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MR 헤드셋 예상 렌더링 /사진=맥루머스
애플 MR 헤드셋 예상 렌더링 /사진=맥루머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애플과 삼성이 '포스트 모바일' 기기로 불리는 확장현실(XR) 기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XR 기기가 포화상태에 이른 스마트폰을 대체하고 새로운 혁신 제품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월 애플의 '비밀병기' 공개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6월 열리는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새로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년 간 애플이 비밀리에 개발해 온 이 MR 헤드셋의 이름은 '리얼리티 프로'로 전해진다.

이 제품에는 신형 맥북에 들어간 'M2' 칩과 혼합현실 전용칩, 내외부 10개 이상의 카메라, 8K 고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 등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들은 이 헤드셋을 통해 애플의 여러 앱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전문가로 통하는 밍치궈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AR 및 MR 기기의 발표 내용이 기대보다 좋다면, 헤드셋 장치는 곧 소비자 가전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애플은 이 신규 디바이스 발표에 착실히 준비되어 있다"고 전했다.

밍치궈 연구원은 올해 애플이 고급형 제품을 먼저 선보인 이후, 2025년에는 좀 더 저렴한 보급형 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아무리 애플이지만…기대 반, 걱정 반?

애플의 새로운 디바이스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품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항상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신제품을 내놓는 것과 달리, 이번 MR 헤드셋은 벌써부터 '애플답지 않은 제품'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애플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애플은 애초에 실제 안경과 같이 하루종일 부담없이 쓸 수 없는 형태의 제품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초 목표보다 길어진 개발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공개될 제품은 스키 고글 형태로 전해진다. 기존 가상현실(VR) 헤드셋과 같이 착용이 거추장스러운 형태일 뿐만 아니라, 외부 배터리를 따로 연결해 허리춤에 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내부에서도 기대감을 낮추는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출시 첫해 3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했으나, 최근 절반도 안되는 90만대로 목표치를 대폭 하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도 3000만달러(약 4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원가 수준으로 이윤이 크게 남는 제품도 아닐 것으로 전해진다.


'XR 어벤저스' 구축한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XR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지난 2월 '갤럭시 S23' 언팩 행사에서 구글·퀄컴과 함께 XR 기기를 개발 중이라는 깜짝 발표를 했다.

당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모바일 칩 최강자 퀄컴과 하드웨어(HW) 최강자 삼성, 운영체제(OS)·플랫폼 최강자인 구글이 손잡고 제대로 된 XR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출발 선언"이라며 "앞으로 협업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열린 MWC 2023에서 노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선행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완성도가 높아지는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1일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XR 제품 출시를 공식화한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사진=갤럭시 언팩 유튜브 영상 캡쳐
1일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XR 제품 출시를 공식화한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사진=갤럭시 언팩 유튜브 영상 캡쳐

이어 구글도 최근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I/O)에서 삼성과 안드로이드 기반의 XR 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행사에서 구글은 올해 말이면 XR 분야에서 새로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의 XR 기기가 이르면 연내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0년 미국 특허청(USPTO)에 XR 헤드셋으로 추정되는 '갤럭시 스페이스' 상표를 등록했고, 지난 2월에는 한국특허정보원(KIPRIS)에 '갤럭시 글래스' 상표권을 출원한 바 있다.


XR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배팅

이와 더불어 삼성은 XR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작업도 착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8일 미국 마이크로 OLED 기업 이매진을 2억1800만달러(약 29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XR 디스플레이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로 알려졌다.

이매진이 보유한 마이크로 OLED 기술 '다이렉트 패터닝'은 XR 구현에 필수적인 기술로 알려져있다. 이매진의 마이크로 OLED는 기존 OLED보다 소비 전력이 낮고 휘도(화면 밝기)가 높아 XR 디스플레이 용도로 활용도가 높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XR기기는 향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이매진의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XR 관련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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