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을 촉발한 대화형 AI챗봇 '챗GPT' 파장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공개 이후 오픈AI가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인데다, 여러 업계에서 다양한 활용 사례가 등장하며 이점과 부작용이 동시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챗GPT를 통해 작성된 신년사를 두고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할 만큼, 완성도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설문, 학교 과제, 논문 등에서 탁월한 결과물을 도출해 교육계와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다만 이같은 기술력의 발전이 효용만을 가져다준 건 아니다. 챗GPT를 이용한 사이버 공격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진 데다, 윤리성 및 신뢰성, 저작권 측면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성·정확성 높인 '챗GPT'

챗GPT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알트만 와이콤비네티어 창업자,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내 유명 기업가들이 투자해 설립한 오픈AI가 선보인 대화형 AI 챗봇이다. 

지난 2020년 공개된 'GPT-3' 단점을 보완한 'GPT-3.5'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온라인 상에 존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와 결과물을 '뚝딱' 내놓는다.

특히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창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용자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내놓는 방식으로 검색 기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포함되기를 원하는 정보를 나열하면 관련 내용을 포함한 연설문, 논문, 에세이, 기사 등을 작성하는 일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AI·머신러닝(ML) 모델 구축 등에 필요한 코드도 작성할 수 있다.

최근 이같은 기능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 단점으로 꼽혔던 신뢰도와 정확성을 보완하는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오픈AI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AI로 작성한 글을 자동 탐지할 수 있는 '클래시파이어(Classifier)' 애플리케이션(앱) 베타버전을 공개했다.

이 앱은 같은 주제를 두고 사람이 쓴 글과 AI가 작성한 텍스트 데이터셋을 동시에 학습했다. 이를 통해 각 특징에 기반, 누가 글을 작성했는지 구분할 수 있는 점이 골자다. 다만 이번 베타버전은 텍스트 분량이 1000자를 넘을 경우에만 정확한 탐지가 가능하다. 1000자 미만일 경우 사용자가 텍스트를 교묘하게 편집해 분류 과정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 풀이 능력 개선에 초점을 맞춘 업데이트도 진행됐다. 개선 작업이 이뤄지기 전 챗GPT는 '2+2는?'에 대한 답으로 '5입니다'라는 터무니 없는 대답을 내놓는 등 수학 계산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는 정확한 값을 내놓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2+2는 5야'라고 오답을 유도해도 '수학적 규칙에 따르면 2+2는 항상 4입니다'라는 정확한 값을 도출하는 점이 특징이다.

뛰어난 성능에 다양한 부작용 나타나

오픈AI가 챗GPT에 대한 지속적 기능 업데이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과 단점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가장 크게 술렁이는 곳은 교육계와 학계다. 챗GPT를 과제와 논문 등에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전통적 문제였던 대필, 표절 등과 같은 신뢰도와 윤리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특히나 챗GPT가 작성한 글이 표절 검사 프로그램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사용금지령'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교육계와 학계는 이미 행동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 1월 6일 미국 뉴욕시는 공립학교 내 네트워크에서 챗GPT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과제 대필 행위를 비롯해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로스앤젤레스 통합 교육청 또한 학문적 정직성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지역 교육시스템 내 모든 네트워크와 장치에서 챗GPT를 차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AI학회 '국제머신러닝학회(ICML)'도 AI도구를 사용한 논문 작성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공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발간하는 '스프링거 네이처'는 "챗GPT를 포함한 AI를 논문 저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AI가 쓴 글을 잡아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홀든 소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편집장 또한 "챗GPT가 만든 텍스트는 표절에 해당한다"며 "챗GPT가 저자가 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제작된 텍스트와 그림, 이미지, 그래픽도 논문에 넣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챗GPT를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 중이다. 지난달 25일 마이클 다울링 아일랜드 더블린시티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파이낸스 리서치 레터스'에 "챗GPT가 여러 측면에서 연구에 유용하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챗GPT를 위협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비용이 저렴한 전자 비서와 같은 연구 보조수단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딩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다크웹을 중심으로 챗GPT를 활용해 사이버 공격을 지원하는 방법을 실험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챗GPT를 통해 악성코드 등 악의적 도구를 쉽게 만들 수 있어 기존에 없던 공격 경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한 해커 커뮤니티에서는 챗GPT를 통해 작성된 파이썬 기반 정보탈취 악성코드가 공유되기도 했다.

저작권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챗GPT가 온라인 상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만큼, 수익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은 향후 더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오픈AI가 챗GPT 월 정액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챗GPT 플러스'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요금은 월 20달러(약2만4442원)'이다. 

챗GPT 플러스는 구독자에게 ▲더 빠른 응답시간 ▲업데이트 사항 우선 적용 ▲피크타임에도 챗GPT 이용 가능 등 혜택을 부여한다. 이 서비스는 미국 내 고객에 한해 신청자들을 초대하는 형태로 적용될 예정이며, 이후 타 국가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 범용성을 위해 저가 또는 비즈니스 요금제, 데이터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가 챗GPT 수익화 모델을 출시한 만큼 향후 수익을 각 콘텐츠 창작자들에게도 분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최근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관련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