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CIC 대표가 3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CIC 대표가 3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쇼피파이(Shopify)와 유사한 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할 것이다"

네이버가 '한국의 쇼피파이' 모델을 처음 언급한 것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버쇼핑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윤숙 포레스트 사내독립기업(CIC) 대표가 애널리스트 대상 설명회를 열고 직접 밝혔다. 이러한 구상은 올해 더욱 구체화됐다. 이달 초, 그동안 공들여온 물류 솔루션 '내일도착보장'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에서도 쇼피파이 모델을 강조하고 나섰다. 당시 이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네이버에게 맞는 옷"이라며 해당 모델을 설명했다.

익히 알려진 아마존이 아닌 쇼피파이를 언급한 것은 쇼핑 '플랫폼' 기업이 되고자 하는 네이버의 구상과 맞닿아있다. 쇼피파이는 아마존 등 직매입을 하는 기존 이커머스 사업자와 달리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과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대표는 중소상공인(스마트스토어)과 대기업(브랜드스토어)을 쇼핑 사업의 양대 축으로 늘상 강조한다. 이들을 '아군'으로 만들고, 플랫폼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의미다.


스마트스토어로 중소상공인 성장 돕는다

쇼핑 플랫폼의 양적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는 크게 두 가지다. 거래액(GMV)을 통해 소비자 지표를, 입점 스토어 수를 통해 판매자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먼저 판매자 지표에 집중했다. 누구나 쉽게 온라인 창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 '스마트스토어'를 내세운 것이다. 중소상공인들은 네이버가 제공하는 기술과 솔루션으로 쉽게 창업하고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스마트스토어는 6년 만에 51만 창업자를 확보한 최대 쇼핑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중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적재적소에 지원했던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네이버는 상품관리나 마케팅, 고객관리 등 사업 단계별 필요한 기술과 데이터를 사업 전반에 걸쳐 제공한다.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빠른정산, 대출 등 금융 지원도 더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기위해서다.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올해 "중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체급을 키울 것"이라며 솔루션 확대를 발표했다. 일명 '커머스솔루션마켓'이다. 네이버 기술 뿐만 아니라 외부 기술 스타트업과 연합군을 만들어 다양한 솔루션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라이즈 ▲라플라스테크놀로지스 ▲온더룩 ▲유니드컴즈 ▲리콘랩스 ▲뉴베슬 등 쟁쟁한 기업이 합류했다. 데이터 분석, 마케팅 효율화, 디지털 쇼룸 생성 등 다양한 제반 기술 솔루션을 공급하는 식이다.

판매자가 네이버쇼핑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는 것에 비례해 소비자 지표 또한 빠르게 성장했다.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36조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네이버쇼핑 거래액은 평균 20% 수준으로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파스토 용인1센터를 방문한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CIC 대표 /사진=파스토 제공
파스토 용인1센터를 방문한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CIC 대표 /사진=파스토 제공

 


브랜드스토어와 함께 쇼핑 생태계 넓힌다

이 대표는 커머스 생태계 확장을 위해선 브랜드스토어의 성공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브랜드스토어 사업자가 성장하면서 사업에 필요한 툴(도구)들이 필요하다는 니즈가 있었다"며 "상품관리나 마케팅, 고객관리 등 사업 단계별 필요한 기술과 데이터를 사업 전반에 걸쳐 제공하는 '머천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스마트스토어 위주로 솔루션을 제공하지 않고, 대상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미였다.

브랜드스토어는 네이버쇼핑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매 분기 거래액 성장률 70%를 상회하며 빠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상공인 위주의 스마트스토어와 달리 대기업 브랜드 등이 중심이 되기에 거래 단가 또한 높다는 장점도 지닌다. 

이러한 고민이 모여 '내일도착보장' 솔루션이 세상에 나왔다. 이 솔루션은 시작부터 브랜드스토어 판매자를 겨냥했다. 이 대표는 수많은 브랜드사 앞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저희는 다양한 브랜드사들이 별도의 인력이나 기술이 없어도 곧바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모든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도구가 되고자 한다"며 "브랜드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내 고객', '내 데이터' 확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인력과 기술을 네이버가 갖추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네이버의 물류 솔루션은 제품 판매 회사(브랜드사), 물류 회사, 배송 회사 등의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내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창고 운영부터 배송까지 일련의 물류 프로세스를 직접 운영하는 아마존식 모델과 대비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수집된 데이터를 브랜드사에 공유해 향후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돕는다. 아울러 물류사와 배송사 등이 네이버와 함께 연합하면서 데이터를 공유하는 만큼 보다 빠른 배송까지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 '군포 풀필먼트' 센터 전경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와 CJ대한통운 '군포 풀필먼트' 센터 전경 /사진=네이버 제공

 


쇼피파이와 어깨 견주려면, 글로벌 진출도

궁극적으론 쇼피파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업자로 도약하는 것이 네이버의 목표이자 도전과제다. 이 대표는 내일도착솔루션을 공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 물품을 해외에 파는 게 꿈"이라며 "기술을 들고 나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맞는 스타일로 가겠다"고 언급했다.

이미 씨앗은 뿌려둔 상태다. 네이버는 지난해 스마트스토어의 현지 버전 '마이스마트스토어'를 일본에 출시했다.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동일하나, 9200만 사용자를 확보한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과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마이스마트스토어는 내년 상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준비에 한창이다.

'아군을 늘린다'는 기존 전략의 연장선으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파트너사도 확보했다. 대표적인 곳이 '카페24'다. 이커머스 솔루션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쇼피파이식 사업 모델을 갖췄다. 지난해 네이버는 14% 가량 지분을 확보하며 '혈맹'을 구축했다. 카페24는 ▲필리핀 ▲베트남 ▲일본 ▲중국 ▲인도 ▲미국 ▲유럽 등지에 9곳의 현지 법인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이 대표가 카페24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라 미래 사업 접점을 모색하는 이유다.

"제일 좋아하는 말이 손자병법에 나온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말이다. 남들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면 우리에게 맞는 옷이 아닐 수 있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앞으로도 네이버만의 커머스 모델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53만개 스토어와 2억개의 상품 데이터베이스(DB) ▲검색·쇼핑·스마트스토어를 합한 DB 기반 서비스 모델 ▲파트너 성장 지원을 위한 솔루션 모델 등 네이버가 발전시켜갈 커머스 생태계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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