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마츠 그란디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사무총장)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이 나흘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일(현지시간) 폐막했다. 행사가 열린 '피라 그란 비아'는 마지막 날까지 통신과 기술의 미래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관람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속도'(Velocity)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160개국 2000개 업체가 참여했고, 약 8만명 이상이 참관했다. 주최 측은 이 중 절반 이상이 통신 이외의 분야에서 참여했다고 밝힐 만큼 이번 행사는 모바일을 넘어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로봇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를 총망라하는 행사로 치뤄졌다.
중국 테크 기업, 유럽시장 화력 집중
이번 행사에선 '중국'이 중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행사에선 자취를 감췄던 중국 테크 기업들은 미중 갈등을 피해 유럽 시장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미국 무역 제재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히던 화웨이는 행사장 1관을 통째로 빌려 91000m2 규모의 초대형 부스를 설치하고 5.5G,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그린 ICT, 단말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였다. 행사장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화웨이 부스는 '기가버스' 이니셔티브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네트워크, 지능형 컴퓨팅 등 첨단 기술력을 뽐내며 연일 참관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샤오미, 오포, 아너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공세도 거셌다. 이들은 행사장 3관 삼성전자 부스 주변에 자리를 잡고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폴더블폰을 대거 선보였다. 이들은 유럽 시장에서 만큼은 중저가폰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도 갤럭시와 아이폰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아직 가격 대비 완성도는 갤럭시나 아이폰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었지만, 관람객의 호응만 놓고 보면 유럽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이들에 홀로 맞선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 시리즈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갤럭시 S23 울트라'의 강력한 카메라 성능과 게이밍 경험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갤럭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갤럭시 북' 등 모바일 디바이스, '스마트싱스' 기반의 가전까지 아우르는 차별화된 생태계를 부스를 통해 전달했다.
망사용료 두고 통신사-넷플릭스 '설전'
이번 MWC에선 '망사용료'를 두고 통신사와 콘텐츠 플랫폼 업체 간의 치열한 '썰전' 펼쳐졌다. 먼저 포문을 연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한(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추진하고 있는 '기가비트연결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정'이란 화두를 던졌다.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막대한 망 투자에 대해 공정한 자금조달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가비트연결법) 논의가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 사업자(CP) 가운데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 이분법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유럽 통신사 수장들은 키노트 강연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팀 훼트게스 도이치텔레콤 CEO는 "하이퍼스케일러와 스트리밍 서비스가 우리 인프라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이 공정한 거래인가"라며 "우리가 인프라에 투자하는 돈과 수익을 창출하는 돈 사이에 공정한 분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텔 헤이드만 오렌지 CEO 역시 "그동안 통신사는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에 집중된 기하급수적인 트래픽 증가에 대처하면서 자본 지출을 짜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해왔다"며 "규제 당국과 정책 입안자들이 이 지속 불가능한 상황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질새라 지난달 취임 후 첫 공식석상에 나온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통신사와 콘텐츠사가 각자 역할에 충실하자며 '작심발언'을 펼쳤다. 그는 "넷플릭스는 지난 5년 동안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600억 달러(약 79조원) 이상 콘텐츠에 투자했다"며 "오히려 넷플릭스가 통신사들에게 콘텐츠 제작 비용을 같이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날렸다.
국내 통신사 'AI 혁명' 선도
SK텔레콤, KT 등 국내 통신사는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 혁명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었다. 특히 'AI컴퍼니'로의 진화를 선언한 SK텔레콤은 산업과 사회 전 영역의 AI 대전환을 선도하겠다는 'AI to Everywhere(AI를 모든 곳에)' 비전을 선포했다. 또 이 회사는 국내의 내노라하는 인공지능 기업들과 한 배를 타기 위한 'K-AI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이번 MWC 기간 중에 현지에서 자사가 보유한 자회사 SK쉴더스 지분 일부와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의 지분 전체를 글로벌 투자사 EQT인프라스트럭처(EQT)가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발렌베리家 산하의 EQT는 SK쉴더스 최대주주로 올라 SK스퀘어와 공동 경영을 펼친다. SK쉴더스의 기업가치를 2배로 불려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박 부회장은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을 주주환원과 추가 투자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T는 사장 선임을 두고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글로벌에 '디지코' 경쟁력을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전시에서 KT는 전 세계 관람객에게 인공지능 반도체와 로봇, 차세대 네트워크 솔루션 등을 소개하고 호평을 받았다. 특히 초거대 AI '믿음'과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제작 기술, 모레의 AI 인프라 솔루션 등 'AI 풀스택'을 구축한 KT의 인공지능 전략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사장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행사에 참석한 구현모 KT 대표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 자격으로 '협업을 위한 시간인가?(Is it time for Co-Creation?)'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구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지코 KT를 계속 응원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바르셀로나(스페인)=허준 기자 joon@techm.kr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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