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출시한 대만 로켓배송은 출시 첫 해 한국 로켓배송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해외 고객에게 도달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단 1년간 1만2000개 중소기업의 수출을 도왔습니다."(김범석 쿠팡 창업자)
쿠팡이 대만에 진출한지 1년 만에 현지에 제품을 수출한 중소기업들이 1만2000곳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인한 수출 감소, 포화상태에 놓인 국내시장,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삼중고를 뚫고 대만에 진출한 쿠팡의 로켓에 올라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은 중소기업들이 가파르게 늘어난 결과다.
김범석 쿠팡 창업주 "성장 핵심 어젠다는 대만 진출"
쿠팡이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8조1028억원(61억8355만달러·분기환율 1310.39원 기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18% 늘어난 수치(달러 기준 21% 증가)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이다. 고객 수는 2042만명으로, 전년(1799만명) 대비 14% 늘어났다.
무엇보다 김 창업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실적 발표를 요약하는 주요 어젠다 가운데 '대만 진출'을 꼽았다. 쿠팡이 대만시장에 진출한 것은 1년 전인 지난해 10월로 어느덧 1년 만인 최근 국내 K뷰티·식품·공산품 등 소비재 중소기업 1만2000개가 대만 시장에 로켓직구나 로켓배송으로 물건을 현지에 팔고 있다. 최소 40~50%에서 최대 10배 이상의 매출을 낸 다양한 중소기업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에 대해 김 창업자는 "대만 로켓배송 사업은 출시 첫 해에 한국의 로켓배송이 첫해 성장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쿠팡 대만앱은 지난 2분기부터 현지에서 쇼핑부문 다운로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에 쿠팡은 대만에서 전방위로 사업을 확대 중. 최근 해외 진출 1년 만에 대만 타오위엔시에 2호 풀필먼트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세 번째 풀필먼트센터까지 열기로 했다. 해당 풀필먼트센터들은 대만의 심장인 수도 타이베이시와 약 40km가량 떨어져 있다. 물류센터 추가 개소로 제품 재고를 보관하고 처리할 수 있는 물류 역량이 크게 늘어났고, 이에 중소기업 제품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쿠팡은 중소기업 제품의 통관부터 재고관리·로켓배송·고객 응대까지 모두 도맡아 처리해주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수출한 국내 소비재 중소기업 수는 4만2592곳으로, 쿠팡을 통해 대만에 진출한 중소기업 수가 1만2000곳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약 28% 수준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전체 소비재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이 쿠팡으로 수출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해외진출 활로 열었다...쿠팡 덕에 웃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이날 쿠팡의 발표에 국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수출길이 크게 확대될 것 같다"는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을 런칭하고 한국 30개 지역에 100여개가 넘는 물류센터를 건립하며 물류 혁신을 통해 많은 중소 스타기업을 발굴했다. 그런 쿠팡이 대만에서 제2의 로켓배송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움직임을 보이자, 로켓배송에 올라타 빠르게 성장을 일군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모멘텀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삼제품을 수출하는 방현준 우주창고 대표는 "쿠팡의 세 번째 대만 풀필먼트센터가 오픈하면 물류 인프라가 산술적으로 기존 대비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배송 가능 지역이 늘고 속도도 빨라지면서 전반적인 중소기업들의 제품 판매가 2~3배씩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주창고는 2019년 창립 이후 쿠팡 매출만 지난해 65억원을 냈고 해외 진출도 쿠팡이 처음이다.
유아 물티슈 업체인 순수코리아 양칠식 대표는 "최근 쿠팡을 통해 대만 매출이 전체 회사 수출 비중의 50%에 도달했는데, 추가 물류센터가 개설되면 물량 급증으로 해외 진출=쿠팡이란 공식이 성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코리아는 쿠팡 입점 후 5년 만에 직원은 4배, 매출은 9배 성장했다. 쿠팡은 대만 고객들에게 수백만개 이상의 한국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는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다.
특히 K뷰티처럼 중국 시장 둔화로 해외 수출 동력을 잃은 분야의 중소기업들은 지난 1년간 쿠팡에서 크게 성장했다. 바르고코스메틱·지피클럽·방앗간화장품 등 여러 화장품업체들은 "쿠팡을 통해 대만에서 판매량이 크게 뛰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중소기업 화장품의 대만 수출은 7000만달러(약 93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2.2% 늘어났다.
그동안 쿠팡은 국내 30개 지역에 100여개의 배송 거점을 확보하는 등 물류 인프라를 점차 확장하는 방식으로 배송 가능 지역과 상품 수를 크게 늘려갔다. 이름 없는 중소기업들은 쿠팡의 로켓 물류망에 올라타 성장가도를 달렸디. 업계 후발주자였던 쿠팡은 인지도는 바닥이지만, 품질은 우수한 히든 챔피언들을 적극 발굴했고, 현재 쿠팡에서 성공을 거두는 중소기업들은 상당수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납품이 거절된 경우가 상당하다.
이에 쿠팡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은 2015년 1만2161곳에서 2021년 15만700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스타 기업들이 줄줄이 탄생하고 있다. 가전기업 '앱코'는 2018년 쿠팡에 입점 후 온라인 매출 비중이 90%까지 치솟으며 2020년 코스닥에 상장했고, 가구업체 스튜디오 삼익, 대체식품 푸드테크 기업 인테이크는 쿠팡으로 급성장하면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쿠팡이 대만에서 한국 같은 로켓배송 전략을 확대하면서 대만 시장에서 성공할 중소기업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대만은 한국보다 작지만, 성장 잠재력은 높다는 평가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대만 유통시장 규모는 1273억달러(165조원)에 육박한다. 대만의 2022년 온라인 쇼핑거래 규모는 지난 2017년 대비 2배 커졌지만,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3%로 높지 않다. 전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쇼핑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과 달리, 대만은 걸음마 단계인만큼 온라인 채널에서 중소기업 브랜드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것.
쿠팡은 690대만달러(한화 약 2만8800원) 이상 제품을 구매하면 익일 대만행 첫 비행편으로 빠르면 3~4일 내 무료 배송하고, 현지 로켓배송도 195대만달러(한화 약 8150원) 이상 구매하면 다음날 무료배송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의 수출 모델은 한국과 같이 수출이 중요한 경제에 전혀 새로운 형식의 수출과 경제성장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개별 기업의 각개전투식 진출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고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