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제일제당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시장 점유율 1위 상품들인 설탕, 밀가루 등에 대해 물가 오름세보다 비싸게 납품한 것으로 알려지자, 쿠팡과 CJ제일제당 간의 '발주 중단' 사태의 본질 또한 이익 극대화 경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19일 유통가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쿠팡 간의 발주중단 사태를 두고, CJ제일제당의 공급가 인상 릴레이와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공급가를 시장 1위 기업에게 강요 받는 유통업체 입장에선 그만큼 소비자가를 올릴 수 없고 이는 역마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과 CJ제일제당 양사는 최근까지 수차례 만나 협상을 진행하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입장차를 좁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CJ제일제당은 "쿠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하다 받아들이지 않아 일방적으로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고 주장해왔다. 공급가 인상 이슈와 관련해서도 "쿠팡 뿐 아니라 모든 유통사에 공급가를 올렸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이 물가보다 공급가를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CJ제일제당 측이 전 유통사에 과도하게 공급가를 인상했는지를 들여다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요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도 물가보다 훨씬 높은 공급가를 요구한 만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유통업체 사정은 더 열악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올해 물가나 원재료 가격이 폭락세를 보이는데도 가격을 올려 논란이 됐다. 햇반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정곡(일반계 20KG) 가격은 지난해 9월 5만4758원에서 올 9월 4만1185원으로 25% 폭락했지만 햇반 가격은 같은 기간 10% 가량 올랐다.

닐슨IQ 보고서 등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설탕, 밀가루 외 햇반·된장·액젓·냉동 치킨 등 18개 상품군 시장 점유율 1위를 질주 중이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기준 전체 유통시장 규모(518조원·소매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 남짓으로 이마트(4.8%)보다 작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미치지 않는 만큼 식품업계 독보적 1위 CJ제일제당이 공급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부터 고추장·된장·쌈장(9.5%), 비비고 만두(5~6%), 두부(6%), 3월엔 햇반(7~8%), 4월 닭가슴살(10%), 냉동 피자(10% 이상), 8월 부침·튀김가루(21.7%), 9월 김치(11%) 가격을 올렸고 최근 참기름·식초 가격을 20% 가량 인상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초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업체 간담회에서 "고물가에 기대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