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인터뷰
美 주택담보대출 시장 뚫은 핀테크사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의 겨울'이 도래했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기초체력을 길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기술은 가장 튼튼한 체력이자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가기 위한 원동력이다. 미래의 유니콘을 꿈꾸며, 튼튼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테크M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네이버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토스보다 먼저 미국에 진출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해빗팩토리가 그 주인공이다. 해빗팩토리는 보험설계사 중심으로 짜여진 보험 유통구조를 바꾸기 위해 보험비교추천서비스를 내놓은 핀테크 기업이다. 지난해는 미국에 진출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는 최근 테크M과 인터뷰에서 "해빗팩토리는 '어떻게 많이 팔 것인가'보다 '어떻게 사용자의 서비스를 높일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금융의 문턱을 낮춰 보험사와 대출모집인(중개인)이 가져가던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해빗팩토리는 보험 산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디지털 기술로 바꿔보자는 목표로 출발했다. LG유플러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 대표는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통신과 보험의 융합 서비스를 기획했다. 삼성화재와 진행한 프로젝트로 보험 산업을 맛보았고, 이를 계기로 메리츠화재로 적을 옮겨 시장 분위기를 탐미했다. 이때 그는 기존 보험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체감했다고 한다.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의 이익이 소비자의 이익보다 우선 고려되는 것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이 대표는 창업에 뛰어들었고, 2016년 해빗팩토리를 세웠다. 해빗팩토리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T) 기술로 보험 산업의 문제해결에 나섰다. 기존 평균 10장의 보험증권과 1000장에 달하는 보험약관은 진입장벽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설계사는 고객이 제공한 증권을 며칠간 수작업으로 분석하고, 고객은 설계사 분석에만 의존하게 됐다. 이는 업무의 비효율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만들어냈다. 해빗팩토리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이 대표는 "며칠씩 걸리던 작업이 AI 프로그램 개발로 10초 안에 가능해졌다. 생산성은 7배 이상 높였고, 운영비용은 3분의 1로 줄였다"며 "기존 보험업과 비교하면 20배 이상의 비용 절감을 이룬 것이다. 고비용 산업 구조를 저비용 구조로 바꿔내니,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줄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서 해빗팩토리의 보험 분석·추천 앱(애플리케이션) '시그널플래너'는 6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순항 중이다. 인슈어테크 업계 1위다. 시그널플래너는 서비스 출시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고 올해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약 20%에 달한다.
韓 보험 산업 혁신한 기술...美 주담대 시장 뚫다
해빗팩토리는 지난해 1월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해외 진출에 나섰다. 미국 시장을 선택한 것은 한국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다. 해빗팩토리의 성공 비결은 고비용 사업 구조를 저비용으로 전환한 것에 있다. 미국은 한국 보다 인건비가 3배 가량 비싸지만, 금융 시장 규모는 10배 이상 크다.
이 대표는 "미국 금융에서 가장 큰 시장이 주택담보대출인데 이 시장도 정보비대칭 때문에 고객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었다"며 "고객에게 최적 금리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데, 5억원을 대출받으면 수수료로 2000만원이 드는 식이다. 그 이익은 전부 중개인이 가져간다"라고 말했다.
해빗팩토리는 시장 진입을 위해 현지 직원 채용에 나섰다. 이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았다. 20년 이상 관련 산업에 종사한 베테랑 인력들을 한명 한명 만나며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합류를 설득했다. 이들 중 몇 명이 해빗팩토리와 함께 하게됐고, 그 이후 사업 진행은 꽤나 순조로웠다. 1년 정도 걸리는 라이센스 취득을 2개월 만에 해결했다. 해빗팩토리는 지난해 3월 주담대 상품 비교 서비스 '로닝에이아이'를 출시했다. 고비용 사업 구조를 저비용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이 대표는 "우리의 강점은 고객의 금리 낮추고, 빨리빨리 업무 처리해 주는 것"이라며 "비영어권 언어도 제공해 이민자의 정보 격차도 해소했다"라고 했다. 해빗팩토리는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기존에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 소요되는 3일을 1분으로 단축시켰다. AI프로세스를 통해 금리 조회 기능도 선보였다.
지금까지 로닝에이아이가 제공한 평균 금리는 6.056%며, 최저 금리는 3.625%다. 미국 대출 금융 기관 로켓 모기지, 웰스 파고와 비교했을 때 평균 0.5%에서 2% 이상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해빗팩토리에서 30년 모기지 이용시, 타사대비 총 89억원 이자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인당 1억6400만원 수준이다.
美 시장 확장 가속...금융계 '넷플릭스' 될 것
해빗팩토리 미국 법인은 현재 4명 정도 직원이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해빗팩토리는 사업 확장과 함께 최대 50명까지 증원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는 10개 금융회사의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중개사로 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올해 안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랜더사'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대표는 "랜더사 전환이 이뤄지면 고객에게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 있다"며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 단축도 고도화될 것이다. 보름에서 한달 가량 소요되던 업무가 일주일 이내로, 더 나아가 실시간 처리까지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 낮춘 비용은 다시 고객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해빗팩토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해빗팩토리는 지난 5일~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기업(IR) 피칭을 진행했다.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이를 금리 경쟁력으로 연결시키는 회사의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전부터 해빗팩토리는 금융 지주사, 보험사, 증권사 등에서도 수많은 러브콜을 받아왔다. 해빗팩토리의 기술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로켓 모기지'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로켓 모기지는 연간 대출 금액이 418조원에 달한다. 현재 해빗팩토리는 370억원 수준이다. 몇백배 이상 로켓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후에는 추가적인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미국 주담대 시장과 닮은 호주, 영국, 캐나다 등 국가를 우선 순위로 생각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금융분야에는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글로벌 슈퍼앱이 아직 없다"라며 "해빗팩토리가 전세계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 더 큰 포부를 전하자면, 해빗팩토리가 기술로 금융의 진입장벽을 낮춰 부의 편중과 경제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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