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와 맞물려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이 구체화되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1년 삼성의 미래를 준비해 온 이 회장의 행보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난 1년은 일반 사기업의 총수를 넘어 민간 외교관에 더 가깝다. 직접 전세계를 다니며 한국 경제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나아가 동맹국 및 파트너에겐 한국을 믿음직한 동반자로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듬직한 경제 참모인 셈이다.
'민간 외교관'으로 전 세계 누벼…현지 사업장 찾아 임직원 소통도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글로벌 주요 정상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동시에 삼성 계열사 사업장 및 협력사들을 찾아 격려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깄다. 무엇보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인재 확보에도 나서는 등 365일 내내 숨가쁜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미국·유럽·아시아·중동 등 주요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는 동시에 글로벌 각지의 삼성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였다.
사실 이 회장이 지난 1년간 가장 먼저 공을 들인 해외 지역은 다름 아닌 중동이다. 이 회장은 2021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수감 생활에서 석방 후, 첫 국외 출장지로 '중동'을 택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 직접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에 위치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바카라 원전은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아울러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 UAE로부터 300억 달러(약 37조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사우디 투자 유치에 가교역할을 자임했다.
가는 곳마다 빛을 발한 'JY 네트워크'
윤석열 정부 이후 진일보한 한일 관계 역시 이 회장의 역할이 컸다. 윤 대통령의 방일로 한·일 관계 '해빙 무드'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이 회장은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직접 언급하며 일본과 협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일 갈등 완화 국면이 본격화되자, 산업간 시너지를 꾀한 것 역시 이 회장이다. 그는 최근 한남동 승지원에서 삼성의 일본 협력사 모임인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교류회를 주재, 한일 양국 산업의 긴밀한 협력을 도모했다. 정치적 해빙을 넘어 한일간 산업적 시너지를 위해 이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올초 열린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도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빛을 발했다. 이 기간 열린 윤 대통령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오찬에는 평소 이 회징과 친분이 있던 인텔과 퀄컴 등의 CEO를 직접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를 소개하면서 어깨를 툭 친 것은 이 회장의 글로벌 인맥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동력 찾는다
우리의 주요 시장이자, 동맹국인 미국 역시 이 회장이 올해 가장 많이 머문 곳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그는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간 김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만났다. 또 세계 최대 바이오 단지가 있는 미국 동부에서는 존슨앤존슨, BMS, 바이오젠, 오가논 등 총 20여개 기업의 경영진을 만났다.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 기간 해외 출장이었다.
동시에 추석 연휴 기간, 사우디-이스라엘-이집트를 연이어 방문하며 중동 시장을 체크하고 이달 진행된 사우디-카타르 경제사절단에도 동행, 중동 시장 공략에 매진 중이다. 특히 휴가 기간에 방문한 사우디에선 네옴 시티 프로젝트 내 삼성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우디는 스마트·친환경 미래도시를 표방하는 네옴 프로젝트에 착수,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에 큰 사업기회가 되고 있다. 네옴은 서울시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면적에 인구 900만명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로 총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7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현재 삼성물산은 네옴 4개 구역의 교통망과 터널 등 인프라 시설 공사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은 건설 현장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삼성 경영진과 탈석유로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 지역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寶庫)"라며 "지금은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고생하고 있지만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건 최전선에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한국 산업계를 이끄는 이 회장의 발걸음은 여전히 바쁘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숙원 중 하나인 부산엑스포 개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 직접 참석, 부산 엑스포 유치를 각국에 호소했다. 더불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맞아 반도체 및 배터리 사업에 대한 협력 또한 시사한 상태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