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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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라이벌 삼성과 애플의 경쟁이 '스마트홈'으로 확전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의 강력한 연동성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가전, TV를 아우르는 '초연결'을 내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절치부심 애플 '홈팟 2세대'로 재도전

18일(현지시간) 애플은 스마트 스피커 '홈팟' 2세대 제품을 공개했다. 애플이 홈팟 신제품을 내놓은 것은 5년 만이다.

애플 홈팟은 2018년 출시 당시 349달러라는 비싼 가격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으로 아미존 '에코' 등 경쟁사 제품에 밀려 외면을 받은 바 있다. 이듬해 홈팟 가격을 299달러로 낮추고 2020년에는 99달러짜리 '홈팟 미니'도 내놨지만, 여전히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애플이 다시 2세대 홈팟을 내놓은 건 '매터(Matter)'와 같은  사물인터넷(IoT) 표준이 등장한 가운데 스마트홈 시장에 다시 한 번 도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매터는 개방형 IoT 연결 프로젝트로, 매터 시스템을 장착한 제품은 브랜드가 달라도 서로 연결이 가능하다. 애플은 매터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표준연합(CSA)의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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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팟 2세대는 '시리(Siri)'를 통해 스마트홈 자동화 기능을 생성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예를 들어 온도와 습도를 측정해 특정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블라인드를 닫거나 환풍기를 작동시키도록 할 수 있다. 애플은 이런 '홈 허브' 역할을 하는 홈팟을 통해 집 밖에서도 매터를 지원하는 기기들에 대한 연결과 제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스마트홈 관리를 위한 새로운 디스플레이 제품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의 '에코쇼'와 구글 '네스트 허브' 등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제품은 아이패드와 유사한 형태로 애플 '홈킷' 기반의 스마트홈 기기들을 제어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애플은 차세대 애플TV 셋톱박스와 더불어 TV 셋톱박스와 스마트 스피커, 페이스타임 카메라 등을 결합한 스마트 홈 디스플레이도 개발 중이라고 해당 매체는 전했다.

최근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둔화되면서 성장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확장현실(XR) 기기와 애플카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나, 아직 가시권에 들어간 제품은 많지 않다. 결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가 두터운 '아이폰'을 기반으로 연결을 확장해 사용자 '락인'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싱스'로 시장 선점 나선 삼성전자

이 같은 스마트홈 전략은 삼성전자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과 TV 시장 1위라는 입지를 활용해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한 '초연결 시대' 대중화를 노리고 있다. 삼성 역시 CSA 회원사로 매터 표준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클라우드 기반으로 여러 제조사 홈 IoT 플랫폼을 연동하는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 창립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열린 'CES 2023'에서 새로운 스마트홈 허브인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스마트싱스의 스마트홈 기능을 보다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매터 지원 기기의 QR코드를 스캔하면 곧바로 스마트싱스 앱에 추가할 수 있으며, 이런 기기들을 연동해 사전에 설정해 놓은 취침, 기상 등 다양한 사용자 '루틴'을 버튼 하나로 손쉽게 실행할 수 있다. 지난해 CES 2022 태블릿 형태의 통합 홈 컨트롤러 '홈 허브'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선보인 좀 더 직관적인 형태로 스마트홈의 문턱을 낮추고 차별화를 노린 것.

삼성전자가 'CES 2023'에서 공개할 '스마트싱스 스테이션'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CES 2023'에서 공개할 '스마트싱스 스테이션'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스마트싱스 앱 가입자 수는 2억5000만명 이상으로, 연결된 기기는 1억800만대가 넘는다. 회사 측은 5년 내 가입자를 5억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TV와 가전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홈 분야에서 애플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이다. 애플이 모바일 제품간 강력한 연동성을 바탕으로 생태계 전략에 성공했듯, 삼성전자는 이를 한 차원 높여 가전, TV, 향후 자동차 등과도 연동한 더 큰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연결을 기반으로 사용자들에게 편의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발굴하고, 궁극적으로 사용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캄테크'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가전들의 총 전력 사용량을 파악해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전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싱스 에너지' 같은 서비스들이 삼성전자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을 이끄는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이 어떤 제품을 쓰더라도 연결이 돼서 편리하고 새로운 가치를 받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우선 모바일을 중심으로, 모바일이 없으면 TV로, TV가 없으면 냉장고로 소비자의 사용 경험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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