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사진=배민외식업콘퍼런스 2022 영상 캡처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사진=배민외식업콘퍼런스 2022 영상 캡처

고등학교 친구 중 한명은 공부보다는 요리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취업해 경험을 쌓고 30살 이전에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일이 꿈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8년 뒤 그 친구는 작은 요리 주점을 열었다. 그러나 현재는 고군분투 중이다. 인건비 및 금리 인상도 문제지만 어떤 음식을 어떻게 판매해야 소비자들이 좋아할 지 아직도 갈피를 못잡겠다는 푸념을 내놓는다. 이 친구는 내년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 배달의민족은 내놓은 내년 외식업 트렌드에 어쩌면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14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온라인에서 '배민외식업컨퍼런스 2022'를 열고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함께 연구·집필한 2023년 7대 외식업 트렌드를 발표했다.


'가성비·재미·큐레이션'이 핵심

배달의민족과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거시시장 환경 분석부터 시작해 외식 시장 전문가 인터뷰, 식문화 발신지 경관 요소, 사람간의 상호작용 양상 등을 관찰했다. 

또 해외 외식업과 식문화 관련 사례 스터디를 연구하고, 함의된 다양한 가치를 추출했다. 또한 소비자 조사와배민·B마트 데이터 상호 교차 검증을 실시해 엔데믹 시대 소비자 식생활 변화 양상을 파악했다.

이를 통해 도출된 2023년 7대 외식업 트렌드 주요 키워드는 바로 'C.O.N.C.E.P.T(콘셉트)'다. 이는 7대 트렌드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지닌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사람과 교류하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스스로 몰두할 수 있는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스스로에게 공주라는 콘셉트를 부여해 드레스를 입고 왕관을 쓰고 학업에 집중하거나,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캐릭터 '헤르미온느' 콘셉트에 몰두해 관련 분장을 하고 공부하는 등 시대를 대변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콘셉트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에 맞춰야 한다"며 "식당만의 강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콘셉트, 확실한 색깔이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2023년 7대 외식업트렌드/사진=배민외식업컨퍼런스 2022 영상 캡처
2023년 7대 외식업트렌드/사진=배민외식업컨퍼런스 2022 영상 캡처

이날 발표된 7대 주요 트렌드는 ▲금쪽같은 내 한 끼(Casual but special) ▲미션 EAT-파서블(On a mission: Eat-possible) ▲정답 식사(Need for a well-curated meal) ▲식부심(Confidence in eating) ▲스토리다이닝(Every dish has its story) ▲식사이클링(Power of food recycling) ▲친절 프리미엄(Time to show your kindness) 등이다.

먼저 금쪽같은 내 한 끼는 가성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내려지며 단순히 '효율 대비 저렴한 것'이 아니라 '최고의 만족'으로 기준비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한 끼라도 제대로 먹기 위해 극단적으로 돈을 아끼다가 식사에 몰아 소비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사이드 메뉴를 주문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2인분 이상이더라도 일단 주문해 맛보고 대부분을 남기는 경향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 '미션 EAT-파서블'은 외식 소비를 마치 게임처럼 한다는 의미다. 도전하고 경쟁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표적인 에로 '푸켓팅'을 들었다. 과거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듯 식사에도 경쟁적으로 티켓팅을 하고 끈질기게 줄을 서서 먹는 일이 일반화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성품 여러 개를 조합해 새로운 조리법이나 메뉴를 개발하는 등 음식이 하나의 장난감처럼 다뤄지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다음으로 꼽힌 '정답식사'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 음식에 대한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선택 피로'로 인해 누군가 검증한 메뉴를 추천받아 먹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요리연구가 같은 전문직이 아니어도 식당 사장님이나 알바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으로 뽐내고, 환경지킨다

다음 키워드 '식부심'은 음식과 그에 대한 지식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이 된 현상이다. 과거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좋은 옷을 입었던 것과는 달리, 좋아하는 음식과 관련된 지식을 지속 습득해 알리거나 또는 남들이 먹지 않은 음식 선호, 채식 등 특정 음식으로 신념을 드러내는 등의 행태를 의미한다.

다섯번째로 지목된 '스토리 다이닝'은 음식에 있어서 스토리와 작품성을 중시하는 트렌드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단순히 먹는 경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자랑하고, 미식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취향을 적극 탐색하는 일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취향을 공략하기 위해 디테일에 집중하는 가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SNS를 통해 음식을 인증하고 게시하는 등 취향에 집중하는 비율/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SNS를 통해 음식을 인증하고 게시하는 등 취향에 집중하는 비율/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여섯번째는 '식사이클링'이다. 이는 식사 전부터 후까지의 전 과정에 환경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택배, 배달 포장 용기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며 음식물 처분 및 환경을 위한 포장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라는 의미의 '필환경'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친절 프리미엄'이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경제적인 효율성을 증대시켜줬다. 특히 무인화와 비대면 서비스 증가는 외식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다. 그러나 이같은 장점의 이면에는 인간의 '외로움'이 자리잡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즉, 인간적 요소에 대한 갈구와 욕망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면, 비대면을 가릴 것 없이 고객들은 '차별화된 친절'이 있는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기술을 통해 노동력을 분담하고, 고객에게 더 집중해야만 친절에 '프리미엄'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규 우아한형제들 외식업솔루션센터장은 "2023외식업트렌드를 통해 사장님과 외식업 종사자분들이 다음 한 해 식문화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한발 빠른 성공 전략을 준비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며 "배민외식업광장은 앞으로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