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 양강 네이버-카카오는 지난해 양사 모두 경기침체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주가 측면에선 양사 모두 아쉬움이 컸다. 이에 올해는 인건비 효율화 및 신사업 조정 등을 통해 양사 모두 압도적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특히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는 경쟁력을 갖춰 구글-MS 등 글로벌 빅테크의 공격에서 살아남는 것. 양사 모두 올해 AI를 앞세워 자체 생태계의 허들을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두 기업 모두 나란히 여성 CEO 체제를 띄우며, 내부의 빈틈을 적극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AI 퍼스트로 빛나는 네이버...2024년 B2B 효과 수면 위로
네이버는 올해도 AI를 주요 서비스 전면에 내걸며, B2C 전반에 걸쳐 개인화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네이버는 2023년 말 검색, 광고, 쇼핑 등 B2C 서비스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해 왔고 올해부터는 정식 서비스 출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에 기반을 다질 전망이다. 특히 B2B 부문은 기업용 AI 솔루션 서비스 시작으로 생성형 AI 사업의 수익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구독 모델을 적용하게 되면 올해 클라우드 사업 성장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사실 지난해 네이버는 2024년 AI 대중화의 기반을 닦는데 주력했다. 이에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클로바X, 큐 등 B2C 대상 서비스의 베타테스트를 시작하며 대중화 초석을 다졌다. 하이퍼클로바X는 글로벌 기업들의 LLM과 달리 한국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국내 다양한 서비스들과 연동 가능하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올해에는 뉴로클라우드, 클로바스튜디오 등 기업을 위한 B2B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 DX 사업부 수주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 및 해외 공공기관 등으로 LLM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디지털 트윈 수주로 물꼬가 트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네이버 랩스의 솔루션들에 대한 추구 수주 및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 등으로 사업 영역 확대도 빠르게 이뤄낼 예정이다.
특히 네이버의 데이터 분석 역량과 AI 기술은 롱테일 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커머스 솔루션들은 마케팅, CRM, 회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판매자를 지원해 쇼핑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나이키와 협업을 진행 중인 생성 AI 광고 플랫폼 '클로바 포 애드' 역시 올해 본격적으로 확대돼 브랜드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의 자체 데이터와 나이키 브랜드의 정보를 학습한 하이퍼클로바X가 결합해 광고가 제공되는 구조다.
네이버 기업가치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LY Corp(Z홀딩스) 역시 올해 업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이 높다. 일본 역시 그간 부진했던 광고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메신저), 야후재팬(포털, 커머스), Z Financial(핀테크)로 이어지는 시너지 속에서 네이버의 기술력이 십분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기업가치 5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역시 네이버의 또다른 성장 축이다. 웹툰 엔터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1.8조원대로 추정되며 비용 통제 기조가 지속됨에도 압도적 성장을 이어갔다. 상장을 앞두고 과제였던 수익성도 2개 분기 연속 EBITDA 흑자 전환에 성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드라마를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한국형 수익화 모델에서 단행본 판매와 박스오피스 수익으로 대표되는 일본 및 미국형 수익화 모델로 확장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최수연 대표 취임 2년차를 맞는 네이버는 대내외적 안정 속 올해 이익 성장률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의 매출 성장률 회복, 그리고 강도 높은 비용 효율화가 드디어 빛을 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신아 체제로 안정 도모하는 카카오...수익 효과 'UP'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던 카카오는 올해 주요 서비스 정상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당장 올 3월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투자 전문가' 정신아 대표 체제가 공식화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올해 사업 밑그림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출시를 예고했던 자체 생성형 AI 서비스가 올해 공개될 예정이다. 또 정 대표 내정자 취임에 앞서 올해 사업 계획을 공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카카오는 연말에 맞춰 대대적인 앱 개편을 진행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오픈채팅 탭 도입, 친구 탭 신규 콘텐츠 확대로 첫 번째 탭과 세 번째 탭의 DAU가 1000만을 넘어섰고, 무엇보다 카카오 기반 서비스들의 이용자 추이가 굳건하다.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말 많은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핵심 이용자를 꽉 잡고 있다.
무엇보다 카카오는 올해 톡비즈보드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인한 광고 매출 성장이 효과 포인트다. 카카오톡 개편효과 및 광고업황 턴어라운드 감안 시, 두 자릿수 성장은 앞으로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 실제 증권가 추산 올해 톡비즈 추정 매출액은 2.4조원 규모로 1년새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고 카카오가 내실만 다지는 것은 아니다. 특유의 성장 전략도 여전하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가 내실을 다진다면, 정 내정자가 신규 사업을 적극 밀어주는 방식이다.
키워드로 보자면, 카카오는 올해 헬스케어와 글로벌 웹툰 서비스 픽코마가 주요 모멘텀이다. 가장 빠르게 공개될 헬스케어 신사업은 3가지 프로젝트(혈당 관리 플랫폼, B2B 의료 데이터 서비스, 병원 서비스 플랫폼)로 나눠 진행되며 올 2월부터 주요 서비스가 수면 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혈당 관리 플랫폼 '파스타'는 덱스콤과 아이센스의 연속혈당측정기(CGM)과 연계된 모바일 혈당 관리 앱으로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파스타는 CGM 판매 매출 공유(R/S)와 구독 서비스, 제휴 영양 상품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또 병원 예약 플랫폼은 국내 80개 대학 병원을 타깃으로 예약, 사전 문진, 결제, 증명서 발급 등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예정인데, 여론이 호의적인 만큼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카카오의 글로벌 전진기지 픽코마 또한 올해 압도적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미 2020년 대비 최근 3년새 200%의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 역시 세자릿 수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만 무려 5.7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라인 망가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일본의 대표 만화 앱 사업자로 확고한 위치를 점했다는 평가다.
구체적인 IPO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년째 IPO 가능성이 제기된데다 정 내정자 선임 이후 카카오가 빠르게 내외부적 이슈를 추스리고 있어 다시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북미 시장에서 판을 벌리는 네이버와의 직접 경쟁을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자금 확보 행보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연초부터 불거진 규제 리스크...4월 총선이 분수령
양사 모두, 외산 플랫폼을 상대로 굳건한 서비스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역시 규제다. 타 산업군까지 위협하는 플랫폼 번식 능력 탓에 연일 정치권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것. 당면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신규 규제안이다.
최근 공정위는 국무회의를 통해 '플랫폼 경쟁촉진법 도입'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했다. 일부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 자사 우대 등 불공정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인데 네이버와 카카오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자사우대-끼워팔기 외에도 외부 플랫폼과의 혼용을 의미하는 멀티호밍 등이 금지된다. 쉽게 말해 네이버쇼핑 또는 카카오커머스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의 기본탑재 내지는 마케팅 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플랫폼 락인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데다, 외산 플랫폼은 국내법을 피해갈 가능성이 커 역차별 논란도 상당하다.
다만 시장에선 정치권의 플랫폼 규제가 올 상반기 중 마무리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국이 4월 총선 이후, 규제보다 산업 육성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것.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규제는 총선 이전까지의 키워드로, 정치적 이벤트가 마무리되면 일부 나마 조여진 고삐가 풀릴 것"이라며 "양사 모두 광고시장 반등을 계기로 수익성 측면에선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
- [2024 전망] 테크 업계 흔든 'AI 전쟁', 더 넓고 격렬해진다
- [2024 전망] ETF부터 법 시행까지...블록체인 제도권 편입 원년될 2024년
- [2024 전망] 새해에도 화두는 '생성형AI'...통신업계 경쟁 더 치열해진다
- [테크M 리포트] 새해에도 훨훨 나는 카카오뱅크...증권가 목표가 '쑥'
- 올해 첫 카카오 준신위 열린다...'비상경영대책회의'는 'CA협의체' 회의로
- 네이버페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오는 19일 출시
- [테크M 리포트] 확 달라진 카카오에 시장 기대감...목표가 릴레이 'UP'
- '하이퍼클로바X' 확장하는 네이버…올해 AI 생태계 확대 시동건다
- 카카오의 글로벌 전초기지 '픽코마' 日 출판시장 성장율 앞섰다
- 팀 네이버, 삼성물산과 건설부문 맞손…사우디 디지털 트윈 구축 가속화
- 네이버·카카오 지난해 평균 급여 줄어든 이유는?…주가 부진에 스톡옵션 차익 급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