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기후테크 현황과 과제' 세미나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친환경 혁신 기술 분야 '기후테크'의 현황과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25일 신성이엔지 과천 사옥에서 열린 '2023 기후테크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전환 흐름이 다양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며, 이에 대한 국내 정부와 기업들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테크 분야 선도기업 신성이엔지와 그리드위즈, 법무법인 디라이트가 공동 주최하고 더컴퍼니즈가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테크 현황과 과제를 점검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후테크란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탄소 감축을 통해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혁신 기술을 뜻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박사 ▲조선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ESG PG 그룹장 및 파트너 변호사 ▲신성이엔지 김신우 상무 ▲그리드위즈 류준우 사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등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글로벌 환경 분야 이슈와 국내외 환경 규제 현황, 기후테크 기업 사례 등에 대해 발표했다.
'투자 빙하기'에도 기후테크 투자는 계속된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박사는 글로벌 환경의 주요 이슈와 트렌드에 대해 발표했다. 김 박사는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해 전반적인 투자가 위축되는 가운데, 기후기술 분야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최근 글로벌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기술 중에서도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기준으로 산업 전반의 밴처캐피탈(VC) 자금은 전년 대비 53% 감소했지만, 에너지 기술 투자는 지속 성장해 2019년 19억달러에서 123억달러로 6배 성장했다. 특히 상업화가 진행된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두 분야에 전체 VC 투자의 3분의 2가 몰리고 있으며, 수소생산과 탄소포집, 배출량 데이터 수집 분석 등의 분야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김 박사는 태양광, 전기차 분야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이슈로 부각될 것이란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는 가운데 향후 10년 간 기존 전력망 만큼의 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런 메가 프로젝트의 전형적인 예산 초과, 시간 초과, 수익 미달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새로운 기술 도입을 통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드라이브 거는 EU, 국내 기업 대응 방안은
조선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ESG PG 그룹장 및 파트너 변호사는 국내외 환경 규제에 대해 발표했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과 미국은 탄소중립과 관련한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EU는 올해에만 43개 정책을 발표할 정도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EU의 '배터리 여권제'와 '탄소중립산업법(NZIA)', '핵심원자재법(CRMA)' 등을 포함한 '그린딜' 정책과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CBAM) 등은 실제 국내 산업계에도 큰 파급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규칙안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 변호사는 "EU의 그린딜 정책, 미국의 IRA 등은 국내 자동차 산업, 배터리 소재 제조업, 철강산업, 에너지 관련 산업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친환경 자동차 부문과 배터리 및 소재 부문은 중국 의존도 커 단기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탄소중립산업법과 핵심원자재법에 대한 대응을 위해 제품 설계 및 생산시 필수적으로 원재료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공급망을 관리하고, 탄소배출량 관리와 재활용 중심의 생산 및 설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세대 기후테크 기업 신성이엔지, 혁신 지속한 원동력은
신성이엔지 김신우 상무는 1세대 기후테크 기업의 도전과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신성이엔지는 지난 2008년 태양광 사업을 시작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해 온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 태양전기 공장 설립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고출력 태양광 모듈, 양면형 모듈 등을 선도적으로 선보이며 사업을 키웠다.
김 상무는 신성이엔지의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 'BIPV 솔라스킨'을 혁신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BIPV 솔라스킨은 태양광 모듈과 건축 외장재가 결합된 형태로, 지붕이나 옥상 등 별도의 공간 마련 없이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김 상무는 "외벽을 같은 비용으로 세우고 태양광 발전을 더할 수 있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지금은 시장이 작지만 향후 10년 내에 가장 큰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이엔지 용인 스마트공장은 전력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이 공장의 태양광 발전량은 630kW 규모로, 현재까지 누적 발전량만 1.6GW(기가와트)에 달한다. 탄소 감축 2200톤, 나무 심기로는 33만 그루를 새로 심은 효과다. 김 상무는 "신성이엔지가 용인 스마트공장을 설립한 게 7년 전인 데 아직도 이런 공장이 많지 않다"며 "당시 보다 현재 비용이 훨씬 낮아졌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신성이엔지는 최근 식스티헤르츠, H에너지, 해드림에너지 등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후테크 분야의 생태계를 확장하고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김 상무는 "기후테크 사업을 더 성장시키고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혼자 가기보단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가야 한다는 고민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 '로켓성장' 이어가는 그리드위즈
2013년 설립 이후 10년 만에 매출 13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한 그리드위즈의 류준우 사장은 에너지 신산업의 기회와 도전에 대해 발표했다. 그리드위즈는 청정에너지 보급을 위한 신재생 분산자원 기술을 보유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전력 수요와 공급에 이르는 전체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류 사장은 "과거에는 에너지를 값싸게 많이 만드는 게 미덕이었지만, 이제는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기존 송배전망으론 한계가 있고 관리할 요소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리드위즈는 분산자원을 모으고 연결하는 플랫폼을 통해 3GW 이상 규모의 분산자원을 운영 중이며, 1000곳 이상의 기업간거래(B2B) 고객사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절감한 전력은 누적 1885GWh에 달한다.
류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만큼 기회도 많다"며 "현재 상장을 준비 중으로 내년 또는 내후년에 현 매출의 두 배 수준의 퀀텀점프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산업은 광활하고 거친 길이기 때문에 혼자 가기 어렵다"며 "호흡이 길기 때문에 사업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를 잃지 않고 항상 고민하며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은 괴로운 과정...정책적 대응 서둘러야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과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이 소장은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1차 에너지의 77%가 화석에너지"라며 "이 에너지를 30년도 안되는 시간 안에 '0'으로 만들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탄소중립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가 재편되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관련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며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2050 탄소중립의 핵심은 탈화석 에너지이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산업, 일자리 창출 분야가 될 것"이라며 "유럽의 그린딜 정책과 같이 수많은 정책이 체계적이고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으며, 강력한 규제 정책과 지원 정책이 같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탄소중립 정책으로 2030년까지 145조원이 투입되는 '기후테크 산업육성전략'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인구감소와 고령화, 총부양비 증가 등의 부담으로 탄소중립 추진 역량 부족이 우려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 시스템 구축,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의 재반 마련도 부진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 소장은 "주요 선진국은 탄소중립을 새로운 경제 개편의 기회로 사용하며 자국 중심의 산업정책과 보호무역,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자주의 WTO 시대가 끝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수출중심 경제 유지할 수 있을지, 급격한 탈탄소 사회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백래시를 막을 방안이 있는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대응, 기후테크 기업 '함께' 걷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지선 신성이엔지 대표는 "2007년 태양광 사업을 시작할 때는 북극곰이 갈 데 없이 떨고 있는 모습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감성적으로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이제는 각 나라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제도화되고 있고, 움직임이 굉장히 날카로워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표는 "어느정도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다, 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구체적인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수많은 아젠다들을 해결하려면 많은 갈등과 실행 의지, 변화된 기업들의 인식, 새로운 방안과 추진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현재 서 있는 곳을 매핑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들에 대해 반성하며 기후테크 기업들이 힘을 모아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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