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기점응로 온·오프라인 기반의 체질 개선을 시도했던 유통 기업들이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워진 대내외 기업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자산 유동화 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통적 유통 대기업인 롯데, 신세계, CJ 등은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비효율 부동산을 정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금을 쟁여놓는 것이다. 높아진 재무적 부담을 낮추고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전략사업에 베팅하기 위한 투자 재원 마련 목적의 '선택과 집중'을 택한 양상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브라질에 위치한 농축대두단백(SPC) 가공 자회사 'CJ셀렉타' 지분 전량을 미국 곡물기업 번지(Bunge) 자회사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매각 금액은 4800억원 규모다. CJ셀렉타는 2017년 8월 CJ제일제당이 2800원을 투자해 인수한 이후 5년여만에 2000억원대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키워냈으나 5년여만에 2배도 안 되는 값에 매각한 것이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에도 중국에서 반찬류 등의 식품을 제조하는 자회사 지상쥐를 약 3,000억원에 매각했다. 알짜배기 기업이지만 국내외 주력 사업과 거리가 먼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해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CJ CGV, CJ E&M 등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업황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CJ그룹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업황이 악화된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은 부동산 자산 매각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권역별 요지에 백화점, 마트 등의 부동산을 보유한 롯데와 신세계 그룹이 대표적이다. 롯데의 경우 현재 유통 계열사 롯데쇼핑 산하의 롯데마트, 롯데백화점이 보유한 국내 10개 이상 부동산 자산 유동화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의 경우 2021년부터 외형 확대 및 체질개선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는데, 이로 인한 차입금 부담이 커진 것이다. 실제 SSG랜더스, W컨셉, 스타벅스, 지마켓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 M&A에 나서고 체질 개선을 시도했으나 이로 인한 재무 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자산 유동화를 적극 진행하며 캐시 플로를 개선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신세계에 SSG푸드마켓 청담점·도곡점 부지 및 건물을 약 1,300억원에 양도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에는 본사가 있었던 성수점 부지를 1조원 이상에 매각하기도 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일회성으로 자산을 유동화하기보다 매각 이후 점포를 리뉴얼해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기업들 중에서도 자산 유동화를 시도하는 곳도 일부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최근 서울 성수동에 완공된 신사옥 '무신사 캠퍼스 E1'을 마스턴투자운용 측에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1115억원에 매각했다. E1 건물은 무신사가 2019년 부지를 매입해 직접 신사옥으로 개발한 곳이다.
무신사는 신사옥 매각대금을 오프라인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무신사는 엔데믹 이후 온·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확대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스토어로 동성로·성수·서면 등 3개 매장을 신규 오픈했거나 선보일 예정이다. 나아가 입점 브랜드 제품을 보여주는 첫 번째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무신사 대구'도 이달 하순 대구 동성로에 선보인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코로나19 영향에 명품 소비가 활황이던 2021년 강남 압구정 신사옥을 300억원에 매입했는데, 최근 사옥을 되팔았다. 엔데믹으로 명품 소비가 줄어들었고 해외여행 확대, 고물가 영향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월 신사옥을 400억원대에 매각한 것이다. 유동성을 확보한 이후 머스트잇은 해당 사옥을 임차 형태로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 기업들도 리스크에 대비하고 위기시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자산 유동화를 실행하는 것 같다"며 "적절한 시기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효율적으로 자산을 매각하는 유동화도 효과적인 경영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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