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대표 인터뷰
아마존처럼 레이더계 '에브리싱 스토어'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의 겨울'이 도래했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기초체력을 길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기술은 가장 튼튼한 체력이자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가기 위한 원동력이다. 미래의 유니콘을 꿈꾸며, 튼튼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테크M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레이더는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다. 물체와의 거리, 방향 등을 인지한다. 영화 속에서 적기를 추적하거나, 자동차 주행시 점으로 표시되는 궤적을 본적 있다면 레이더의 활용을 목격한 것이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점이 아닌 이미지로, 레이더 기술을 고도화했다. 

김용환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대표는 최근 테크M과 인터뷰에서 "레이더 업계의 에브리싱 스토어(Everything Store)가 목표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해 모든 것을 파는 아마존처럼"이라며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의 레이더는 자율주행, 농업, 군사업, 교육,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된다"라고 했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2017년 설립된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4차원(4D) 이미지 레이더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이 자체 개발한 4D 이미지 레이더는 기존 레이더의 맹점을 해결해 주목 받았다. 기존 레이더가 사물의 위치 정보를 점으로 인식한다면 이미지 레이더는 말 그대로 데이터를 이미지화한다. 주변 사물의 3차원 정보(거리, 속도, 각도)에 높이 정보를 종합한 데이터를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인식·처리하면서 정확한 주변 환경 파악을 돕는다. 

또 레이더는 카메라나 라이더보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황사, 폭우 등 악천후에도 정확한 정보를 준다. 점으로 인지한다는 단점만 부각되기엔 아까운 기술인 셈이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레이더가 정밀한 이미지를 제공한다면 활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기존엔 내구성이 떨어지고, 값이 비싸도 카메라나 라이더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레이더 대비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해준다는 이유가 컸다. 

잘 만든 레이더 기술이 입소문이 나자, 협업 러브콜도 쏟아졌다. 자율주행, 농업, 군사업, 정유업, 헬스케어 등 분야도 다양했다. 흙먼지가 날리는 농업 현장, 빛이 없는 상황 속 환자 동선 파악, 역광이 심한 보안 구역, 기름을 나르는 정유관 등 레이더가 메울 수 있는 산업의 공백은 너무도 많았다.


레이더에 인공지능 더했다...전산업군에 안착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자사 레이더 기술의 특장점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이미지화', 두 번째는 '인공지능(AI)'이다. 김 대표는 "카메라와 라이다는 해상도는 좋지만, 비싼 가격과 약한 내구성이 약점으로 꼽힌다. 빛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 것도 맹점"이라며 "반면 전자파를 활용한 레이더는 빛이 없어도 동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레이더가 물체의 거리, 높이, 깊이와 더불어 속도까지 감지한다면 경쟁력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4D 이미지 레이더는 라이다 가격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AI를 더해 경쟁력을 높였다. 레이더에 탑재된 알고리즘을 통해 물체를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우리 이미지 레이더 기술은 영상도 만들 수 있다. 정밀한 감지 기능을 갖추니 다양한 시장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김용환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대표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제공
김용환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대표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제공

먼저 자율주행 시장이 열렸다. 악천후에도 안정적 주행이 가능한 점도 주목받았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분야는 다양한 기업에서 협업 문의가 들어왔다"며 "흙먼지와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도 주행이 가능하다. 건설, 쓰레기 수거, 농사, 공사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산업 안전 및 보안 분야에서 활용성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사용이 많아진 드론 분야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국방 분야에서도 활용하기 좋다. 드론을 통한 공격을 어떤 방향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역광이 심한 환경에서도 문제 없다"며 "보안이 중요한 공항이나 정유공장에서도 쓰인다"라고 했다.

카메라처럼 사람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지 않고, 점이 모인 이미지로만 보여주는 등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특히 요양원, 독거노인 가구, 공공 화장실 등에서 긴급 상황 발생 시 알림을 위한 센서로 각광받고 있다. 김 대표는 "환자의 보폭이나 행동을 분석해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방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낙상 방지도 가능하다"라고 언급했다. 이 회사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관련 플랫폼을 내놓은 바 있다.


해외에서 알아본 토종 기술...美·日·유럽 진출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북미, 일본, 유럽 등 해외로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사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현재 스마트교통, 헬스케어, 농업 등 각 국 다양한 분야 1~2위 사업자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술이 입소문이 난 덕분에 먼저 협업 제안을 준 고객사가 많았다. 레이더 기술 활용처를 먼저 제안해줬다"라며 "미국 법인은 2020년도에 설립했고, 일본과 유럽은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 레이더 기술을 다양하게 적용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뿐 아니라 교통관제에도 레이더 기술이 활용된다. 군수용·민수용 드론 시장도 굉장히 크다"라며 "최근 관심있게 보는 시장은 '수위 측정'이다. 정유회사, 화학회사에서 관련 수요가 꾸준하다"라고 언급했다.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제공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제공

일본 시장은 든든한 우군과 함께한다. 김 대표는 "일본에선 세 곳의 파트너사와 함께하고 있다. 모두 조 단위 매출을 하는 곳"이라며 "파트너사를 통한 영업사원이 100명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미마모리(저출생·고령화 극복 산업), 산업 안전 등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럽과 중동 시장도 바라보고 있다. 김 대표는 "유럽 시장에선 각기 들어오는 파트너십 제안만 검토해왔지만, 전략적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이 많은 독일 등이 우선 순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를 베이스캠프 삼아 진출국가를 넓히는 방식이 좋다고 본다"라고 했다. 이어 "중동 시장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있기도 하고, 현지 에이전트를 통하면 비즈니스 기회도 많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내다봤다.

궁극적인 목표는 레이더 기술의 대중화다. 김 대표는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라며 "소형·대형 가릴 것 없이 가능한 모든 영역에 레이더 기술을 접목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레이더 업계의 넥스트 '일론 머스크'가 나올 수 있도록 '이네이블러(참여자)' 역할도 하고 싶다. 교보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레이더 키트'를 만들었다. 미국, 캐나다, 국내 대학 학생들의 집단 지성이 발휘될 것"이라고 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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