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이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차지한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왔다. 자율적인 플랫폼 생태계가 소매 시장 공정성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많은 만큼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지침 제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유통학회·한국온라인쇼핑협회 공동 주최로 '실증분석에 기반한 합리적인 온라인플랫폼 정책 수립 방안 모색'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공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한 실증 연구의 결과가 공개됐다. 지금까지 체계적인 근거보다는 일방의 주장에 근거해 이뤄져온 한국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성과 규제 필요성에 대한 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복잡해지고 있는데 단순히 해외사례를 끌어와서 답습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추호정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자율규제 움직임은 고무적이나,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절실하다"며 실증 연구 결과에 기반한 규제 실효성 검토 중요성을 말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이 공정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이라는 주제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비해 오픈마켓의 거래 공정성은 5.8%, 경쟁 공정성은 7.2%, 소비자 공정성은 8.2%의 공정성 기여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거래의 만족도도 높았다. '전반적 만족도', '거래성과 만족도', '관계 만족도', '서비스 기능 만족도' 지수 모두 100점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오프라인 등 기타 유통경로에 대한 만족반응이 20.7%에 머무른 반면, 주거래 오프마켓은 46.2%, 오픈마켓 일반은 42.0%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아울러 오픈마켓에서 판매한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한 셀러가 가장 많았고, 중개수수료 및 평균 정산 소요일수에 대하여 오프라인 등 타 판매채널보다 오픈마켓에서 부담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 교수는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소매시장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연간 27% 정도로 소매시장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백화점,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사업자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 때문에 입점 자체가 매우 어려우나, 온라인에서의 입점은 거의 무제한으로 가능하며 심지어 멀티호밍은 누구나 하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플랫폼에 대한 이용을 저지할 수 없는 국내의 환경을 고려해 오히려 그 규제가 국내 플랫폼사업자에게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고 그로 인한 반사적인 효과로서 국내 소비자 보호에 대한 규제의 어려움, 해외사업자의 독점적지배로 인하여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가격전가, 그 가격전가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 전가되는 악순환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과 관련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픈마켓 시장은 절대강자가 없는 경쟁적 시장이고, 추가적인 시장진입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사회적 중요도를 강조하면서,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규모 플랫폼사업자의 성장과 시장지배적 지위의 형성은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특징으로 하는 플랫폼 거래에서 이용자인 판매자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플랫폼사업자는 이용자 후생의 측면에서 중소 플랫폼사업자에 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 다양성, 거래의 안전성과 편의성, 거래비용의 절감 등 효율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