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애플이 네모난 '애플워치'를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대체 저 작은 화면으로 뭘 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가졌다. 실제로 1세대 애플워치는 어디에 쓸 지 애매한 데다, 반응속도도 느린 그저 그런 제품이었다.
하지만 매년 애플워치는 성능을 꾸준히 개선하며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아이폰 없이도 전화나 메시지, 각종 알림을 확인하고 결제를 하는 등 쓸모가 점점 많아졌고, 무엇보다 건강관리 기능을 꾸준히 확장하며 사람을 살리는 역할까지 해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스위스 시계 산업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한 애플워치를 우습게 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애플워치는 스마트워치란 시장을 만들었고, 여전히 그 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로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시리즈의 최신작인 '애플워치 시리즈8'(이하 애플워치8)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능은 여전히 '명불허전'
최근 들어 애플워치 신제품이 이만큼 관심을 못 받은 적이 있었을까? 애플워치8은 애플의 최신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공개된 '애플워치 울트라' 때문에 별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대인 '애플워치7'과 디자인과 크기도 동일하고 성능 면에서도 큰 변화가 없어 여러모로 관심 둘 곳이 많지 않은 제품이다.
하지만 애플코리아로부터 제품을 대여받아 3일 간 착용해 본 결과, 그래도 '명불허전'이라는 평을 내릴 수 있었다. 만약 최근에 애플워치를 구매한 사람이라면 애플워치8이 그다지 매력이 없겠지만, 이보다 구세대인 '애플워치3'를 쓰다가 슬슬 제품 교체를 생각하고 있던 입장에선 충분히 끌리는 제품이었다.
제품에 만족한 이유는 디자인과 배터리, 성능 때문이었다. 애플워치7부터 채용된 베젤리스 디자인은 애플워치의 쓸모 자체를 크게 향상시켰다. 화면 면적이 커진 만큼 담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아졌고, 각종 메시지나 알림을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아이폰을 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가시성을 제공했다. 또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AOD) 덕에 시계 역할에 더 충실해진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번 애플워치8에서는 '워치OS9'를 탑재하며 '루나' '메트로폴리탄' '천체' '플레이타임' 등의 새로운 워치페이스를 새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배터리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과거 제품의 경우 하루를 쓰기에도 빠듯한 수준이었지만, 애플워치8의 경우 아침부터 밤까지 사용해도 30~40% 정도 배터리가 남았다. 밤에는 수면모드로 전환하고,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잠시 충전을 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니 하루 종일 연속적으로 쓸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완충시 배터리 사용시간은 최대 18시간으로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으로 전일 사용을 구현했다. 다만 LTE 단독으로 통화를 오래 하거나, 주간에 장시간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배터리가 버티지 못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절전모드 등을 적절히 사용하면 최대한 꺼지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성능면에서도 스트레스 없이 빠릿한 작동속도를 보여줬다. 손에 붙은 듯 움직이는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은 구세대 제품은 물론, 타사의 최신 경쟁 제품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성능 수준을 보여준다. 또 아이폰은 물론, 에어팟 등 다른 애플 주변기기와 연동이 매끄럽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단점이라면 역시 아이폰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이러니 소비자들이 애플 생태계를 점점 더 벗어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달라진 점? 있긴 있다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8'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단 만큼 전작과 차별점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기능이 충돌 감지와 체온 측정이다.
충돌 감지는 애플워치를 착용한 상태에서 차 사고 등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119 서비스에 구조를 요청해주는 기능이다. 물론 사용은 못 해봤고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이런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모션센서를 탑재하고 수년 간 막대한 충돌 실험을 진행해 온 애플의 집념은 남다른 구석이 있다. 이 기능인 '아이폰14' 시리즈에도 함께 탑재됐지만, 애플워치의 경우 최후의 순간까지 내 몸과 가장 밀착해있는 스마트기기인만큼 중요성이 더 클 수 있다.
체온 측정 기능은 체온계 역할이 아니라 기초 체온의 변화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생리 주기를 측정하고 배란일을 예측하는 기능인데, 이 기능도 성별상 써볼 기회는 없었으나 여성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애플워치8은 심박수, 심전도, 혈중 산소 포화도 등 다양한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평소에는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니지만, 꾸준히 기록해 놓으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만큼 늘 관리 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고민없는 선택
애플워치8은 전 세대에 비해 변한 점이 많지 않아 좀 심심하지만, 늘 꾸준히 잘 하는 우등생인 건 확실하다. 디자인부터 마감, 성능, 소프트웨어 지원 등 전반적인 완성도 면에서 아직 뚜렷한 경쟁상대가 없다. 특히 아이폰 사용자라면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다. 작은 알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거나, 나의 건강이나 활동 상태를 빠짐 없이 기록하고 싶은 완벽주의자라면 애플워치는 필수품이 될 것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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