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의 독점 논란을 보며

#카카오택시 혁신이 잊혀지는 것이 아쉽다

#혁신의 싹 자르지 않는 합리적 방안 도출하기를


최근 카카오라는 기업을 향한 비난이 거세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비난, 독과점의 횡포로 부도덕하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마치 '카카오=나쁜 것'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듯 하다.

그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카카오T) 플랫폼이 마치 택시기사들의 고혈을 짜는 플랫폼인 것 처럼 매도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기름을 부은 것 같기도 하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도 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는 13일  수수료 체계 등 택시 서비스 전반에 대한 논의를 위해 택시기사들과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논란을 보면서 카카오택시가 정말 나쁜 서비스인가 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카카오택시를 정말 '절대 악'으로 봐야 할까.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택시 독과점의 이유? 국민들을 편하게 해줬기 때문

여러 논란이 있다. "택시가 공공재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저렴한 수수료 체계가 필요하다" "가맹택시라는 사업구조 역시 문제가 있다" "이른바 '콜'을 몰아주는 구조는 다른 택시 업계를 고사시킬 수 있다"와 같은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 택시라는 공공재적 사업을 카카오택시가 독과점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카카오택시가 어떻게 독과점을 일궈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왜 국민들은 카카오택시를 선택했는가. 카카오택시가 등장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편해졌길래 독과점 사업자라는 얘기를 듣는가. 

불과 몇년전만 해도 연말 모임이 끝난 후, 추운 날씨 속에 얼은 손을 녹여가며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은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적어도 추운 길거리로 나가지 않고 모임 장소에서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다. (물론 잘 잡히지는 않지만)

카카오택시가 등장하기 전, 택시는 '길가에서 잡는 것'이었다. 그런데, 카카오택시가 등장하면서 택시는 '내가 있는 곳으로 부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택시를 잡기 위해 '1마일'을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걸 카카오택시가 만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혹자들은 카카오가 만들지 않았어도 다른 회사가 만들었을 것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버나 그랩이 만들었겠지'...구글과 애플이 장악한 앱마켓 시장을 생각하면, 택시시장을 해외 사업자가 장악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그나나 카카오모빌리티가 선전한 덕분에 지금처럼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독과점...우리 기업 잡자고 해외 사업자에 시장 내줄텐가

택시를 '잡는 것'에서 '부르는 것'으로 바꾼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할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작은 것을 바꿔서 우리 삶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드는 것'을 다른 말로 '혁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작은 혁신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요즘의 혁신은 대부분 '플랫폼' 사업으로 나타난다.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곳, 그곳이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독점적이다. 혁신이 잘 작동하고, 소비자들이 편하면 플랫폼을 찾기 때문이다. 성공한 혁신은 어쩔 수 없이 독점일 수밖에 없다. 

독점은 시장 경쟁을 저해하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 예전에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더이상 서비스에 국경은 없다. 국내 시장에서 독점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글로벌 시장으로 보면 아직 가야할 길이 한참 많이 남은 서비스일수도 있다. 게다가 해외 '공룡' 사업자에게 시장을 내주면 아무리 국내 사업자가 도전장을 던져도 그 벽을 넘을 수 없다. '원스토어'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투자해도 구글-애플 앱마켓을 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서 글로벌 사업자가 나올 수 있을까. '인터넷 강국 코리아'인데,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인 플랫폼 하나 정도는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테스트베드일 수 있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면 독점이라고 규제를 받는다. 해외로 나가서 글로벌 '공룡'들과 싸워야 하는데, 응원은 못할 망정 국내에서 조차 기를 꺾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는 몰랐다. 창업자들이 왜 농담처럼 '한국에서 사업하지 말라'고 하는지...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다. 문제가 있다면, 고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지도하는 수준이면 좋을 것 같다. 적어도 사업 자체를 꺾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나.

허준 기자 j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