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캐리커쳐=디미닛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캐리커쳐=디미닛

 

국내 MMORPG 게임시장의 패권자 엔씨소프트가 빠르게 전략 다변화를 꾀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양산형 MMORPG를 벗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RPG 신작을 발굴하는 한편, 장르 다양화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개발 역량을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내부 체제 개편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이날 정오 기준, 전거래일대비 3.7% 오른 주당 22만원에 거래되며 주가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시가총액 역시 4.8조원대로 올라서며 5조원선 탈환이 코앞이다. 최근 증시흐름과 연동, 급격한 주가 하락을 맛봤던 엔씨소프트는 이달 들어 캐주얼 신작 퍼즈업의 흥행을 앞세워 국면전화를 꾀하고 있다.

첫 사례인 퍼즈업은 대중적인 3매치(3-Match) 장르에 방향키 요소를 더해 차별성을 높였다. 이용자는 방향키를 사용해 퍼즐이 내려오는 방향을 상하좌우로 변경하며 전략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클랜'을 만들어 글로벌 이용자와의 협력도 가능하다. 덕분에 지난 6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순위 1위에 올랐고, 일간순이용자 역시 연일 3만명대(모바일인덱스 기준)를 기록하며 국내 게임최강자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MMORPG 외 여타의 장르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숫자로 입증한 셈. 실제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변화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 조직 및 의사결정 체계 정비 ▲ 합리적 비용 통제와 절감 ▲ 새로운 성장을 위한 역량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체질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MMORPG 캐시카우를 다량 갖추기 이전부터 숱한 위기를 겪어 왔다. 늦은 모바일 전환 탓에 경쟁사에 밀리며 큰 폭의 주가급락과 이로 인한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다만 부정적 이슈가 도래할 때마다, 경영진의 발빠른 체질 개선과 돌파구 마련 전략 덕에 빠르게 위기에서 탈출했다. 모바일 MMORPG 대중화 시대를 연 리니지M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엔 장르 다변화를 통해 게임 개발력으로 밸류에이션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당장 퍼즈업 흥행을 발판 삼아 ▲난투형 대전액션 배틀 크러쉬 ▲수집형 RPG 블레이드앤소울S ▲실시간 전략게임(RTS) 프로젝트G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주력 사업인 MMORPG 역시 빛을 발하고 있다. 올 12월 출시 예정인 '쓰론앤리버티(TL)'은 최근 자동 사냥-자동 이동을 없애는 등 글로벌 오픈월드 게임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기존의 흥행 공식을 버리고 새로운 전략을 구현하기 시작한 것. 예컨대 타게팅 방식의 스킬 외에, PC 조작 환경에 맞추어 방향을 지정하거나 특정 지점을 타격하는 등 새로운 타입의 스킬들도 다수 추가된 상태다. 과금과 PvP 부담을 낮추고 대신 글로벌 트리플 A급 오픈월드 게임으로 새로운 모색에 나선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엔씨소프트의 승부수에 주목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씨소프트는 퍼즐 장르의 게임을 출시하는 등 기존과 다른 게임도 내놓고 있다"면서도 "국내 시장에서 MMORPG가 아닌 장르의 매출액은 확연히 떨어지기에 엔씨소프트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을 동시에 노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출시 일정상 모바일 MMORPG 신작이 없어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프로젝트 스카이라인, 아이온2와 같은 MMORPG가 공개될 즈음 실적과 밸류에이션은 모두 급반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 그는 "TL의 경우 자동사냥, 자동이동을 제거하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방향으로 게임이 수정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보단 좋은 퀄리티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리니지 모바일처럼 TL이 분기 3000억원을 웃도는 매출액을 달성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용자당 평균 지급액(ARPPU)이 낮아도 충분한 유저 수를 확보하면 주가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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