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폐쇄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서비스 재개를 알렸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도둑 시청'을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취해져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불법 사이트 이용자를 발본색원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들이 범죄를 방조하고 퍼뜨리는 것 또한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누누티비, 뻔뻔한 컴백 예고
19일 업계에 따르면 누누티비 운영진인 스튜디오유니버셜은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오는 30일 오전 2시부터 누누티비 시즌2를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누누티비는 도미니카 공화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고 밝힌 불법 사이트다. '더글로리', '아일랜드' 등 최신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 월 방문자만 1000만명에 달했다. 이를 단속하기 위한 정부의 압박과 수사가 이어지고, 트래픽 요금이 불어나자 누누티비는 지난 14일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서비스 종료 결정 사흘 만에 '돌연 컴백'한 누누티비에 업계는 떠들썩하다. 운영 비용을 줄여 수익화에 본격 나서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누누티비는 '공개형'이 아닌 '폐쇄형' 운영 방식을 택했다. 누누티비2 공식 텔레그램으로 문의한 이용자에게만 따로 도메인을 알리는 방식이다.
앞서 누누티비는 넷플릭스와 국내 동영상서비스(OTT), 지상파, 종합편성채널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사이트에 게시해왔다. 누누티비는 유료 콘텐트를 무료로 제공하고 온라인 도박 사이트 광고 등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누누티비는 도박 광고를 통해 약 333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누누티비가 돌아오자 당장 콘텐츠 업계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국내 권리자들의 가입자 확보가 저해되면 콘텐츠 투자액 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누누티비 운영 당시, 방송사 및 OTT 등 업체의 추정 피해액은 약 5조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영상 조회수만 총 15억회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도둑시청 뿌리 뽑기 시급"
콘텐츠 업계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 이성민 한국방통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영상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저작권 침해를 뿌리 뽑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며 "권리자의 적극적인 대응이 1차적으로 필요하고, 제도·정책적 지원이 수반돼야한다"라고 언급했다.
유사 서비스가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하는 만큼, 강력한 처벌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요인 차단을 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검·경 합동수사 및 국제 공조수사로 운영자를 발본색원하고, 불법광고 이익 환수 조치 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방송사 및 OTT 업체들은 이용자들이 불법 사이트 링크를 공유하는 행위까지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OTT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저작권법 규정의 한계로 불법 복제물 제공을 위한 링크 공유 행위는 제대로 처벌할 수 없었다"라며 "앞으로 법적·제도적 보완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공들인 콘텐츠를 공짜로 도둑시청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용자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매일 사이트를 하나씩 차단한다고 하더라도 유사 서비스는 계속 나올 여지가 크다"라며 "산업을 죽이는 데 가담하고 있다는 인식과 부끄러움이 공유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제2, 제3 누누티비도 뿌리뽑겠다는 강력한 행동만이 산업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 해 124억 달러(16조원)의 수출액을 일으키며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점쳐진 콘텐츠 산업을 건강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선, 저작권 침해 행위를 완전 차단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