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상자산 발행, 상장, 불공정거래 방지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여러 사업모델 수용이 가능한 진입 체계가 구축된다면 향후 금융회사의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가 출현할 것"이라며 "증권사의 경우 기존 실물자산 서비스에 가상자산을 추가해 가상자산 발행, 거래, 상품 출시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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