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하게 마음 먹고 20kg 가까이 감량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실을 대부분 모른다. 다시 쪘기 때문이다. 독한 마음은 길어야 3개월이다.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선 독기보단 평정심이 더 필요하다.
새해, 다시 한 번 건강관리를 다짐해본다. 다만 이번엔 보다 길게 가기 위해 '기술'의 힘을 빌려보고자 한다. 새로운 건강 관리 도우미로 어메이즈핏의 '티렉스 2'(T-REX 2)를 써봤다.
배터리 충전 스트레스 날린 터프함
어메이즈핏은 중국 웨어러블 기업 제프헬스(Zepp Health)의 스마트워치 전문 브랜드다. 국내 스마트워치 시장은 삼성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고, 이 사이 틈새시장을 샤오미의 '미밴드' 같은 저렴한 제품들이 공략하고 있는 형국인데, 어메이즈핏 제품 역시 가성비가 뛰어나기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제프헬스는 미밴드의 제조사이기도 하다) 티렉스2 제품의 경우 한국어를 지원하며, 국내 정식 발매 제품을 구매하면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도 가능하다.
티렉스2는 아웃도어 활동에 특화된 스마트워치다. 밀스펙(MIL-STD-810G) 시험 15개 항목을 통과해 강한 내구성을 입증했고, 영하 30도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극한의 온도와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제품이다. 또 최대 100m 수심에서도 방수 성능을 유지해 수상 스포츠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극한의 환경에서 쓸 일은 많지 않겠지만, 적어도 어디 흠집이라도 날까 조마조마하며 쓰진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터프한 외관보다 티렉스2의 볼드함이 더 와닿는 건 바로 배터리다. 회사 측은 1회 충전시 최대 24일 동안 배터리가 지속된다고 하는데, 실제 완충 후 일주일 이상 지났지만, 배터리는 아직 75% 남았다. 절전모드 사용시에는 최대 45일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출시된 '애플워치 울트라'도 나름 터프함을 과시했지만 배터리는 고작 3~4일 정도 버티는 게 한계다. 일반 애플워치는 사실상 매일 충전해야 한다. 스마트워치를 택할 때 충전 스트레스가 고민이라면 이 제품을 한 번 고려해보길 권한다. 정말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다양한 건강관리 기능
배터리만 오래 간다고 좋은 스마트워치라 할 순 없다. 현재 스마트워치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기능은 바로 헬스케어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반응이 시큰둥했던 애플워치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도 사실 건강관리 기능이 가장 큰 몫을 했다. 스마트워치는 신체에 가장 밀착해 24시간 붙어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웨어러블 기기이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적용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티렉스2 역시 다양한 헬스케어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한 번의 탭으로 45초 이내에 혈중 산소 포화도, 심박수, 스트레스 수준, 호흡수 등을 측정할 수 있고, 제품에 탑재된 건강 평가 시스템 'PAI(Personal Activity Intelligence)'를 통해 걸음 수 같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활동을 데이터로 축적해 모니터링한다. 데이터를 점수로 환산해주기 때문에 한 눈에 손쉽게 건강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아웃도어 활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도 감지하는 데, 만일 사용자가 높은 고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이를 감지해 혈중 산소 농도를 확인해 알람을 보낸다. 또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을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알린 뒤 하루 종일 심박수를 모니터링해 일상생활과 운동 상황에서의 심박수 영역을 추적한다.
안그래도 요즘 계속 피곤하다 생각했는데, 티렉스2를 차고 있으니 수면이 많이 부족하고 질도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시계는 자는 동안 얕은 수면, 깊은 수면, 렘 수면, 중간 기상 등 사용자의 수면 단계와 수면시 심박수, 호흡수 등을 기록해준다. 이를 통해 수면점수를 보여주고 수면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제안도 해준다.
같이 운동하기에 최적의 가성비
티렉스2는 운동을 돕기 위해 150개 이상의 스포츠 모드를 제공하며, 운동시 최대 산소 섭취량, 훈련 주기, 훈련 효과, 회복 시간, 소모된 칼로리 등을 분석해준다. 운동모드를 일일이 실행시킬 필요 없이, 실내외 걷기, 러닝머신, 실외 러닝과 사이클링 같은 8개 운동을 자동으로 인식해 기록해준다. 특히 유산소 운동 뿐만 아니라 웨이트 트레이닝 동작도 인식해 전용 앱인 'ZEPP'를 통해 운동시 사용한 근육 부위와 운동시간, 세트 사이 휴식 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제품을 착용하고 한 시간 정도 걷기 운동을 해봤는데, 경로가 정확하게 기록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티렉스2에는 듀얼 밴드 포지셔닝과 5개 위성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탑재돼 실시간으로 위치를 탐색한다. 제품 외관은 터프하지만, 실제 착용해보니 무게가 66.5g으로 생각보다 가볍고 착용감도 편해 운동하는데 부담이 없었다. 1.39인치의 화면은 1000니트(nit) 밝기에 326 PPI 고해상도를 지원해 대낮에도 선명하게 화면을 볼 수 있다.
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운동과 식이습관을 이어가는 것이 건강 유지의 기본이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면서 막상 실천하긴 쉽지 않은데, 그나마 티렉스2 같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건강 상태를 꾸준히 기록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스마트워치 구매 목적이 건강관리라면 티렉스2는 가격 대비 상당히 괜찮은 제품이다. 현재 공식 쇼핑몰에서 24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애플워치 울트라의 4분의 1 수준이다. 가격도, 배터리도, 내구성도 사용하는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패션 센스는 좀…
티렉스2는 스마트워치의 기본 기능인 스마트폰 알림이나 다양한 워치페이스 설정도 당연히 가능하다. 전반적인 작동 속도도 빠른 편이다. 다만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 같이 다양한 앱을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락부락한 디자인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데, '지샥' 같은 전자시계를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트랩도 다양하지 않아 '줄질'도 쉽지 않다. 개인적으론 디자인은 괜찮았지만, 소재가 너무 저렴해 보이는 점이 아쉬웠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