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해 경기둔화로 수요회복이 더딘 가운데에서도 3년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가전 매출이 30조원을 달성하며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고, 특히 10년을 공들여 키운 전장사업이 최초로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며 든든한 주력사업 반열에 오른 덕이다. 다만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며 '상고하저' 패턴을 깨지 못한 한계를 남겼다.
잘 나갈 때 수요절벽 대비한 '선견지명'
8일 LG전자는 2023년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이 84조280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 증가한 수치로, 2021년 73조9080억원, 2022년 83조4673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역대 최대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LG전자는 2021년과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인한 보복소비 증가로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후 금리인상과 경기둔화 우려 여파로 수요가 줄며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으나, 사업 구조 고도화와 신성장동력으로 키운 전장사업이 빛을 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 10월 비상경영체제 '워룸'을 가동하며 일찍부터 수요절벽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경기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냉난방공조, 부품, 빌트인 등 기업간거래(B2B) 확대에 나선 점이 주효했다. 또 프리미엄 제품의 탄탄한 입지를 기반으로 볼륨존 라인업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시장공략에 나선 점도 실적 방어에 한몫을 했다는 평이다.
이와 더불어 신성장동력인 전장사업은 출범 10년 만에 연매출 10조원을 넘기며 주력사업 반열에 오르고 있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은 지난해부터는 생산사업장의 평균가동률이 100%를 넘기는 등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고하저' 패턴 못 벗어난 영업이익
LG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0.1% 감소한 3조5485억원으로 최대치 경신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1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0.9% 증가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68.6% 급감하며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진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에 발목을 잡았다.
LG전자의 4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22조8957억원, 영업이익 6495억원으로, 매출은 기대치를 웃돌았으나 영업이익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LG이노텍을 제외한 단독기준으로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실적은 LG전자의 고질병인 '상고하저'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점을 남겼다. LG전자는 매년 에어컨과 냉장고 등 주력 프리미엄 가전의 신제품 출시가 상반기에 몰려 있어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올 4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밑돈 이유는 가전과 TV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더 나빴고, 연말에 대폭 투입한 마케팅 비용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와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은 4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사업 고도화는 계속된다
LG전자는 올해 가전사업의 제품 및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기본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미래준비를 위해 소비자직접판매(D2C), 구독 등의 사업방식 변화도 본격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가전 운영체제(OS) 탑재를 확대하며 스마트홈 솔루션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전장사업은 외형 성장에 더불어 모빌리티 트렌드인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가전과 IT 등에서 쌓아 온 차별화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 내 경험을 고도화하고, 전기차부품과 램프를 포함한 전 사업의 효율화와 시너지를 가속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9일(현지시간) 개막하는 'CES 2024'를 통해 가전을 넘어 홈과 커머셜, 모빌리티 등으로 확장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다양한 센서로 고객의 생활을 데이터화하는 한편, 고객의 말과 행동, 감정까지도 감지해 필요한 것을 먼저 알아내 대응하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또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한데 모은 '알파블' 콘셉트도 선보인다.
TV사업에선 완제품을 넘어 자체 운영체제 'webOS'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서비스 사업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는 TV뿐 아니라 스마트모니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webOS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비즈니스솔루션 사업은 사이니지, 전기차 충전, 로봇 등 신사업의 조기 안착에 주력한다. 단일 제품을 공급하는 형태에서 인접한 솔루션을 통합 공급하는 사업으로의 전환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사업 비중이 큰 만큼 단기적 경영성과보다는 미래준비에 무게를 둔 투자 또한 지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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