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출범식 현장 /사진=코리아스타트업 포럼 제공
마음 상담소 출범식 현장 /사진=코리아스타트업 포럼 제공

 

지난해부터 이어진 투자위축, 자금조달 압박 등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창업가들을 위한 '마음 상담소'가 2일 출범했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장기화하면서, 창업가를 위한 멘탈 헬스케어가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시작된 것으로, 관련 기관과 단체가 합심해 추진한다.

2일 서울 역삼동 마루360에서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 출범식이 열렸다. 이번 프로그램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아산나눔재단, 디캠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 창업 생태계를 이끄는 4개 대표 기관이 주관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또한 행사에 참석해 마음 상담소 출범을 격려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 "많은 선배 창업자가 동참해주길"

이 장관은 자신이 벤처기업인 시절 겪은 마음이 힘들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2008년 경제위기를 겪을 때 직원들과 일대일로 상담하며 구조조정을 했다. '당신은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할 때 가장 힘들었다"면서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예술의 전당 뒤에 차를 대놓고 정말 짐승 소리가 날 정도로 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나고 보니 그 당시 과정을 관통했던 사람들을 알았다면,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던 사람들을 만났다면 그때가 그렇게 무겁지 않았을 것"이라며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는 하나의 문화적인 클러스터로서 많은 선배 창업자들이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이날 공식 출범한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을 완화하고 지속가능한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스타트업 생태계 관련 기관과 단체가 합심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1억5000만원을 우선 투입해 마음상담소를 만들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추후 예산을 확충할 예정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투자자나 기업을 통해서 점차 재원을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월별로 수십명 정도의 창업가를 선정해 초기 예산으로 200~300명이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민간 또는 선배 창업자의 후원 프로그램, 정책 연계 방안 등도 모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전문가 심리상담 지원 ▲웰니스 자가점검 테스트 ▲경영 고민을 나누는 토크룸 ▲마음캠프 프로그램 ▲멘탈 헬스케어 서비스 맵 구축 등 창업가를 위한 위로와 공감은 물론 전문가 조력 등을 실시한다. 내후년까지는 창업가를 포함, 구성원까지 관리 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마음 건강 중요...정부·민간 관심과 지원도 필요"

업계 관계자들은 창업가들이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 대표는 "창업자가 힘들다고 해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에 다녀오기가 쉽지 않다. 괜히 정신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면 투자자를 비롯해 회사에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창업가의 정신건강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장석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요즘처럼 사회경제적 변화가 두드러지는 상황, 자아성찰과 함께 회복 탄력성을 키워야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다. 정부와 민간 모두의 지원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대표, 유정은 마보 대표, 김영인 가지랩 대표의 패널토크 장면 /사진=코리아스타트업 포럼 제공
(왼쪽부터)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대표, 유정은 마보 대표, 김영인 가지랩 대표의 패널토크 장면 /사진=코리아스타트업 포럼 제공

 

멘탈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20여개 스타트업들도 연대해 창업자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나선다. 김영덕 디캠프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로 인해 얻은 이익의 1%를 창업가의 정신건강을 위해 쓰이는 곳이 있을 정도로 멘탈 헬스케어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인 가지랩 대표는 "창업가들의 경우 피칭하고 설득하는 업무에 익숙해져 있어서 자신의 정신건강상 어려움을 숨기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분들이 많다"며 "정부에서 생태계를 만드는 차원으로 접근해 창업가들이 스스로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유정은 마보 대표는 "제가 7년 동안 스타트업을 경영하면서, 명상을 안했으면 운영 못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7년 전만 해도 아직 명상이 스타트업계에서도 생소한 분야였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마음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건 고무적이다. 마음의 운동, 마음의 명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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