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이 MWC 23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MWC 영상 캡쳐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이 MWC 23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MWC 영상 캡쳐

역시 MWC는 통신사들의 축제였다. 개막 첫날부터 망 사용료와 관련한 맹공이 펼쳐졌다. 망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콘텐츠 제공 사업자(CP)들도 망 투자를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통신사 측에서 들고 나온 논리는 '공정'이다. 무엇이 망에 대한 공정한 비용 분배인가를 다시 한번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통신사 측의 주장이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한(EU)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3 기조강연을 통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기가비트연결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가비트연결법은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CP들도 기금을 출연하거나 망 사용료를 내서 광대역 통신망 구축에 기여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막대한 망 투자에 대해 공정한 자금조달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지금의 규제는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로 지금의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기가비트연결법) 논의가 통신사업자(ISP)와 CP 가운데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 이분법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며 "막대한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 CEO인 크리스텔 헤이데만 역시 키노트 강연을 통해 "유럽 통신사들은 매년 560억유로를 투자해 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글로벌 톱5 CP들이 전체 일 트래픽의 55%를 차지하고 있다"며 "대형 CP 유발사들도 망을 위한 공정한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한국 통신사들도 망 투자 공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6일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도 "공정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힘의 논리가 아니라, CP와 ISP가 어느 정도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공정한가에 대한 관점에서 접근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MWC는 글로벌 통신사들이 주도해서 개최하는 행사다. 주최 측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다. 통신사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통신사들이 글로벌 IT업계 시선이 집중되는 MWC에서 '공정'을 논리로 CP들을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첫날은 통신사들의 일방적인 맹공이었지만, 둘째날부터는 CP들도 반격에 나선다. 넷플릭스 그렉 피터스 CEO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키노트 강연에 나선다. 네트워크 투자와 관련한 비공개 세션에는 마커스 레이니쉬 메타 유럽공공정책 부사장과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이 참여해 반격을 가할 예정이다.

바르셀로나(스페인)=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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