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개발한 '챗GPT' 시작 화면/사진=챗GPT 홈페이지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시작 화면/사진=챗GPT 홈페이지

키보드에 얹은 손과 팔에 소름이 돋았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어두운 방안을 둘러봤다.

최근 IT업계는 놀라움과 동시에 일말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자리'가 위태롭다는 반응도 흘러나온다. 그 중심에는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챗봇 '챗GPT(ChatGPT)'가 있다.


코딩 넘어 그림, 작곡도 가능한 AI

인공지능(AI)이 진화 끝에 각종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장악하고 핵미사일, 로봇, 드론 등으로 인류 말살에 나서는 시나리오는 그간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에서 흔히 쓰이는 '단골 소재' 였다. 즉, 그저 흥미로운 스토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간밤에 경험한 챗GPT만으로 이같은 미래가 도래할까 두려워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말했듯, AI기술은 아직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보완해야할 결함도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챗GPT를 사용하는 동안 알 수 없는 위기감이 든 부분은 확실히 있었다.

챗GPT는 오픈AI에서 개발한 고성능 AI 언어모델이다. 이 모델은 지난 2020년 공개된 GPT-3의 단점을 보완한 'GPT-3.5' 기반으로 입력된 테스트에 대해 자연어 형태로 응답을 생성하는 기술인 대화형 언어 모델링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AI가 실시간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대화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챗GPT가 ML학습을 위한 파이썬 코드를 작성한 모습/사진=김가은 기자
챗GPT가 ML학습을 위한 파이썬 코드를 작성한 모습/사진=김가은 기자

오픈A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알트만 와이콤비네티어 창업자,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내 유명 기업가들이 투자해 설립한 AI 연구기관이다. 'GPT-3' 등 AI 언어 모델은 물론, 그림 그리는 AI '달리2(DALL-2)' 등을 선보인 바 있다.

방식은 간단하다. 여느 AI챗봇과 마찬가지로 채팅을 통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거나 일상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뿐만은 아니다. 챗GPT는 코딩, 작곡, 작문 등 결과물을 5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쉽게 내놓는다.

단순한 호기심에 "머신러닝(ML) 모델을 만드는 파이썬 코드를 작성해줘"라고 요청하자 챗GPT는 "ML모델을 만드는 파이썬 코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라며 "아래는 간단한 예제로 제공해드리며, 자세한 내용은 파이썬 머신러닝 관련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응답했다. 이후 뜬 검은 화면에 관련 코드를 실시간으로 써내려갔다.

챗GPT가 노래를 작곡한 모습/사진=김가은 기자
챗GPT가 노래를 작곡한 모습/사진=김가은 기자

'코딩 문외한'인 기자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류가 있는 것 같은데 수정해줘"라고 재차 요구하자, "죄송합니다. 위 코드는 일부 내용이 생략돼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수정된 코드입니다"라고 답하며 처음 내놨던 결과물 보다 더 길고 자세한 결과물을 곧바로 내놨다.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에도 챗GPT는 당황하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채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코드에 사용된 문자들을 조합해 나름의 그림을 그려내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노래를 작곡했다는 점이다. 챗GPT는 'The sun is shining, the sky is blue'로 시작해 벌스, 코러스, 브릿지로 구성된 노래 한 곡을 '뚝딱' 만들어냈다. 이후 "이 노래는 사랑과 같은 좋은 감정을 담은 것"이라며 "노래의 구조는 전통적인 '벌스-코러스-벌스-코러스-브릿지-코러스' 형태를 따릅니다"라고 설명했다.

혹시나 기존에 있던 노래를 그대로 베껴온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네이버를 비롯한 여러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봤으나 가사가 정확히 일치하는 노래를 찾을 수 없었다. 예술의 영역에서도 문제없이 도출된 결과를 목도한 순간 묘한 감정이 들었다.


혁신 vs. 호들갑으로 엇갈리는 반응

챗GPT를 두고 현재 IT업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반응을, 또다른 한편에서는 다소 호들갑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개발자는 "ML 모델 구축을 위한 코드를 작성해달라고 한 뒤, 오류가 있는 부분에 대해 단 한번 수정을 요청했는데 완벽한 코드를 내놨다"며 "허탈한 마음에 챗GPT에 '너가 나보다 코딩을 잘하면 개발자인 나는 뭘해야 될까'라고 묻자 '인간이 AI보다 잘하는 부분이 많고 아직은 부족하다'며 위로했다"고 후기를 밝혔다.

또다른 개발자는 "틈만 나면 챗GPT를 시험해보고 있는데 적어도 나보다는 확실히 코딩을 곧잘하는 것 같다"며 "파이썬 코드를 시험삼아 짜달라고 했더니, 거의 정확히 짜준다"고 감탄어린 반응을 보였다.

반면 기술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사용자는 "냉정히 말해 과거 엠파스의 자연어 검색엔진을 마주했을 때와 느낌이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정도로 흥분할 정도는 아닌 듯 하며, 과거 알파고 때처럼 AI가 뭘 다 바꿀 것처럼 떠들지만 이런 정도로는 뭘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챗GPT가 그려낸 그림/사진=김가은 기자
챗GPT가 그려낸 그림/사진=김가은 기자

이어 "오히려 챗GPT의 가능성은 질문을 하면 대답하는 역할로서 정보들을 정리해주고, 풀어내준다는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이를 세련되게 고도화하면 구글 정도의 회사가 '차세대 검색 인터페이스'로 이러한 모양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이며, 챗GPT로 AI 분야의 진일보를 논하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스탠스"라고 덧붙였다.

구글 검색을 대신하는 일도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있다. '자동완성' 프로그램에 가깝기 때문에 누구나 아는 자연과학, 사회과학이나 수학에 약하고, 참·거짓 판별능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챗GPT가 AI에 내재된 모든 문제를 해결한 기술은 아니다. 

기본적 모델 학습 자체가 온라인 상에 존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편향성, 정보의 신뢰도에 대한 한계를 여전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윤리적 측면에서도 사회의 잘못된 생각을 그대로 학습해 답변에 활용하는 등 문제가 있으며 지역 및 국가별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도 단점이다.

오픈AI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했다. 오픈AI 측은 "우리는 모델이 부적절한 요청을 거절하도록 노력했지만, 때때로 유해한 지시에 반응하거나 편향된 행동을 보일 것"이라며 "현재는 이런 실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는 이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고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모델이 초기 데모 버전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고도화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특히 내년 초 매개변수 1조개 이상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GPT-4'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개변수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의 단위로, 많을 수록 높은 성능을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

끝으로, 이번 기사 중 일부는 챗GPT가 작성한 글이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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