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부모, 친척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독 무료하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지만, 다시 내려오는 길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설 연휴를 위한 오디오북이 한가득이다. 이동시간을 채워줄 콘텐츠를 떠올렸다면 고민 없이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을 열자. 교양 한 스푼에 재미는 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좋다. 읽어주는 목소리가 바로 여기 있다.


검색만으로 간편하게 '네이버 오디오북'

먼길 다녀올 땐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해보자.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가 상상을 돕는다.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난 순간 느끼고 떠올렸던 것들을 아홉 가지 이야기로 풀어낸 이 산문집은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들려줬던 차분한 톤과 매너로 김영하 작가 본인이 직접 낭독한다. "모든 여행은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는 작가의 말. 분량은 4시간 4분이다.

사진=네이버 오디오북
사진=네이버 오디오북

오랜 귀성길에 지쳤다면 '법륜 스님의 행복'도 좋은 선택이다. 법륜 스님에게 향한 전국 곳곳의 질문들을 답한 내용이다. 모든 질문은 결국 '행복'의 문제로 귀결되고, 온전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 스님은 짚었다. 그래서 배우 한지민의 목소리로 듣는 행복론은 메시지도, 전달력도 울림이 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1시간 4분짜리 요약본이다. 내용이 마음에 든다면 서점이나 구독형 플랫폼에서 6시간이 넘는 풀버전을 감상해보자. 단, 낭독자는 같지 않다.

몰입도 높은 도서를 원한다면 애거서 크리스티 작가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있다. 전 세계에서 1억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미스터리 소설 장르의 명작 반열에 오른 이 작품은 숱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며 인기를 입증했다. 러닝타임은 총 18개 장, 7시간 46분이다. 서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라 라디오 드라마에 익숙한 이들은 별도의 진입장벽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준비돼 있으니 고르는 재미가 있다. 구입하지 않아도 감상할 방법이 있다는 것은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꿀팁.


결제를 망설인다면 '구독형 무료 체험'

개별 도서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구독형 플랫폼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윌라'가 대표적이다. 각 플랫폼은 첫 가입 시 각각 한 달과 2주 무료 이용 기간을 제공한다. 때마침 설 연휴 추천 도서까지 내놓았으니 참고하면 좋다. 그 외 도서도 다양하게 준비됐다.

사진=밀리의서재
사진=밀리의서재

책 좀 읽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밀리'에서는 SF 소설과 에세이, 자연과학 장르 3권을 권장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나 출간 당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포함됐다. 우선 김초엽 작가의 '파견자들'은 우주로부터 불시착한 먼지들 때문에 낯선 행성으로 변해버린 지구를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목격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분량은 11시간 36분이다. 

이어 이기주 작가의 '보편의 단어'는 삶의 위로가 필요하고 버팀목이 돼 줄만한 책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했다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오디오북이라는 설명이다. 오디오북은 32분짜리 요약본이 제공된다. 또 한국계 과학자이자 과학 칼럼니스트 캐럴 계숙 윤의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분류학과 진화생물학, 생명과 과학에 관한 스릴 가득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분량은 요약본 42분이다.

사진=윌라
사진=윌라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오디오북을 원한다면 '윌라'에서 추천한 웹소설 '무림서부'와 '그 겨울에 봄이 오면'을 골라보자. '컵라면.' 작가가 쓴 '무림서부'는 웹툰으로도 제작된 인기 무협 사극이다.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배경과 무협지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재미를 더하는 이 작품의 편당 분량은 17분 내외다. '그 겨울에 봄이 오면'은 우지혜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로맨스 소설로 천재 해커와 그녀를 향한 저돌적 남자의 간질간질한 사랑 이야기를 편당 20분 정도로 만나볼 수 있다.


선택이 어렵다면 시작은 '아는 맛'

웹소설 마니아들에게 이 책은 어떨까.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지니뮤직과 손잡고 함께 만든 오디오 드라마 '다크 문: 달의 제단'이 여기 있다. 전생부터 이어진 거대한 운명으로 얽힌 소년·소녀의 서사가 3시간 30분에 걸쳐 밝혀진다.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10개 언어로 8억뷰 이상을 기록한 이 소설은 11~21분 분량 14개 챕터로 구성됐다. 별도로 구입하든, 플랫폼에서 구독하든 선택은 자유.

배우 한예리가 이병률 시인의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를 낭독하며 녹음 중이다. /사진=밀리의 서재
배우 한예리가 이병률 시인의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를 낭독하며 녹음 중이다. /사진=밀리의 서재

셀럽들이 낭독자로 나선 각종 오디오북은 라디오를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늦은 밤 침대 맡에서 또는 학교 가는 교통편에서, 혹은 공개방송 어디서든 한 번쯤 들어봤던 연예인들의 음성이 책의 한 구절을 또렷이 읽어나간다. 이병률 시인의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요약본(42분)을 배우 한예리가, 송정림 작가의 '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1'(2시간 7분)를 배우 박하선이 들려주는 책은 '밀리의 서재'에 있다. 박하선의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남편인 배우 류수영이 낭독한 후속편도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디즈니 북스 시리즈도 '밀리의 서재'에 있다. 별도의 구입 절차가 없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입문용 오디오북으로 손색이 없다. 동화책처럼 그림이 영어 자막과 함께 나와 음성에 맞게 장면이 전환되는 효과를 준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어른들에게 더욱 익숙한 '곰돌이 푸', '라이온 킹', '인어공주'부터 다양한 '마블' 시리즈까지 취향에 맞게 선택 가능하다. 다만 편당 길이가 5분 내외로 짧아 유아에게는 보호자의 도움(조작)이 필요하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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