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미닛
그래픽=디미닛

SK증권부터 우리금융그룹까지 국내 여러 금융사가 가상자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업권법의 부재로 인해 커스터디(수탁) 서비스에만 투자할뿐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제공과 같은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모습이다. 


수탁사업에 힘싣는 금융사, 실명계좌는 "글쎄"

24일 SK증권은 가상자산 거래소 지닥의 운영사 피어테크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협약식을 맺었다. 또 우리금융그룹의 자회사인 우리펀드서비스도 피어테크와 손잡고 디지털 자산관리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같은 국내 금융사의 가상자산 사업 참여는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다. 지난해 11월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자산 관리 전문 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투자를 결정했다. 더불어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추진했다. NH농협은행 또한 관련 업계와 컨소시엄 형태로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김신 SK증권 사장과 한승환 피어테크 대표가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피어테크
김신 SK증권 사장과 한승환 피어테크 대표가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피어테크

이처럼 국내 금융사는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사업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실명계좌를 제공해야 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는 계속해서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했을 때 얻는 수수료 수익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금융 사고 위험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재발급도 불안?

국내 금융사가 수탁 서비스 이외의 가상자산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업권법이 부재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권법이 없으니 금융사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해 위험부담을 지긴 싫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4대 거래소 CI / 사진=각 거래소
국내 4대 거래소 CI / 사진=각 거래소

금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내 금융사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공급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공급하고 있는 금융사는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뿐이다.

게다가 오는 6~7월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재발급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의지와 가상자산 가격하락이 맞물려 4대 거래소의 실명계좌 재발급 역시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지 못한 소위 중견 거래소들 역시 실명계좌 신규계약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연이어 발의되는 가상자산 법안, 업권법은 안담겨

정치권에서는 여러 의원들이 앞다퉈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업권법'과 관련된 내용은 쏙 빠져 있다.

지난 21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의무 및 이용자보호 ▲불공정거래 금지 및 감독 ▲관계기관 ▲벌칙 규정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지난 7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업법 제정안'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용우 의원의 법안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 ▲가상자산 방분판매·다단계판매·후원방문판매 금지 ▲가상자산 거래소 손해배상책임 부여 등이 담겼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법률안' 내용 / 사진=국민참여입법센터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법률안' 내용 / 사진=국민참여입법센터

두 법안 모두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업권법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이는 4년전 비트코인 가격 급등락 당시 나온 법안들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법제처가 발행한 '가상화폐(암호통화) 관련 의원 발의 법안'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10개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10개의 법안부터 최근 이용우 의원과 양경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까지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구체적인 업권법이 부재하기 때문에 국내 금융사들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수탁 서비스나 관련 기업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과 가상자산 가격 급락으로 인해 금융사가 몸을 사리는 모습"이라면서도 "앞으로 금융사의 입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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